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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다큐극장/ 포니신화 인터뷰 현장(6월 1일 방영)

질고지놀이마당 2013. 5. 15. 15:55

KBS 다큐극장(매주 토요일 20시~20시 50분 방영)에서 '포니 신화'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 제작을 일부 지켜 본 사진과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오는 6월 1일(토) 20시~ 방영할 예정인 '포니신화'는 국내 첫 독자모델인 포니 개발과 생산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회고담 중심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편집자 주 : 이 글은 본 프로그램 방송시점에 맞춰서 공개 글로 전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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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다큐극장은?>

지난 4월 27일 첫 방영을 시작한 주말 다큐 프로그램이다.

근대화 과정을 지나 현대 산업사회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주요한 사건이나 주제를 중심으로 그 시대 사회상을 재조명한다.

4월27일 첫 방송된 주제는 '88올림픽, 神이내린 한 수' 였다.

5월 4일 두 번째 방영된 다큐극장 주제는 '글뤽아우프, 독일로 간 경제역군들' 이었으며

5월 11일 세 번째 주제는 '아웅산 그리고 2013' 이었고, 이번 주말(5.18) 네 번째 방영을 앞두고 있다.

아마도 5.18이라는 방영날자가 상징하듯이 '광주민주화운동'을 주제로 다룰 것 같다. ㅎㅎ 

 

 

어떤 연유에서 비롯된 인연인지 이 프로그램의 작가들이 인터뷰 대상자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필자와 연결되었다.

(최초 연락한 작가의 말로는 현자노조 초창기에 활약을 했으니 발이 넓을 것이라며 누군가가 추천하더란다.)

서울에 있는 작가들은 울산의 상황(그것도 30여년 전의)을 잘 모르니 사람 찾는게 어려웠을 것이고(젊은 수습작가의 경우는 출생  전일 수도~ㅋㅋ),

필자는 장기 근속자에다 노조활동과 지방자치 등 다 방면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으니까 결과적으로 작가의 판단은 적중한 셈이다. ^^* 

 

이런 인연으로 울산에서 포니와 연관된 인터뷰 대상자 및 관련 자료를 찾는데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게 되었다.

프레스 차체 도장 의장 등 직접생산라인 작업자를 찾으려니 대부분 정년퇴직을 한 연령대여서 연락처를 알아내고 섭외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인터뷰 대상자 선정이나 관련자료 발굴은 회사에 협조를 구하면 가장 효과적일텐데 그럴경우 아마도 방송의 중립성에 오해의 소지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은 것 같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필자가 개인적인 판단으로 사내 게시판을 통한 인터뷰 대상자 추천과 당시의 자료 협조를 구하기도 하였다.

SNS의 위력은 실로 대단해서 많은 분들의 추천과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각종 자료가 답지했는데 이 기회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지난 5월 10~11일 양일간 포니 개발 및 생산현장에서 직접 작업에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울산 현지 인터뷰를 진행했다.

 

프로그램 특성상 섭외했던 모두를 인터뷰 하거나 제공된 자료라 하여 다 소개되는 것은 아니어서 섭섭함을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특히 어렵게 인터뷰 요청과 동의를 구했는데 막판에 인터뷰 촬영에서 대상자가 바뀌는 경우는 추천을 한 나 자신도 난감했다.

사진자료나 엽서의 경우 희귀성이 떨어지거나 귀중한 자료라 하더라도 중복되는 것은 한가지만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를테면 34년 전 첫 월급봉투를 보내와서 '우와~!' 했다가 37년 전 월급봉투가 나오는 바람에 앞에 소중했던 자료의 가치가 사라지는 식이었다. 

 

첫 인터뷰는 문화회관에 전시된 포니1 모델 앞에서 진행했다.

67년 입사하여 현대차 초창기부터 포니 개발 및 생산과 수출과정에 참여한 이도진님과 의장라인에서 직접 생산에 참여했던 박용수님 두 분이 주인공이다.

도입부는 회사를 퇴직한 두 분이 포니 전시차 앞에서 만나 포니를 생산할 당시의 작업환경과 처우조건, 사회상 등을 회고하며 대담하는 형식이다.

