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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지부장 선거 결선투표로 가닥

질고지놀이마당 2009. 9. 21. 11:47

 

<재투표 대신 결선투표로 정상화 가닥>

 

(9월 21일 오전 상황)

'부정 투표용지' 한 장이 발단이 되어 재투표 논란을 빚으며 혼란을 겼었던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 선거가 마침내 해법의 실마리를 찾았다.

 

현재 예상되는 수순은 오전 중으로 기호 2번 선대본의 자체입장 정리 및 기자회견을 통한 입장발표.

이어서 선관위가 오후에 자체회의를 거쳐 문제가 되었던 투표함 처리 여부를 결정하고 재투표가 아닌 1, 2위 팀 결선투표 방침 결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주 금요일에 이같은 입장 정리가 예상되기도 하였으나 각 선본의 반발이 거세어 내부 정리와 선관위와 각 선본간 조율을 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우여곡절 끝에 2번 선대본에서는 재선거 관련하여 사실이 왜곡되어 피해를 봤다며 선관위와 1번 3번 선본의 선 사과를 요구했다.

그리고 사과를 전제로 재투표가 아닌 선관위가 결정하는 문제의 투표함 처리 및 그 결과를 토대로 한 결선투표를 수용하기로 한 것.

 

이로써 큰 가닥은 잡혔는데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오늘 중으로 모든 문제 정리 및 결선투표 일정 확정 발표가 예상된다.

그러면 예상되는 일정은 화요일과 수요일 이틀간 결선투표 진출한 두팀의 잔여 선거운동 전개, 목요일 결선투표, 금요일쯤 당선자 발표를 점 칠 수 있다.

 

결선투표에 누가 진출할 것인지 확정된 바는 없지만 현재 전망으로는 1번(이경훈)과 3번(권오일)의 진출이 거의 확실시 된다.

물론 선관위에서 문제가 됐던 투표함(227표중 무효 1표를 제외한 226표)을 개표하여 그 득표를 각 후보들 득표에 합산할 경우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226표를 개표한 득표 차이를 가지고 현재 2위와 3위의 표차(86표)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다소 늦어진 감이 없지 않지만 이렇게나마 해법의 실마리를 찾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무엇보다도 재투표에 대해서는 현장 여론이 매우 부정적이었다.

4만여명이 참가하는 투표에서 단 한표의 착오는 실수나 오차가 있을 수도 있는데 전체를 무효로 하고 재투표를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었던 것.

더욱이 그 한표가 많아진 과정이 투표종사원과 참관인들 진술을 통해서 '부정선거'가 아닌 실수에 가까운 헤프닝이었다는 것이 이미 밝혀졌다.

 

그리고 3기 지부장 선거는 현 집행부 사퇴로 공석이 된 노조를 하루빨리 정상화 시켜야 한다는 여망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당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조직적인 선거부정 행위가 있었다면야 당연히 선거무효 및 재투표를 해야겠지만 

지엽적인 이유로 선거가 지체되는 것은 제 후보들의 당리당략 때문으로 비쳐져 전 조합원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킬만한 요인이었다.

 

<재투표 혼란의 발단과 전개과정>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개표과정에 발생한 문제의 판매본부 투표함에 대한 처리과정에서 특정 후보진영 참관인의 지나친 억지가 문제를 키웠고,

개표 중단사태가 길어지는 것을 해결하고자 선관위가 제시한 해법 중에서 '재투표 실시'안은 제반 상황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재투표 상황이 현실화 될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과 막상 재투표를 실시하게 되면 일어 날 파장을 예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일어나기 희박할 것이라고 생각한 '재투표'상황(문제의 투표함이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재투표)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니 선관위는 기 발표해 버린 결정을 번복할 수 없으므로 재투표를 피 할 수 없도록 자승자박을 한 꼴이 되었고,

각 후보진영은 이해관계에 따라서 선관위의 재투표 결정을 따르거나 거부한다는 입장으로 갈리게 되면서 진퇴양난에 빠지게 되었던 것이다.

 

선거시기라는 특성상 현장에는 출처불명의 흑색소문이 나돌면서 혼란과 여론분열이 가속화 되기에 이른다.

선관위에서 재투표를 결정하게 된 과정에 대한 왜곡된 주장과 "어느 후보진영이 재투표를 고집하고 있다" 더라 는 등 흑색선전이 나돌았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그나마 대세를 이룬 것은 '그만한 사유로 재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안된다'는 여론이었다.

