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산행기/산행후기(종합)

염포동에서 무룡산까지

질고지놀이마당 2007. 5. 10. 08:27

<이 글은 2004년 11월에 쓴 산행기로서 개인 홈페이지에 올렸던 내용입니다.>

 

 

한달에 두번 쉬는 토요일을 맞아서 가벼운 산행을 떠났다.
요즘 상황이 상황인지라 멀리 갈 수는 없기 때문에 언제든 달려내려 올 수 있는 북구관내 뒷산으로 정했다.

어제 저녁 갑자기 제안을 했음에도 아내와 보름 전 군에서 제대한 아들 등 우리식구만 셋이고, 효섭씨랑 권오주 강영애 부부, 그리고 하헌주 담당도 동행하여 7명이나 되었다.
버스를 타고 염포동 중리에 내려서 동사무소 뒷편 임도로 코스를 잡았다.

얼마전 포장 공사를 한 임도와 수로가 엊그제 내린 호우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임도 공사에서 배수대책은 정교한 설계보다 현장 실정에 맞게 횡단배수를 대각선으로 짧게 짧게 끊어 주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은데 담당자들은 고지식하게 규정만 지키려고 한다.

출발한지 약 40여분, 이마에 땀이 날 즈음 전망이 기가막히게 좋은 염포산 정상(?)이 나타난다.
이곳은 울산에 내려와 양정동 셋방에서 신혼살림을 살면서 자주 오르던 곳이다.
현대자동차에서 예비군 훈련받으면서 각개전투장이 있었고, 단골 행군코스이기도 했던 이곳은 '290고지(?)'라 불렀는데 염포개항을 기념하는 공원조성 차원에서 팔각정 전망대 설치공사를 했다.

이곳에서는 울산시내는 물론 울산공단과 동구 북구 일원, 그리고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다 조망되기 때문에 아마 울산에서 이만큼 전망이 좋은 곳은 없을 것이다.
젊은시절, 아들녀석을 업고 오르기 불편하여 배낭에 넣어 짊어지고 올라오면 아빠 힘든 줄도 모르고 발을 구르며 좋아하던 추억이 떠오른다.
그 아들이 제대하여 오늘 함께 산에 오르니까  감회가 새롭다.

이곳 전망좋은 곳에서 쉬면서 옛 추억을 떠올리려 했는데 그런 추억을 알리 없는 아들녀석은 군에서 단련된 체력을 자랑하듯 저만치 앞서서 휘적휘적 올라가 버리고 아내 역시 아들따라 죽기 살기로 올라가더니 전망대에서 기다리지 않고 내처 가버렸다.
카메라를 들고 가버렸으니 전망대에서 사진은 꽝이다.

동구와 북구가 만나는 능선길은 산보에서 등산, 산악마라톤, 산악자전거에 이르기까지 입맛대로 어울리는 코스가 아닐까 싶다.
우측으로는 동해바다와 남목 주전이 한 눈에 잡히고, 좌로는 울산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신작로 같은 능선길이 계속 이어진다.
이 길을 처음 걸어보는 우리일행이 좋아하니까 산행을 제안한 내가 괜스레 으쓱한 기분이 든다.

그런데 앞에 달아난 아줌마는 혼자서 어디까지 갔는지 가도가도 보이지 않으니 길을 잘못 들 수도 있어서 불안해졌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앞서간 아지매(아내)도 한참 가다가 방향이 아니어서 되돌아 왔다고 하는데 아내를 따라 잡는다고 달려간 마라토너인 강영애 선수도 그만 갈림길에서 주전방향으로 가버린 것이다.

예비군 훈련장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무룡산(군부대)방향 길은 낮고 좁게 나있어 못볼 수 있고, 오른쪽 길이 좋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데 그 방향은 북동쪽으로서 주전(남목)으로 빠지게 된다.
초심자들은 북쪽 무룡산 방향을 가늠하면서 일단은 군부대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

염포산에서 무룡산으로 능선을 따라 '종주(이 표현 맞나?)'를 하려면 헷갈리는 곳은 이곳 갈릴길과 군부대 앞 갈림길이다.
그러나 군부대 앞에서는 무룡산이 가까이 보이므로 우측길로 내려가면 무룡산 방향이 아니라는 판단을 쉽게 내릴 수 있다.
부대 앞 헬기장에서 우측으로 가면 강동으로 내려가게 되고 부대정문으로 가면 바로 옆에 우회하는 임도가 있어 성불사 입구 갈림길에서 만나게 된다.
하여간 찾으러 간 사람을 또 찾으러 가는 소동을 거쳐 호크부대 앞 헬기장에서 다 모였다.