 

 

 

 

  

  

  

  

    

  

  

  

문화회관 전시관은 이 인터뷰를 진행하기에 안성맞춤인 완벽한 스튜디오였다.

 

 

  

 

 

   

  

  

  

 

두 번째 인터뷰는 아직 회사에 재직중인 직원 중에서 섭외된 대상자들로써 회사 본관 앞 잔디밭에서 야외녹화로 진행했다.

인터뷰 참가자는 박민선(도장2부), 이동길(의장3부), 이상범(필자, 울산교육팀) 등 3명

노조 결성 당시의 역사 현장이면서 노동조합이 주관하는 집회장인 이곳에서 포니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니 감회가 새롭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당시의 현장작업자 한달 월급이 얼마였는지, 당시 작업분위기는 어떠했는지 등 주로 노동자와 가족들 생활상 및 서민들의 애환을 다뤘다.

인터뷰 참가자인 박민선님이 놀랍게도 37년 전 첫 입사당시부터의 월급봉투를 하나도 빠짐없이 고스란히 모으고 있어서 다들 감동했다.

실은 필자와 이동길 님도 급여봉투를 보관하고 있었지만 누런 월급봉투 출현에 명함도 꺼내지 못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동길님은 사보 창간호를 비롯해서 오래되고 희귀한 자료를 사우들 중에 가장 많이, 완벽하게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실은 이 두사람(박민선, 이동길)은 인터뷰 대상자 섭외때는 작가들한테 별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인터뷰 촬영을 내려온  담당 PD가 비중있게 발탁(?)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가 된 월급봉투

누런 월급봉투는 전산처리가 되기 전에 수기로 작성하여 돈을 직접 넣어서 나눠주던 시절의 월급봉투다. ^^* 

참고로 입사초기(79. 9) 필자의 첫 한달 만근한 급여 총액은 10만 7천원이었고, 의료보험료 공제액은 1,300원이었다.

당시 포니1 한대를 사려면 3년치 월급을 하나도 안쓰고 고스란히 모아야 가능했고, 서민 아파트 한채와 맞먹었으므로 내차를 갖는다는 것은 하나의 '꿈'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취업했던 박민선님(좌), 20대 초반 병역을 마치고 취업하여 34년째 근속중인 필자와 올해 정년퇴직하는 이동길님(우)  

  

 

  

  

수출부두 스케치

포니 신화를 기반으로 이제 현대자동차는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했다.

양적인 성장도 놀랍지만 수공업 수준이었던 포니 품질을 딛고 이제는 품질평가에서 자동차 종주국이라 할 미국, 유럽, 일본의 명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5대양 6대주 전 세계를 누비는 현대자동차를 실어나르는 수출선박에 자동차를 선적하는 과정은 프로그램을 보는이들도 감개무량할 것이다. 

  

  

  

 

  

 

 

 

  

 

  

 

 

  

  

  

 

프레스 분야에서 근무하다 퇴직하신 정성훈님 인터뷰 추가 진행

  

  

 

 

 

 

 

담당 PD의 감각적인 판단에 따라 예정에 없던 술자리가 마련됐다.

지역 주민의 회고담과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동료들끼리 막걸리 한잔 하면서 정담을 나누는 모습을 담고 싶다는 것이 즉석 주문사항이었다.

그리하여 지역주민으로서는 양정동 토박이 출신인 박경수님이 참석했고, 낮에 인터뷰한 박용수님과 진짜로 막걸리 한잔 하려고 모인 테니스 동호인들이 합석했다.

자리는 일반 주점이 아니라 때마침 북구청 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울산쇠부리축제 먹거리 현장이어서 더욱 리얼하게 왁자지껄한 분위기였다. 

 

 

 

 

 

 

지역주민이 기억하는 포니 시절의 회고,

양정동에서 태어나고 현재까지 살고 있으며 주민자치회장, 새마을 지회장 등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박경수님(우)이 인터뷰에 참여했다.

 

 

윤재완 PD가 자칭 프로라고 하길래 웃어 넘겼는데 이틀간 인터뷰 녹화에 참여하기도 하고 다른 이들 녹화를 지켜보니까 정말 '프로'라는 말에 공감이 갔다.

