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편집방/가족전용방

언제나 그립고 정겨운 고향의 산하

질고지놀이마당 2020. 3. 2. 09:27

가족묘지 조성작업을 위한 출퇴근길에 오른 피반령 산마루 풍경


이곳저곳 흩어진 5대조까지의 조상님들 묘지를 한 곳으로 모아서 아담하게 가족묘지를 조성하는 작업 중이다.

4년마다 돌아오는 윤달이 속한 윤년을 택해서 오는 청명한식 때 마무리를 할 예정인데 기초작업을 미리 진행하고 있다.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서 현장 감독을 자청했다.

설계도 대신에 머리속 구상으로, 현장을 보면서 즉석에서 이렇게 저렇게~ㅎㅎ

다행스럽게도 포크레인 장비기사가 고향 후배인데다 품성이 좋아서 이런저런 주문을 해도 싫은 내색하지 않고 척척 해주니까 고맙기 그지없다.


고향 마을에 연고가 남아있지 않으니까 숙식 해결이 불편하고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때문에 더 어수선하다.

그런 사정을 아는  청주 사촌형수님이 걱정말고 청주로 오라고 하신다.

촌수는 사촌간이지만 살아 생전 친 형제나 다름없이 지낸 형님과 평생을 함께 사신 형수님이어서 먼길 마다않고 이틀간 출퇴근을 했다.

뭐 하나라도 챙겨 주시려는 살가운 마음씨가 마치 고향 어머님 같이 느껴진다.

정성어린 이른 아침을 먹고 고향으로 향하는 길에 만나는 정겨운 풍경들이 어린시절 추억을 영상처럼 되살려 낸다.


어릴적 고향에서 청주나 대전은 만 하루가 걸리는 먼 길이었고, 피반령 이란 고갯길은 호기심과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어쩌다 한번 지나가는 차량이 일으키는 뽀얀 흙먼지를 아랑곳않고 무작정 따라서 뛰다가 숨이 가쁘면 멈추던 시절

가끔 흉흉한 소식이 입소문을 타고 퍼졌다.

고갯길에서 버스가 굴러서 몇 명이 죽었다거나, 장꾼들을 가득 싣고 장날을 찾아다니는 트럭이 굴렀다는 이야기 등

당시의 교통사고는 충돌이나 추돌보다는 대부분 고갯길에서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지는 사고였다.

구비구비 고갯길의 커브와 경사는 급한데 핸들조작이 힘들었고, 브레이크 성능이 좋지 않았던 탓이다.



그런데 지금은 자동차로 한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하루 생활권이다.

청주로 잠을 자러 다녀오고 읍내로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오는 시절로 변했다.

그 피반령 고개를 지나다가 문득 전망이 좋을 듯한 봉우리를 올라가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미치면 곧바로 행동으로 옯겨야 직성이 풀린다.

등산으로 달련된 몸이라 고개마루에서 산마루까지 다녀오는 것은 준비운동 개념이다.

예상대로 전망이 참 좋다. 오늘은 날씨가 받쳐주지 않지만 눈이 내렸거나 운해가 깔리면 장관일 것 같다.

전망 포인트를 하나 알아두었으니 언제든 다시 오리라.




일직선으로 쭉 뻗은 고속도로/ 보은 방향






청주방향


옥천군 안내면 월외리 선산에서 바라보는 앞산 전경이다.

어린시절 고향집 마루에서 바라보면 정면(서쪽)으로 차령산맥(당시에는 산맥이라고 가르쳤다)이병풍처럼 지나가고

왼편(남쪽)으로는 방아목리에서 서답불로 이어지는 산군이 솟아 있었다. 

새롭게 조성하는 가족묘지 자리는 이 두 마루금이 만나는 지점 기슭이다.






왼쪽 아래 마을이 옥천군 안내면 윌외리다.



5대조 할아버님 묘지에서 바라본 젼경

고향인 질신리에서 봤을때 방아목리에서 서답불로 이어지는 산군의 반대편을 서쪽에서 바라본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