이는 상식적인 판단이기도 하거니와 그만큼 하루라도 빠른 정상화에 대한 여망이 큰 탓이었다.

 

이같은 현장 여론은 물론,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주시하는 바깥 여론의 향배은 선관위에서도 이를 외면하기 어려운 무형의 압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는 가운데 조직적인 선거부정이 아닌, 하나의 헤프닝이었다는 점이 현장까지 알려지자 더는 버틸 수가 없게 된 것.

다음 문제는 선관위가 기 결정을 번복하는데 따른 명분과 제 후보진영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시키느냐 하는 것.

 

그런데 사실 선관위의 결정 번복에 따른 명분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미 여론의 향배로 보나 상식선에서 보나 대세는 '재투표는 불가'로 기울어진 상태였다.

전직 위원장과 사퇴를 했지만 상징적인 대표성을 갖고 있는 지부장도 선관위를 방문하여 '재투표 결정만은 재고해야 한다'는 완곡한 입장을 전달했다.

 

한편, 비공식 개표결과 4위에 머문 기호 4번 진영은 자체 입장정리를 통해 기 투표결과를 깨끗이 승복하고 재투표는 반대한다는 것과,

설사 재투표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해 버렸다.

 

남은 문제는 결선진출을 두고 피말리는 접전이 예상되는 세 후보진영(1번 2번 3번)의 반발.

객관적으로 볼 때, 최대의 피해자는 2번 진영이었다.

이들은 마치 자신들이 재투표를 고집하여 선거를 지연시키는 장본인으로 오해를 받는 상황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딱히 어느 진영이라고 지목하지는 않더라도 출처불명으로 나도는 음해성 소문은 바람처럼 빠른 법.

 

실상인 즉, 2번 진영은 선관위 결정을 존중하고 그대로 따른다고 한 것 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부정투표 논란의 시발과 재투표 주장은 기실 다른 후보 진영에서 시작됐던 것이다.

그런데 재투표를 할 경우에 2번은 뒤집기를 할 기회가 있다는 점, 이에 반해 1번과 3번은 결선 진출이 뒤집어 질지도 모르는 위합부담이 따른다는 점이 2번에게 '혐의'를 씌우기에 필요충분 조건이 된 것이다.

게다가 선관위원장이 2번 조직원이라는 점 때문에 '음모설'과  '사측에 의한 사주설' 등등까지 난무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원래 나쁜 소문이란 것은 퍼뜨리는 쪽은 한 두 마디만 툭 던져도 퍼져 나가지만

이를 해명하는 입장에서는 열 마디를 해도 잘 먹히지 않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마치 백지에 먹물을 떨어 뜨려 검게 하기는 쉽지만 이를 백지로 돌리기는 어려운 것처럼..

시간이 넉넉하다면야 언젠가는 흑백을 밝힐 수도 있겠지만 선거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의 악소문은 당하는 쪽으로서는 속수무책, 억울하기 짝이 없다.

 

이래서 2번 진영에서는 고심끝에 조건부로 선관위에서 재투표 없이 결선투표로 가는 번복 결정을 하더라도 승복하기로 내부정리를 하는 중이다.

그 과정에 조직원들의 반발과 진통이 왜 없을까?

더욱이 두 조직이 연합하여 임원후보 및 선대본을 꾸렸으니 그 속사정을 미루어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2번 후보 진영이 내세운 조건부가 선관위와 1번 3번 진영의 선 사과다.

선관위에서 재투표 논란이 일어난 과정(원인제공을 누가 했는지)을 제 때에 제대로 알리지 않아서 2번 진영이 오해를 받고 있다는 항변은 무리가 아니다.

그리고 확증은 아니더라도 재투표에 관하여 2번에게 음해성 소문을 퍼뜨린 당사자는 1번과 3번이라는 심증으로 양 진영의 사과도 함께 요구하게 된 것이다.

 

이제 공은 선관위와 1번 및 3번 진영으로 넘어갔다.

2번이 먼저 어려운 결단을 내렸으니 이제 선관위와 1번 및 3번 진영도 어느정도 화답할 때라고 본다.

수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의 문제는 있겠지만 관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다들 대승적 결정이 필요한 때다.

조합원들은 더이상의 혼란을 종식시키고 하루라도 빨리 조합 정상화를 바라고 있다.

늦어도 오늘 중으로 모든 장애물을 걷어 내고 이번 주 안에는 당선자가 확정되기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