생활 정치/질고지칼럼

3. 해외견학 보고서-일본 무사시노市

질고지놀이마당 2008. 6. 19. 14:37
  관리자 (2004-06-24 11:46:23, Hit : 297, Vote : 87
 http://www.korea2001.co.kr
 musa.jpg (24.0 KB), Download : 1
 일본 지방자치 모범사례 견학보고 1-무사시노 市편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3박 4일간  일본 지방자치 모범사례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곧바로 글을 올리려고 했으나 밀린 일 처리와 각종 행사,
게다가 주말에 큰 산불까지 일어나는 바람에 늦어졌습니다.
주민들에 대한 보고와 더불어 소중한 경험을 조금이라도 공유하고자 하는 뜻에서 연수 소감을 올립니다.
왼쪽 사진은 무사시노 시청 옆에 있는 쓰레기 소각장

이번 연수는 전국 234명의 기초단체장 중에서 '젊은' 단체장 모임인 '청목회'가 실시한
첫 사업으로서 12명의 단체장이 참여한 가운데 지방자치학회 회장인 충북대 강형기 교수와
대진대 허훈 교수, 현지 유학생 등 전문가가 함께 동행하여 매우 알차게 진행하였습니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일본에서도 가장 성공사례로 꼽히는 무사시노市(동경都에 있는 기초단체)와
이제 한창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스키市(사이타마縣의 기초단체) 두 곳이었습니다.
분량이 많아 두 차례에 나누어 올리겠습니다.

[연수에 참여한 배경과 소감]

해외연수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관광성 외유로 비쳐지는 곱지 않은 분위기라서
해외연수를 나가는 것이 조심스러운 현실임에도 이번 연수에 선뜻 참가한 이유는
연수 프로그램이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
평소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던 무사시노市 방문과 특히 지방자치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강형기 교수가 동행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사실 청년단체장 모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의 제 생각은
'그저 그렇고 그런 또 하나의 모임'이 아닐까 싶어서 시큰둥했었다.
'나이만 젊다고 청년이냐, 생각이 젊고 개혁적이어야지' 하는 오만한 마음도 자리잡고 있었다.
보수정당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레 거리감을 가졌던 선입관은 이번 연수를 계기로 싹 바뀌었다.

다들 나름대로의 능력과 경력을 인정받아 그 자리에 오른 만큼
의욕적이고 모범적인 시정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에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또한 선의의 경쟁심을 가지고 보다 나은 지방자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한국의 지방자치 발전을 앞당기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확신과 서로의 정보와 경험을 나눈다면
매우 유익한 교류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지방자치의 모범사례 무사시노市 방문기]

이번 연수는 다들 바쁜 단체장이 전국 각지에서 모이는 관계로 세 팀으로 나뉘어
각기 출발해 동경 나리타공항에서 합류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일본 입국 첫날(2월 8일) 숙소에서 강형기 교수로부터 우리가 방문하게 될
일본 자치단체의 개혁사례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에 대하여 설명을 들었다.
연수를 떠나기 전 관련책자와 자료모음집까지 따로 보내 주면서
사전 예습을 하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가 있었으나 미처 공부하지 못한 '학생'을 위한 보충강의인 셈이다.

그런 속에 지나가는 말로 다음 날 무사시노市의 '손님맞이'에 대한 시사가 있었다.
상당한 환대가 있을 것이라고. 이윽고 시청을 방문하는 순간 우리는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시청 현관에는 시장이하 간부공무원이 도열하여 박수를 치며 우리 일행을 맞이하고 있었다.

일본인들의 몸에 밴 예절일 수도 있고,
한국의 청년 단체장 12명이 방문하는데 따른 예의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일본의 지방자치 모델사례를 연구하고,
한국에 귀국해서는 지방자차학회장을 맡고있는 강형기 교수에 대한 극진한 예우를 느낄 수 있었다.
민간외교의 역할과 중요성을 직접 확인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시장재임 21년째, 6선 관록의 61세 개혁시장
의례적인 인사 소개가 끝난 다음, 영상자료를 소개한다며 옮겨 간 곳에서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뜻밖에도 MBC 'PD수첩' 녹화테이프였다.
아무리 자기 PR시대라지만 좀 심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느낌은 곧 사라졌다.
9년 전인 95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앙코르 방영까지 했던 내용인데도 아주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시장 6선으로 재임 21년째, 나이 61세의 스찌야 시장.
그러나 그는 눈가에 주름과 흰머리가 늘어난 것 외에는
시장으로 당선된 40세 때나 21년이 지나 환갑이 된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것이 별로 없다.
아직도 20평 아파트에 살며, 걷거나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일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은 젊은이 못지 않은 청년이다.
일본 청년단체장 모임을 만들이 이끌어 왔으며, 전국 660여 단체 중에서 최고의 주민만족도,
최고로 살고 싶은 곳, 최고의 시장으로 뽑히는 등 항상 '최고, 최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전국 최고의 지방자치로 꼽히는 무사시노市
이렇듯 무사시노市는 여러 분야에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인구는 13만 1천여 명으로 북구와 비슷하고, 면적은 11만㎢로 북구 면적의 약 7%수준에 불과하지만
연간 예산은 550억 엔으로서 열 배 수준이다.
밀도가 높은 잘 정리된 도시, 각종 문화 복지 체육시설, 부럽기 그지없다.
은근히 이런 생각이 든다. 재정과 권한만 있으면 누구는 못할까, 우리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
오기랄까 시샘이랄까 하여간 그런 마음이 든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어진 스찌야 시장의 '특강'은 우리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 거침이 없었고,
우리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나이는 들었어도 정신은 청년 그대로의 열정이 있었다.
내내 선 채로, 열정적인 몸짓을 써가며 쓰여진 원고가 아닌
자신이 직접 기획하고 몸으로 부딪혀 이룩한 경험을 쏟아내고 있었다.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로 바뀌고 있었다.