비가 오면 물길이 되어버리는 탓에 노면이 많이 파여버린 오르막길 보수와 길이 헷갈릴 염려가 있는 갈림길에 이정표라도 세워야 하겠다.
임도를 따라 심어놓은 산벚나무 역시 관리를 제대로 안한 탓에 생육상태가 좋지 못한데 이것도 보식을 하거나 새로운 수종을 추가로 심었으면 좋겠다 싶으니 할 일은 많고 재정은 빈약하다.

군부대를 우회하여 성불사 입구를 거쳐 잘 다듬어진 길을 따라 내려오면 율동에서 올라오는 길과 정자고개로 이어지는 임도로 연결되는 삼거리가 나온다.
거기 아주 기품있는 자태를 뽑내는 해송 한그루가 있어 쉼터를 꾸민다면 다리아픈 길손 쉬어가기 딱일 것 같다.

여기서 임도를 따라 걸으면 정자고개까지 거의 외길.
중간에 약천사로 가는 갈림길이 있으나 이정표가 있어서 길을 찾기 어렵지 않다.
그런데 바로 이곳 산두골은 정말 기가막힌 천혜의 요지라는 생각이 든다.
한때 화장장 후보지로 거론되었던 곳인데 사방이 산으로 막혀있고 하늘만 열려있는 듯하다.
병풍처럼 둘러선 산자락엔 잘 보존된 숲에 단풍이 절정인데 화장장은 물건너 갔으니 연수원이나 숲체험 야영장을 지으면 그저 그만이겠다.

이윽고 정자고개로 내려서서 잠시 정자방향으로 31호를 따라 걷다가 무룡산 정상으로 오르는 포장길에 접어들었다.
이제 일행은 허기도 지고 다소 지치는지 숨이차고 발걸음이 쳐지기 시작한다.  
아스팔트 포장된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가끔 쌩하고 지나치는 차량들이 밉상이다.
걷는 사람 처지를 좀 생각하면 차를 몰더라도 조심성을 가질텐데.

무룡산 정상 한국방송 뒷편에는 때아닌 고사상이 차려져 있었다.
왠 양복쟁이들이 차를 타고 줄줄이 올라오기에 눈살을 찌푸렸는데 알고보니 수능시험을 앞두고 고등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무룡산에서 학생들 수능 잘보라고 고사를 지내는 길이란다.
그 말을 듣고보니 차를 타고 왔다고 타박할 수는 없었다.
제자를 생각하는 샘들의 정성인데 그쯤은 이해 해야지.

다들 허기가 질 시간이라 점심을 차리는데 화봉에서 오르기로 했던 '북예사' 팀이 때맞춰 도착.
채홍달 회장님과 김명숙 김기철 부부, 김옥경 회원 등 4명이 합류하여 우리 일행은 11명이나 되는 대식구가 되었다.
아내는 밥을 적게 싸왔다고 걱정이 태산인데 마침 '북예사' 회원들이 푸짐한 준비를 해 온 덕에 점심은 진수성찬으로 변했다.
막걸리로 정상주도 나눠 마시고.

마침 고사를 시작하기에 체면불구하고 샘들 절하는 사진을 디카로 직접 찍었다.
대송고 샘들이라고 했다.
축문을 읽고 잔을 올리는 교장선생님을 비롯하여 둘러선 샘과 학부모 대표들의 진지함이 느껴져 카메라들고 앞에 다가가기가 좀 미안하지만 이해하시리라 믿고.
사진이 잘 나오면 보내드려야겠다.

그런데 그 분들이 가고 난 뒤에도 고사상은 또 차려져고 있었다.
중앙고에서도 올라왔고, 우리 북구관내 효정고 선생님들도 올라오셔서 교장선생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무룡산은 과연 울산의 진산이라는 명성과 영험함을 지닌 명산인가 보다.

맛있는 점심과 휴식의 덕분으로 가뿐하게 하산하면서 17일 수능시험을 치는 수험생들에게 무룡산 산신령님의 가호가 있기를 마음으로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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