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산행기/산행후기(종합)

'진실모'회원들과 함께한 속리산 문장대

질고지놀이마당 2007. 5. 10. 08:35


 

<2004년 가을 북구에서 활동하는 '진실모' 회원들과 함께한 산행기 - 개인 홈페이지에서 옮김>

토요일(10. 23)에 진실모 회원들을 따라 속리산 산행을 다녀왔다.
행사가 겹쳐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지만 단합 잘되는 '진실모' 회원들이 고향에 있는 산행을 한다기에 다른 행사를 포기하고 아내와 함께 동참을 한 것이다.

관광버스 사정으로 출발 예정시각이 많이 늦어진 바람에 속리산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기 직전 점심식사를 한 다음 오후 1시 40분경에 산행을 시작했다.

시간상 문장대 왕복은 무리였으나 산행을 안하면 애써 따라온 의미가 없어서 오르기로 하였다.
44명의 참가자 중에서 문장대까지 오른 회원은 약 절반정도.
나머지 회원은 법주사 경내에서 놀다가 내려가서 놀았거나,
일부는 오르다 세심정 정도에서 내려갔다고 한다.
기를 쓰고 문장대 오른 회원들은 탁트인 전망과 절정을 막 지난 단풍을 만끽했다.
정상에는 벌써 낙엽이 떨어져 황량한 감이 들었으나 산 허리 부근은 절정이었다.

여성 참가자 중에서 홍0진, 손0희 님은 내 걸음에 뒤쳐지지 않는다.
시간이 촉박하여 간식과 기념사진을 찍고 서둘러 하산길.
원래 5시 반까지 집결을 하라고 했는데 높이 1,000m가 넘는 고지에 왕복 15km 넘는 등산을 3시간 반만에 갔다 오기란 무리였다.
게다가 일행 대부분이 여성들이다.

일행이 내려 온 시각은 땅거미가 내려앉아 어둑어둑한 6시경.
여기서 고백하건데 나 혼자서 '외도'를 했다.
문장대에서 일행이 모두 하산하기를 기다려 맨 후미에 남았는데 올랐던 길을 다시 내려가기는 좀 뭣해서 신선대 쪽을 거쳐서 내려오는 우회로를 택한 것.
세심정을 기준으로 할 때 부채꼴이 되는데 돌아봐야 오르내리는 능선길 1.1km라서 넉넉잡고 20분이면 될테니까 일행을 따라 잡기는 어렵지 않다고 판단했다.

거의 뛰다시피 능선을 달려 신선대에서 - 경업대 - 세심정으로 내려오는 길은 꽤 가파르다.  
세심정 - 문장대 코스는 정체가 생길정도로 인파가 붐볐지만 신선대 코스는 한적하기 그지없어서 속도를 내기도 그만이고, 단풍도 아주 좋다.
만약 시간에 여유가 있는 산행이었다면 그 길을 안내하고 싶을 정도였다.

앞서간 일행을 따라 잡겠다고 내려오는 길도 거의 뛰다시피 했더니 그만 앞질러 버린 모양이다.
법주사 입구에서야 일행을 만났는데 후미가 아니라 선두라는 것이다. @@~

법주사 - 매표소까지 오리숲을 지나 광장에 다다르니 마침 단풍축제를 막 시작하기 직전이었다.
이기매 회장과 아내가 기다리고 있다가 보은군수님이 여러차례 전화를 하고 기다렸다고 해서 불나게 행사장 앞으로 찾아가 선자리에서 인사를 드리고 돌아섰다.
산에서 막 내려온 몰골이라 행색이 초라하기 그지 없어서 기관장들에게 예의가 아니다 싶었지만 그래도 반가이 맞아 주시는 모습에서 고향의 푸근한 인심을 느낀다.

그 와중에도 군수님께서는 지역 농산물인 사과와 대추를 챙겨 주시는데 부피가 큰 사과상자는 들고 내려올 엄두가 나지 않아서 사양하고, 대추는 감사히 받아서 나눠 먹었다.

이리저리 시간이 지체되어 울산으로의 출발은 6시 40분경.
그런데 다들 출출한 참이라 참이며, 간식을 먹느라 부산함 속에서 어쩌다 차가 가고있는 방향을 보니 직감적으로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정표를 확인해 보니 기사양반 엉뚱하게도 청주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아침에도 30분 이상 지각을 하더니 돌아오는 길은 헷갈리는 바람에 1시간 이상 지체다.
그런데 이 기사양반 낙천적인 성격인지, 바쁘거나 미안한 기색도 없이 "이리가도 됩니다" @-@
하기사 길 잘못든 것을 모르고 계속 갔다면 괴산으로 가거나 미원을 거쳐 청주로 빠질텐데 어디로 가든 멀리 돌아서 그렇지 울산으로 오기야 와 지겠지. ^^*

어느 정도 늦을 것을 각오했으나 이리되면 12시 안에 울산도착은 어렵다.
귀가 시간이 늦어지자 혼자 온 주부들은 남편이랑 아이들한테 전화거느라 잠시 부산하다.
그러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음주가무'가 시작된다.

산에 오르지 않은 회원은 차에서나마 '운동'을 하기 위하여,

산에 올랐던 회원들은 뭉친 근육을 푸는데 좋다는 그럴싸한 이유가 만들어 진다.
적당한 알콜과 적당한 어둠은 아주 편리한 마음의 커텐이었다.
산행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오가는 차안에서 노는 재미가 더 쏠쏠한 건지도 모르겠다.

산행을 한번 하더라도 출발부터 도착까지 차시간은 물론, 산행시간도 빈틈없이 준비하는데 익숙해 있었는데 오늘 일정은 그와는 정 반대의 자유분방함의 극치다.
그런데 그냥 관객의 입장이 되어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듯 이런 자유분방함에 휩쓸려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