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진(記)/국외여행

똔레삽 수상촌

질고지놀이마당 2013. 11. 26. 22:00

캄보디아에서 둘째날 여정을 이제서야 소개한다.

'물의나라' 다운 진면목이 이 꼭지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난다.

 

바다처럼 넓은 내수면 호수에서 수상생활을 하는 사람들, 물 위에 떠있는 집과 상점은 물론 학교와 사찰과 성당 등등 이방인의 눈에는 신기함 그 자체다.

그리고 작은 통통배를 몰면서 관광객을 태운 배를 상대로 무엇이든 돈벌이가 될만한 일을 찾는 모습을 보노라면 얼마나 고단한 삶일까 '측은지심'이 생겨난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이방인의 주관적이고 오만한 생각일뿐, 정작 이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행복지수가 높다고 한다.

즉, 자신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낀다는 것인데 가이드에게 그런 설명을 들으면서 과연 그것이 진실되고 합리적인 조사를 통한 지표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매연을 몹시 내뿜으며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는 똑딱선 한척이 다가왔다가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자 사라져 간다.

일가족(?)인지 어쩐지 어린 아이들을 셋이나 태운 배에는 파는 물건은 보이지 않고, 어떤 아이가 뱀을 목에 걸치고 있다.

짐작컨데 그냥 적선을 바라거나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면 얼마를 받는 것 같은데 똔레샵 수상촌으로 가는 길목에 이런 배들이 여럿 보였다.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관광객들이 지나면서 눈길이 마주치면 쏜살같이 달려왔다.

 

파는 물건은 보이지 않고, 눈에 띄는 것은 목에 건 뱀 한마리가 전부인 한가족(?)

아이들 표정은 순진무구 그자체였으나 배를 모는 어머니의 얼굴에선 고단한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수상건물의 규모가 좀 큰 곳은 시장이거나 학교였는데, 그 중에는 성당과 사찰도 있었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반가운 건물,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무슨 봉사단체가 상주하고 있다고 한다.

 

큰 물결이 일면 흔들림이 심해 금방이라도 뒤집힐 것처럼 작은 배들이 큰 배 사이를 잘도 헤집고 다닌다.

대개는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배로 보이고, 일부는 교통수단이었다.

자동차나 경운기 용으로 보이는 엔진을 개조하여 장착한 배들은 그나마 기동력이 있는 편인데 순전히 노를 이용하는 경우도..

 

 

 

 

 

 

 

젖먹이 아이를 품에 안고 손바닥만한 나룻배의 노를 젖고 있는 여인 

 

관광객을 상대로 물고기와 해산물을 파는 가두리 수산시장에는 악어를 가두어 놓은 곳도 있었다.

이곳의 악어들이 어떤 용도인지는 모르겠다.

 

팔뚝보다도 큰 물고기들

 

 

과연 이 모습을 평화스럽다고 표현해도 될까?

하긴 내수면이라서 큰 파도가 없이 잔잔한 물결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큰 배가 지나가면서 생기는 물결 말고는 일년내내 태풍도 거의 불지 않는단다.

아마 필리핀이나 연례행사로 한국과 일본에도 몇차례 거쳐가는 태풍이 이곳에도 매년 분다면 이런 수상가옥은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어떤 아이들은 조금 큼직한 다라야를 배 대신 타고 노대신 두팔로 물을 저어 이동하는 모습도 보인다.

어릴적 호기심에서 고무다라이를 물에 띄워 타보면 번번이 가라앉고 말았는데 이곳 아이들은 더 작은 양푼이 다라이를 잘도 타고 다녔다.

 

다라이에서 노를 젓는 작은 거룻배와 중고 엔진을 장착한 통통배, 그리고 제법 규모가 있는 배에 이르기까지 물위를 다니는 탈 것은 천차만별이다.

 

 

 

 

관광객을 태우는 여객선은 그중 나은 탈것이라 하겠는데 그조차도 눈여겨 보면 낡고 엉성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우리 일행을 태운 배에 다가왔다 별 소득없이 멀어져간 이 작은 배들을 보면서 한동안 마음이 멍해졌다.

과연 이들은 운명을 탓하지 않고,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고 믿는다는 통계를 액면 그대로 믿을만한 것인가?

 

국민소득이 높다고 행복지수도 비례하는 것 아니고, 개인 소득이나 학력수준 등이 높다고 행복한 것이 아님은 인정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참으로 보잘것 없는 배 한척에 젓먹이 아이를 태우고 노를 저으며 이방인 관광객들이 탄 배를 찾아다니는 삶이 행복하다니?

캄보디아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지수가 세계에서 앞순위에 든다는 통계는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진자들과 지배계급이 심어준 이데올르기가 아닐까?

이들이 현실에 순응하고 불평불만을 갖지 않도록 세뇌당한 것은 아닐런지 몰라도, 적어도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가지고 기본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의식주 문제와 교육과 의료, 최소한도의 복지 등에 대해서 비교하고 판단할 기회와 근거를 갖지 못한데서 오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무능한, 혹은 강압적인 지배계급은 민중이 불평불만 하지않고 순응해야 편하고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그걸 미덕으로 가르칠 것이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권을 접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사람들이 숙명으로 받아안고 살아가는 삶을 행복지수라는 미사여구로 포장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지금까지도 맴돌고 있다. 

 

우는 아이를 달래다 지쳤는지(?) 볼기짝을 때리는 젊은 엄마의 모습이 포착됐다.

아이를 해먹에 눕혀놓고 이따끔 흔들어 주면서 망여난 눈길로 수면을 응시하는 또다른 엄마사공의 모습도 한눈에 들어왔다.

과연 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믿는다는 등수를 매겼을 때 세계랭킹 3위라는 통계나 그것을 근거로 한 선전에 동의할 수가 없었다.

 

나 자신도 '행복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 고 믿으며 치열한 삶속에서 종종 경험하는 바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주위에 불평불만 많이하는 사람들에게 강조하는 바이기도 하지만,

내 눈으로 목격하고 있는 이들이 자신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믿는다는 주장에는 동의가 되지 않는다.

 

 

 

우리 일행이 탄 유람선의 동력장치를 조작하고 변환하여 전달하는 기계장치

자동차에 비유하면 기어변속을 위한 클러치와 변속기인 셈이다.

 

 

 

달리는 배에서 역시 움직이는 통통배로 사뿐히 뛰어내리는 어린이.

이들은 마치 평지를 뛰어 다니듯이 관광객들이 탄 유람선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렸다.

 

 

 

똔레샵 수상촌 탐방을 마치고 씨엠립 시내로 돌아오는 여정

배수가 안되는 주택가, 크고작은 배수로가 범람하여 길과 주택 곳곳이 물에 잠겨 있었는데 이들에게는 그냥 우기철에 의례히 겪는 일상의 한 부분일 뿐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