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산행기/영남알프스

영남알프스 석남터널~능동산 산행기

질고지놀이마당 2007. 5. 15. 17:34

2월 11일 토 흐림

* 석남터널(10:00) ~ 돌탑 갈림길(11:10) ~ 능동산(12:25~12:40)) ~ 돌탑 갈림길(13:30) ~ 입석 능선(14:10) ~ 휴게소 하산(14:40)

혼자 산행을 다니는 미안한 마음에 아내에게 눈 쌓인 산에 같이 가자고 제안했더니 선뜻 따라 나선다.
대신 눈길을 감안하여 높지 않고 완만한 능선길로 어디가 좋을까 생각 끝에 떠오른 것이 능동산 코스다.

석남터널에서 능동산 방향으로 오르는 능선길

석남터널 부근에 이르니 주말이라서 많은 등산객들로 인해 주차전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멀찌감치 차를 세우고 능선까지 약 15분 정도 걸으니 벌써 모락모락 더운 김을 피워내기 시작한다.
대다수의 등산객들이 향하는 가지산 정상방향으로 가지 않고 반대편으로 걸으니 맞은편에서 오는 등산객들은 벌써 올라갔다 내려오느냐며 부러워하는 눈치다.

능동산 방향은 눈이 거의 녹지 않고, 다닌 사람도 많지 않아서 눈이 발목이상 빠진다.
날씨가 좋지 못해서 탁 트인 경관을 멀리까지 볼 수 없음이 아쉽지만 평소 눈 구경하기 어려운 울산에서 드물게 누리는 심설 산행의 묘미다.

바람이 눈을 몰아다 쌓아 놓은 능선 길
돌탑 갈림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내친 김에 능동산 정상까지 다녀오기로 하였다.
빤히 건너다 뵈는 능동산 정상까지는 완만한 오르막이 한두 차례 뿐이어서 왕복 두 시간이면 충분히 다녀올 것 같다.


돌탐에서 바라 본 천왕산과 주능선

쌓인 눈이 깊어 굴참나무 사이로 앞 사람이 걸은 발자국을 따라 걷는 걸음이 단조롭기 그지  없지만 호흡과 발을 맞추며 걷는 셈이어서 능률적이다.
얼마간 가다보니 참으로 멋진 소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산행을 다니다 보면 잘 가꾼 분재처럼 수형이 아름다운 나무를 숱하게 만나게 되는데 인위적으로 다듬지 않고 자연적으로 형성된 아름다움에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리고 도무지 살기 어렵다 싶은 바위절벽에 뿌리를 내리고 수십 년  이상 살아 온 소나무를 보면 그 모진 생명력 앞에 경외감마저 느낄 정도다.


암릉 구간에 분재처럼 자란 소나무

특히, 소나무는 척박한 땅과 바위틈에서도 싹을 틔워 뿌리를 내리는 끈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어서 우리 민족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나무이기도 하다.
모진 생명력과 어떠한 악조건에도 굴하지 않는 불굴의 기상은  바로 '의지의 한국인'이리라.
아주 작은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과 더불어 틈새를 넓히면 흙먼지와 비가 스며드는 과정을 매년 되풀이 하면서 스스로 생존공간을 넓혀간다.
겨울이 되어 물이 얼면서 부피가 팽창되는 힘은 바위틈조차 벌리고, 몇 년 반복하게 되면 마침내 바위도 깨어지고 만다.


능동산 오르막에서 본 가지산

오르막이 완만한데도 능동산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경사도가 조금씩 높아지고 눈이 무릎까지 쌓여서 아내의 발걸음은 자꾸만 쳐지는 바람에 정상까지 예상보다 다소 지체된 1시간 15분이 걸렸다.
능동산은 높이 891m로 결코 낮은 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밋밋한 봉우리가 별다른 특색이 없고, 주변에 1,000m가 넘는 고봉이 즐비한 탓에 등산객들로부터 산 대접을 받지 못한다.


능동산에서 본 제약산-천왕산, 날씨가 흐려 전망이 썩 좋지 못하다

정상에 세워진 정상표지석도 초라하기 그지없다.
전망은 괜찮은 곳이나 구름이 끼고 스모그 현상으로 인해 신불산 천왕산 가지산 봉우리가 보일 듯 말 듯 흐릿하다.
이런 실정을 반영하듯 우리 부부가 정상에 잠시 머무는 동안 다른 등산객들은 그냥 지나쳐갈 뿐이다.

다른 이들에게는 아무 감흥이 없는 '야산'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작년 4월에 쓴 '봄날의 슬픔'에서 언급한 故 이경섭과 함께했던 추억이 어려 있는 곳이어서 내겐 감회가 어린 곳이다.
당시 ‘현노신’ 회원들 수련회를 산 아래 연수원에서 하면서 간단한 산행을 하고는 기념촬영을 했었는데 커다란 나무막대기를 들고 도사처럼 폼을 잡았던 경섭이 얼굴이 떠오른다.
김밥으로 간단히 요기를 한 다음 풍경사진 몇 장 찍고는 올라 온 길을 되짚어 하산.


석남터널 지나 밀양쪽 방향에서 본 능동산

내리막 하산 길은 힘든 구간이 없어서 돌탑 갈림길까지 50분 남짓 걸렸다.
여기서 석남터널 쪽으로 난 편한 등산로를 버리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다소 험난한 암릉 길로 접어들었다.
어제 혼자 보기 아까웠던 입석대 경관을 아내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멋진 경관을 보면서는 탄성을 지르면서도 예상했던 대로 힘들고 위험한 길로 데리고 왔다는 것에 대한 불평이 쏟아져 나온다.


암릉 구간에서 본 배내골 방향 설경. 오른쪽 끝 봉우리가 능동산.

한 가지 좋은 점을 취하면 다른 하나는 불편을 감수하거나 양보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거늘.
예컨대 주식과 예금처럼 높은 수익을 원해서 주식에 투자하면 대신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안전한 은행예금을 선호하면 높은 수익은 기대하지 말아야 옳다.
하지만 내가 정한 코스가 아무리 호의라 하더라도 아내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만의 대상일 뿐이다.
일방적인 의사결정의 문제점이 부부사이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난 셈이다.




암릉구간에서 바라본 가지산, 고헌산, 절벽

그렇다 하더라도 나 역시 좋았던 산행기분이 구겨지는 기분이다.
이러니까 혼자 바람처럼 떠나는 산행을 동경하고 예찬 할 수밖에...
혼자 혹은 전문 산꾼들과의 산행을 다니되, 가끔은 아내와 동행할만한 코스를 찾아서 산보하듯 여유로운 산행을 안배하는 것으로 타협점을 찾아야 하겠다.
어쨌든 아련한 추억도 되새겨 보면서, 아내와의 동행 덕분에 좋은 경치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이라도 한 장 남길 수 있었던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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