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진(記)/국외여행

브라이스캐년 도보탐방 / 미국서부여행(18)

질고지놀이마당 2010. 8. 25. 17:46

 

드디어 목표로 삼았던 자유탐방

전망 포인트에서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서 이번에서는 트레일을 따라서 직접 밑으로 내려가서 올려 보기로 별렀던 것.

주마간산 격으로 보기 위해서라면 굳이 브라이스캐년을 다시 방문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미리 숙지한대로 선셑 포인트에서 선라이즈 포인트까지 약 2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탐방코스는 환상적이어서 탁월한 선택임이 분명했다.

 

 

 

 

 

급경사 내리막에 눈이 두껍게 쌓여 있어서 지그재그 계단 사이를 미끄럼을 타고 내려간다.

아내와 딸도 신바람이 났다.

나중 어둠속의 강행군을 해야하는 혹독한 댓가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채..

  

 

 

밑으로 내려올수록 바위첨탑들 사이로 하늘은 좁아진다.

그리고 이렇게 좁은 첨탑사이를 미로처럼 지나기도 한다.

 

 

좁은 첨탑사이를 지나 다시 길이 넓어질 즈음에 이곳의 명물 하나를 만나게 된다.

다른 나무의 중심을 뚫고 솟아난 또 한그루의 나무, 브라이스캐년을 소개하는 책자에도 등장한다.

 

 

 

순간순간 변하는 풍경에 취해 진행하는 속도가 무척 더디다.

눈길인데다 남은 거리가 오르막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일몰까지 남은 시간을 안배하여 운행하는 것은 상식이건만 별로 걱정을 안했다.

풍경 좋은 곳마다 사진을 찍다보니 시간은 자꾸만 지체되었고, 구름낀 협곡의 일몰은 빨리 닥쳤다.

하지만 내가 태평하니까 아내와 딸은 어둠이 깃들기 시작할 때까지 태평스러움을 함께 즐겼다.

대장격인 내가 알아서 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어느덧 서쪽하늘에 구름사이로 일몰이 시작되고 있었다.

현재 서 있는 곳은 대강 짐작하건데 썬셑포인트에서 썬라이즈포인트 트레일의 중간지점을 약간 지났을 뿐이어서 이쪽이든 저쪽이든 어디로 가도 갈길은 멀다.

돌아가도 얼마 가깝지 않은데다 내려올 때의 급경사를 올라가느니 안가봤지만 썬라이즈포인트쪽으로 계속 돌아서 올라가기로 했다.

 

 

 

 

 

 

 

퀸스가든을 지날 즈음 서서히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한다.

또다시 나의 과욕이 화를 자초하고 말았다.

어둠이 내리고 나서야 마음이 급해져서 아무리 발걸음을 재촉해도 미끄러운 오르막이라 마음처럼 이동이 빠르지 않다.

아내와 딸로부터 나때문이라는 투정과 원망이 쏟아진다.  

 

 

 

이미 어둠이 깔려서 풍경사진을 찍기에는 빛이 부족한데 ISO값을 높여서 노출과 셔터속도를 어느정도 확보해서 찍은 사진이다.

아직 능선까지 올라가는 길도 많이 남았는데 아내와 딸의 걷는 속도는 마냥 느리다.

그렇다고 다그칠 수도 없는 일, 내가 자초한 禍다.

 

 

더욱이 차를 파킹한 곳(썬셑 포인트)과 우리가 올라가는 썬라이즈 포인트는 한참 떨어져 있다.

낮에도 탐방객이 거의 없었던 날씨라서 밤이 되자 더더욱 적막강산 불빛 한점 비치지 않는 캄캄한 어둠이다.

늦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아서 랜턴도 휴대하지 않았는데 다행히 눈이 많이 쌓여서 어렴풋이 길과 방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오르막을 다 올라와서도 어둠 속이라 길을 분간하기 어려웠는데 대강 방향을 잡고는 무릎까지 빠지는 눈 위로 발자국을 내면서 가족을 이끌었다.

 

드디어 나타난 불빛을 보는 순간 망망대해를 떠돌던 배가 등대를 만난 심정이 이렇지 않을까 싶었다.

이곳 지도를 숙지해 두었던 덕분에 짐작했던 대로 방향을 맞게 잡아서 선라이즈 포인트 주차장 화장실 불빛이었다.

산전수전으로 단련한 나로서는 이쯤 별 것 아니었지만 아내와 딸에겐 불과 하루 전 자이언캐년에서 겪었던 악몽을 떠올리는 고행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