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진(記)/국외여행

캐년오버록 & 여정 / 미국서부여행(16)

질고지놀이마당 2010. 8. 24. 17:08

 

새벽에 엔젤랜딩 다녀오면서 약속을 어기는 바람에 아내와 딸에게서 잃은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어찌어찌 달래서 시나웨바까지 탐방을 다시 하고, 점심식사까지 마치면서 경직된 마음들이 많이 누그러졌다.

자이언캐년 탐방을 마치고 오후 2시경 브라이스캐년을 향해 출발했다.

밤부터 아침까지 내리던 비가 오전에 잠시 멈춰 주더니 길을 재촉하는데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9번도로에 접속하여 동쪽으로 향하다가 89번도로를 타고 북상하는 여정은 약 80여마일이어서 크게 걱정은 안된다.

예정은 해가 지기 전에 브라이스캐년에 여유있게 도착해서 노을지는 브라이스 풍광을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날씨가 도와주질 않으니까 브라이스의 노을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했다.

대신 지나는 길의 풍경이라도 즐겨 가기로 마음을 바꿨다.

 

자이언캐년 탐방로(Scenic Drive)에서 9번도로에 접속하기 위해 나오는 도중의 좌우측 풍경

 

 

 

 

자이언캐년에서 돌아나와 9번도로 동쪽으로 접속하면 곧바로 바위산을 관통하는 터널(Camel Tunnel)을 지나기 위해 지그재그로 고도를 높이게 된다.

이 터널 양쪽의 풍경만 보더라도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날씨가 맑아서 시야가 탁 트였으면 이곳 풍경은 더욱 장관이었을 것인데 비가 내리고 시야가 흐려서 아쉬움이 크다.

 

대개 일정이 바빠서 자이언캐년을 스쳐가는 탐방객들이 자이언캐년이라고 소개하는 사진은 이처럼 9번도로 좌우측 풍경이 대부분이다.

알기쉽게 다시 설악산에 비유하여 설명하자면, 비경이 수두룩한 용아릉 공룡능선 천불동계곡 등을 둘러보지 않고 한계령이나 미시령을 차타고 휘~익 지나가면서 설악산 다녀왔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전방의 깎아지른 절벽 중간에 터널창문이 보인다.

 

 

그리고 협곡 저편에 바위가 부서져내리면서 거대한 아치모양이 만들어지고 있다.

앞으로 그랜드서클 탐방에서 숱하게 만나게 되는 바위아치(혹은 브릿지)는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고 소멸된다.

아치모양 오른쪽으로, 협곡이 끝나는 꼭지점에 Canyon Overlook 이라는 전망포인트가 있다.

터널 반대편으로 나가면 주차장이 있는데 그 곳에서 약 1km정도 탐방로를 걸으면 도착한다.

 

 

 

 

터널까지 오르는 중간지점에 차를 세우고 터널창문을 배경으로 인증샷.

 

마침내 터널로 진입한다.

경제공황이 닥쳤을 때 오로지 인력에 의해 뚫었다는 이 터널은 생각보다 낮고 좁고 어둡다.

운전을 하면서 한손으로 찍어서 화면이 좀 흔들렸다.

 

그리고 중간에 바깥 경치를 볼 수 있는 '창문'이 몇군데 있다. 터널안에 차를 세울 수는 없으므로 속도를 좀 낮춰서 촬영

 

터널 반대편(동쪽)으로 나가는 중이다. 

 

터널을 빠져나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터널 주변을 돌아본다.

아내는 피곤하다며 차에 머물고 딸과 둘이서 캐년오버록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캐년오버룩까지 가는 도중의 풍경도 이색적인데 비가 제법 내리는 바람에 사진상태는 별로다.

 

 

 

캐년오버룩 안내판

앞서 터널을 진입하기 전에 지그재그로 오르던 길(9번도로)과 주변 풍경이 한눈에 조망되는 포인트다.

그러니까 이곳 캐년오버룩까지 오는 길은 터널 길이만큼을 걸어서 전망좋은 위치까지 되짚어 오는 셈이다.

대략 터널길이는 800m 내외로 짐작되고, 이곳까지의 등산로 고저 및 굴곡이 있으니까 약 1km 남짓으로 짐작된다.(걸어서 15~20분 소요)

 

위의 안내판과 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있으나 비가 내리는데다 안개가 끼어서 시야가 절반도 확보되지 않는다.

 

 

 

딸이 서있는 자리가 터널 진입전에 바라봤던, 바위아치가 만들어지는 곳 위로 짐작된다.

갈길이 멀고, 비가 많이 내리는 탓에 기념촬영 몇 장 찍고는 서둘러 돌아왔다.

 

 

 

 

 

 

 

 

9번도로 동쪽으로 향하면서 공원구역을 벗어나기까지 주변풍경은 시선을 떼기 어렵고, 자꾸만 차를 세우게 만든다.

이제 빗줄기는 소나기 수준으로 변했다.

 

옹기를 만들면서 표면에 빗살무늬를 만든 것처럼 바윗결이 방향을 바꾸어 가면서 다양한 문양을 만들고 있다.

운이 좋으면 산양떼를 만날 수 있다는데 겨울비가 내리는 탓인지 시절인연이 닿지을 못했다.

 

 

빗줄기가 굵어지자 맨살을 드러낸 바위산 곳곳에 물길이 만들어진다.

   

 

갈길은 멀고 비는 추적추적 내리는데 발길을 잡는 풍경은 계속 이어진다.

   

미 서부지역 사막과 산악지대 수천km에 이르는 장거리 여행을 완벽하게 수행해 준 엘란트라

 

이제 빗줄기는 눈으로, 그것도 폭설 수준으로 바뀌었다.

다니는 차가 별로 없는 산악지대에서 교통이라도 두절되면 어쩌나 걱정이 밀려온다.

하지만 언제 다시 볼 기회가 있을지 모를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또 차를 세운다.

미국에서 산악지대를 달려보면 전망좋은 곳에는 거의 예외없이 무슨무슨 전망포인트라는 팻말과 함께 주차할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눈이 내리기 때문에 시야는 더 가려진다.

마치 가로세로 코가 넓은 그물로 산 전체를 휘감아 놓은 것처럼 바위산 하나가 씨줄과 날줄로 금이 그어져 있다.

안내판을 보니까 체커보드 메사(Checkerboard Mesa)다.

쌓인 눈이 좀 적었더라면 가로세로 줄이 더 선명하게 보였을텐데..

 

Checkerboard Mesa(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체커보드 메사라는 이 신기한 바위언덕은 원래 모래나 생물잔해 등이 쌓여 형성된 수성암은 수평으로 층층의 무늬가 생긴다고 한다.

거기에 세로 균열이 규칙적으로 생겨서 마치 바둑판을 연상시키는 무늬가 거대한 바위산 전체를 감싸고 있다.  

 

다음 소개할 순서는 브라이스캐년

참고로 가장 많이 알고있는 그랜드캐년과 함께 브라이스캐년, 자이언캐년을 3대 캐년이라고 일컫는다.

그랜드캐년이 웅장하고 남성적이라면 브라이스캐년은 섬세하고 여성적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