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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스캐년의 아침 / 미국서부여행(19)

질고지놀이마당 2010. 8. 28. 11:54

2010. 2. 8. 월. 맑음

 

생각만해도 황홀한 브라이스캐년의 일출에 대한 기대를 안고 새벽 미명에 발소리를 죽여가며 숙소를 나섰다.

자이언캐년에서 구조요청 헤프닝을 가까스로 수습했는데 엊저녁 트레일탐방에서 과욕을 부린 나머지 캄캄한 밤중에 고생을 또 시켰기 때문이다.

아내와 딸한테 공신력이 떨어지고나니 이곳 브라이스캐년은 숙소에서 멀지도 않고, 위험요소가 거의 없는데도 허락이 안떨어진다.

개인행동을 안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자니 하늘에 총총한 별을보고 참을 수가 없다.

 

숙소에서 불과 15분 남짓한 거리인 썬라이즈포인트로 올라섰다.

하늘엔 초승달이 고고한 가운데 여명이 밝아오는데 비례해서 별들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하지만 멋진 일출을 기대할 수 있겠다는 기대도 잠시뿐, 전망대에 올라서니까 저멀리 지평선엔 구름띠가 제법 드리워져 있다. 

 

 

찬바람을 맞으며 해뜨는 순간을 기다리는 동안은 시간의 흐름이 더디게 느껴지고 추위도 더하다.

구름띠가 벗겨져도 시원찮을 판인데 오히려 북쪽에서 낮게 드리운 검은구름이 서서히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간절하게 기다렸던 일출 직전의 아름다운 하늘색 연출은 이처럼 허망하게 지나버린다.

전망대 아래로 어제 캄캄한 밤길을 힘들게 올라왔던 길이 오롯이 드러난다.

 

 

 

 

 

 

 

 

구름띠와 띠 사이로 일출순간은 싱겁게 지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