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산행기/산행후기(종합)

기령제~동대산~무룡산

질고지놀이마당 2007. 5. 10. 08:49

 

이번 산행을 하게 된 계기는 노회찬 의원 초청 강연회가 끝나고 별도의 뒷풀이 자리에서다.
노 의원님과 당 간부들 뒷풀이 자리에 갔다가 별도로 모인 뒷풀이 자리가 또 있어서 들렀더니 편안한 사람들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그 자리서 '뻐꺼'님이 이번 토요일 놀토인데 산에나 가자고 제안한 것이 시초다.
"됐나?"
"됐다"
해서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산행인데 무려 17명이나 모였다.

길 안내는 내 몫으로 돌아왔다.
알고 보면 쉬운 길이지만 모르는 상태에서는 쉬운 문제도 어려운 법.
난 이 길을 제대로 알기까지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제법 댓가를 치렀다.
그 덕에 이제는 능선이며 골짜기가 머리속에 훤하게 그려진다.

그런데 아침에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자원화시설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학생들 등교거부를 시켰단다.
약수초등학교 학생 중에서 670명쯤 결석이란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하지만 내가 가서 해결할 수있는 일도 없고, 내가 길잡이를 맡은 탓에 일단 산행에 나섰다.
항상 연락이 닿는 위치인데다 여차직하면 뛰어 내려와도 한시간이면 될테니까.

세 팀으로 나눠 기령제에 모여서 출발한 시각은 10시가 조금 지나서다.
한팀이 지각하는 바람에 1착을 한 팀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단체가 움직일 경우는 시간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초급 산행자들이 유념할 일이다.
하여간 임도를 들어서면서 산불감시원에게 신고하고 '뻐꺼'님의 산행시 주의사항에 대한 훈시를 듣고 화이팅!을 외치고는 출발이다.

능선을 따라 잘 정비된 길은 잔 자갈 혹은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어 팍팍한 느낌을 준다.
얼마 걷지 않아 일행은 세 무더기로 나눠지고 문장대 산행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것처럼 뮤즈님, 혜진, 복희 님은 선두그룹이다.
부부가 함께 참석한 정달주님은 잉꼬부부 티를 내는지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
북예사팀 명숙 옥경님은 소녀처럼 '산보대형'을 이루며 그저 하하호호 즐겁기 그지없다.
산행에는 처음 같이한 손옥미 총무님은 산행 자세가 딱 잡혔다.

잠시 후 아득하게 멀리 보이는 무룡산 중계탑을 본 일행은 언제 저기까지 걷겠냐는 표정이다.
그렇지만 산을 걸어보면 사람의 발걸음도 쉬지않고 걸으면 무섭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팍팍한 임도라서 채 한시간도 안돼 지루함을 느낄즈음 동대산 정상에 다다른다.
활강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동대산 정상은 조망도 일품이다.
잠시 쉬면서 간식을 먹고 다시 출발.
역시 길은 단조롭다.
여름에 토함산까지 걷던 추억을 되살려 본다.
그 때는 혼자였고 엄청 더울 때였으니 지금은 호시라운 산행인 셈이다.

이윽고, 동대산 자락을 뒤로 하고 무룡산 자락으로 건너가기 위한 내리막.
여름에 한창 진행하던 임도 개설이 상당히 진행되어 있다.
이제 내년 공사만 마치면 다 연결될 것 같다.
빨리 연결시켰으면 하는 바램이 컸는데 막상 닦여진 임도를 보니 자연 훼손이 만만치 않아서 한편으론 이게 잘하는 일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임도가 아닌 숲터널과 같은 능선길을 지나면 넓은 분지다.
다들 탄성을 터트린다.
넓은 분지에 졸졸 흐르는 샘물도 있고, 겨울초를 비롯한 채전이 있다.
아직 시간이 좀 이른데도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몇 일행이 이거 채소 솎아줘야 하지 않느냐며 좀 뜯어서 먹자고 한다.
누군가 "아서라! 구청장 욕보일 일 있냐"며 핀잔을 주어도 쉽게 물러설 태도가 아니다.
내가 밭 주인과 수인사를 나눈 사이라서 나중에 인사를 드릴 요량으로 약간의 채소를 뜯어서 씻으니 완전 무공해 청정채소의 맛이 일품이다.
(에구~ 어쩔 수 없이 나도 채소서리 공범이 되었음)

각자 가져온 점심을 풀어놓으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술병을 꺼내 놓으니 금새 비워진다.
정상주도 아니고 하산주도 아닌, 어정쩡한 높이라서 중턱주라고 해야 할까.
우리와는 반대방향으로 무룡산에서 동대산으로 겨쳐 기령제로 가는 일행을 몇 팀 만났다.
이 코스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

얼마간의 휴식 후에 다시 출발.
여기서 부터는 임도와 산길을 번갈아 걷기 때문에 지루함을 덜 느낀다.
멀게만 바라 보이던 무룡산이 이윽고 바로 눈앞이다.
무룡산 정상으로 오를 것인가 우회할 것인가의 갈림길에서 다들 오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상에 올라 걸어 온 길을 되짚어 보면서 스스로들 대견한 표정이다.

단체 기념사진으로 산행보증서를 대신하고는 하산이다.
바쁠 것도 없는 터여서 여유롭게 걷다 보니 4시간 코스의 거리를 6시간 쯤 걸렸다.
이렇게 가깝고 쉬운 곳부터 재미와 자신감을 얻는다면 1년쯤 후에는 아마도 설악산 용아릉에 도전해도 될 것 같다.

<추신> 마우나오션 입구 기령제에서 출발하여 동대산을 거쳐 무룡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가파른 오르막이 거의 없고 전망이 좋아 가족단위 코스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