어제 밤 갑작스런 술자리 장면도 그렇고, 가정 방문 인터뷰도 작가들의 주문사항이 아니라 현지에 내려온 윤 PD의 즉흥적인 아이디어였다.

PD의 판단에 따라서 인터뷰 대상자가 바뀌는 것은 물론, 인터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역할도 확 바뀌었다.

그리고 그런 판단은 문외한인 내가 보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나은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위하여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급봉투를 소재로 풀어가는 이야기는 박민선님 집으로 옮겨서 다시한번 촬영했다.

좀 더 나은 그림을 만들고자 하는 담당 PD의 열정과 아이디어였는데 촬영감독과 팀웍도 매우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D와 촬영감독의 프로정신은 산행이나 여행사진을 찍을 때 내가 갖는 마음가짐과 일맥 상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중에 찍으면 되지 하고 미뤄두면 십중팔구는 그 기회가 오지 않고, 오더라도 촬영조건이 확 달라진다.

따라서 일단 찍어놓고, 더 나은 조건이 되면 다시 찍으면 되지만, 찍어두지 않았다가 기회가 오지 않거나 촬영조건이 나아지지 않으면 낭패를 당하고 만다. 

  

  

 

박민선님의 가정탐방은 갑작스런 섭외였음에도 최상의 선택이었다.

우직하게 한 길을 걸으며,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성공한 직장인의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정년을 눈앞에 둔 박민선님은 괜찮은 주택지에 2층 자택을 마련하여 9순이 넘으신 노모를 모시고, 아름다운 아내와 1남1녀를 거느린 가장이었다.

 

우리나라 경제가 그러하고, 현대자동차가 포니로 시작하여 세계 5대 메이커로 성장했듯이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맨 몸뚱이 노동자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딘 이래 성실히 노력하여 남부러울 것 없는 중산층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 

  

  

  

  

 

가정탐방 인터뷰를 마치고... 

 

 

윤재완 PD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간밤에 울산시가지와 현대차가 내려다 보이는 조망터를 묻기에 무룡산을 알려줬더니 오전에 이미 다녀왔다고 했다.

가정탐방 인터뷰를 마치고는 전통시장을 찾기에 마침 5일장이 열리는 호계시장으로 안내했다.

 

호계전통시장 상가번영회 회장과의 현장 인터뷰 

 

 

  

 

 

 

 

  

 

상가번영회장의 소개로 과일가게 아주머니와의 즉석 인터뷰

  

 

  

  

  

  

 

이제 끝내겠구나 했는데 카메라를 들고 복잡한 시장을 또 이리저리 옮겨다닌다.

30분이면 된다던 시장 스케치가 1시간을 훌쩍 넘겼다.

시장풍경 스케치를 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나은 화면을 담고자 하는 노력을 보니 확실히 프로근성이 느껴진다.

 

언듯 보면 선망의 대상일 수도 있는 PD와 촬영감독의 역할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니까  저잣거리 표현으로 '상 노가다'에 다름 아니었다.

요즘은 국민들 의식수준이 높아져서 자신의 초상권을 함부로 침해하면 가만 있지 않는다.

해서 아무데서나 카메라를 들이대기 어렵고, 그렇다고 너무 위축되어 있으면 촬영 못한다.

 

호계시장 스케치를 할 때 일행이 아닌 것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지켜봤더니 주민들 반응이 참으로 다양했다.

왜 허락도 없이 촬영을 하느냐고 따지는 사람도 있고, 방송에 대한 호기심으로 어디서 나왔냐, 언제 방송되냐를 묻기도 한다.

지역방송에서는 인터뷰에 응하면 상품권 사례를 하던데 뭐 좀 안주냐는 질문까지...

 

이틀간 동행하면서 대충 귀동냥을 한 결과 PD와 촬영감독은 아직 아이들이 아빠를 찾을 나이다.

나도 일 때문에 아이들이 아빠를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해서 동병상련의 마음이 생긴다.

에휴~ 집떠나면 고생인데 일 때문에 수시로 촬영현장으로 나다녀야 할 PD와 촬영감독의 처지가 안쓰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만큼 고생하면서 힘들게 만드는 프로그램인만큼 시청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