50년이 넘는 지방자치 역사를 가진 일본의 지방자치 제도에서도 제도와 중앙부처의 벽은 있었다.
그는 관내 노인복지를 위한 마을버스 도입을 시도했으나 제도의 벽과 중앙부처 관료의 벽에 부딪혔다.
이점 우리와 꼭 같았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주민참여를 조직하고,
관료적인 중앙부처 엘리트 관료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5년여만에 마을버스를 도입하는 길을 열었다.

제도와 관료의 벽을 깨고 쟁취한 '무 버스'
이름하여 '무 버스'다. '무'란 일본의 村의 발음인 '무라'의 첫 글자를 땄다고 한다.
그는 제도를 바꿨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회사를 참여시켜 좁은 골목길에 적합한 중형버스를 개발하였다. 연간 2천만엔(약 2억원)의 적자 운영이라 보조금을 주면서 운행을 시작했으나
지금은 오히려 연간 2천만엔의 이익금을 남기고 있다고 한다.
무사시노市가 길을 열어 시작한 마을버스는 이제 일본 전국에 보편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이밖에 그가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것은 주민참여와 자원봉사 조직이다.
예를 들면 수없이 많은 도서관, 탁노소(노인시설), 체육 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
정규 공무원은 최소로 하고 자원봉사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예산 절감은 물론 주민들을 일상적으로 시정참여에 이끌어내는 효과가 있었다.
스찌야 시장이 당신 입으로 소개한 사례는 간단했지만 이미 한국에 소개된 사례만 하더라도
공무원 임금 삭감, 크린 센터(쓰레기 소각장) 위치선정 과정 등은
자신의 정치적 생명과 신념을 가지고 이끌어낸 결과였다. 어찌 감탄하지 않으랴.
승자의 위세랄까, 성취한 자의 여유를 가지고 힘들고 외로운 '투쟁'으로 이룩한 성과를
웅변하듯 토해내는데 어찌 감동하지 않으랴. 우리는 아낌없는 박수로 화답했다.

아이와 노인을 배려하는 사회복지
간단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운 뒤 오후에는 현장 견학.
한국과 비교하면 일본은 큰 길이 별로 없다.
그러나 노상에 불법 주·정차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도로 소통에 막힘이 없다.
우리네 소방도로 폭보다도 못한 6∼8m 남짓한 좁은 골목길에 인도를 더 배려하고도
막힘 없이 통행하는 질서의식에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깨끗해 숨이 막힐 지경인 도시환경에 뭔가 티끌이 있지 않을까 찾아보다가
녹지 고원에 일단의 쓰레기를 발견하니 반가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도시답게 아이들과 노인들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 있었다.
0123센터는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와서 마음껏 어울려 놀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자연이 없는 빌딩 숲 속에서 자라는 0세부터 3세까지의 아이들을 위한 배려로서
인형, 흙 놀이, 탑 쌓기, 책 읽기등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하면서 꿈을 키운다.
여기서 엄마들은 육아에 대한 정보와 경험을 나누고,
나아가 지역 문제도 함께 하면서 시정에 대한 주민참여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또한 어린이 시설을 노인시설과 가까이 짓는다고 한다.
노인과 아이들을 함께 배려하는 것이다. 건축자재 아이들 정서를 위하여 목재로 지었다고 한다.
고령자 종합센터를 찾아갔을 때 노인체조, 수예, 음악 교실 등에서
각기 수업에 열중하는 노인들을 보니 사회복지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설명 듣지 않아도 알듯하다.

그러나 부럽기 짝이 없는 무사시노市에도 고민은 있었다.
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18%에 육박하고 있어 북구의 4.25%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다.
어쨌든 일본의 안착된 지방자치제도와 사회복지 수준을 보면서
선진국이 된다는 의미는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는다는 산술적 기준과는 다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다음 올릴 내용은 스끼市 방문사례 입니다.

'생활 정치 > 질고지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5. 비 내리는 매봉재  (0) 2008.06.19
4. 무룡산 산불을 접하고  (0) 2008.06.19
2. 나무의 마음, 숲의 노래  (0) 2008.06.19
질고지 칼럼을 시작하며  (0) 2008.06.19
초여름 비오는 날의 무룡산  (0) 2008.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