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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태극종주 사진보기 13/국골사거리~외고개

질고지놀이마당 2007. 5. 25. 22:46

하봉에서 국골사거리로 내려오다가 뒤 따라 온 나홀로 산꾼을 한명 만났다.

서로 경계하느라 행선지를 밝히지 않다가 믿음이 생겨 말문이 열리자 그 또한 전형적인 산사람이다.

 

달밤에 훌쩍 나서 주능선 종주는 예사고,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5시간 남짓에 주파한다니 놀랄따름...

바람같이 산을 타는 그는 역시 통제구간인 칠선계곡에서 3시간 반만에 천왕봉에 올랐다가 이곳을 돌아 추성리로 하산하는 중이라고 했다.

적발되면 우린 50만원, 그쪽은 100만원짜리라는 농담을 건네며 웃었다.

 

국골사거리에는 안내팻말이 있었다.

이 곳에서 좌측은 국골, 직진은 추성리로 빠지는 길이다.

가야할 방향인 새재 ~ 왕등재 방향은 우측인데 언뜻 보기에는 가랑잎이 덮고 있어서 길 같지가 않다.

 

국골 팻말에서 직진으로 50여m 쯤 가면 탁트인 전망이 나타난다.

어느 지도에는 이곳이 두류봉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아래사진 석장은 전망좋은 이곳에서 찍은 것이다.

 

주능선에서 북쪽으로 흘러내린 지능선과 멀리 반야봉을 필두로 서부능선의 끝인 덕두봉에서 인월로 흘러내린 능선이 눈에 잡힌다.

 

하봉 너머로 중봉과 천왕봉이 겹쳐져 있어 자세히 보면 확인이 가능하다.

 

추성리로 내려가는 능선

 

11:03 국골사거리 도착해서 사진촬영 및 간식을 들며 약 20분 휴식을 취하고 새재 방향으로 향했다. 

 

팻말이 없어 쑥밭재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으나 이 사진을 찍은 부근이 쑥밭재로 생각된다.

왼쪽 가장 높은 하봉(?)에서 내려오다 뾰족한 봉우리에서 부드럽게 흘러내린 능선을 타고 내려왔다.

 

키만큼 자라 터널을 이루는 산죽군락을 한동안 헤치고 진행하다 시야가 트인 곳이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써리봉에서 치밭목대피소를 지나 흘러내린 능선상의 봉우리로 보인다.

 

독바위다.

바위 형상을 보니 독바위란 이름이 붙여진 이유를 알겠다.

아주 커다란 장독을 엎어놓은 형상이다. 전라도 말로는 독을 도가지라 한다던가...

 

독바위로 오르는 밧줄을 타고 오르니 전망이 그저 그만이다.

잠시 땀을 식히면서 주변 경관을 조망하고 사진으로 남긴다.

앞에 쑥밭재 부근에서 찍었던 사진보다 더 나은 위치에서의 조망이다.(아래 석장)

 

 

계곡은 새재마을에서 덕천강으로 흐르는 지류이고, 멀리 웅석봉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내일 걸어야 할 여정이다.

 

왼쪽 돌출된 바위가 있는 곳이 새봉

 

 

장터목에서 아침을 먹고 내처 걸었으니 시장기를 느끼며 피로감이 몰려온다.

12:56 새봉에 도착하여 라면과 까만콩님의 주먹밥을 함께 끓여서 점심을 먹는데 시장이 반찬이라고 꿀맛이다.

40여분간 식사와 휴식으로 기운을 차리고 13:38 출발하면서 천왕봉에서부터 걸어 내려온 능선을 돌아보니 까마득 하다.

 

올망졸망한 봉우리가 수도 없는데다 팻말이 없으니 지명을 다 기억할 수가 없다.

앞에 아담하고 선명한 봉우리 너머 중간 능선은 외고개를 지나 왕동재습지에서 서왕등재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저 멀리 가장 높은 봉우리가 웅석봉이고 우측으로 일자로 이어지는 능선이 내일 걸어야 할 구간이다.

 

새재에서 내려다 본 민가다.

3박4일 일정으로 변경하면서 저곳에서 민박하려고 했으나 시간이 이르고 마지막날 가야할 거리가 너무 멀다는 생각에 밤머리재까지로 연장했더니 오늘(3일차) 일정이 좀 빡시다.

피로가 쌓이면서 달콤한 휴식에 대한 유혹이 손짓을 하는 것 같다.

 

14:20 새재를 지나 다음 고개인 외고개로 향한다.

'까만콩'님은 부산까지 가야하는 일정상 외고개에서 하산하겠다고 했다.

산길을 걷다 보면 여럿이 함께 가면서 혼자이고, 혼자이지만 함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리 여럿이 와도 자기 몸은 자기가 책임져야 하므로 혼자인 셈이고

혼자 왔다고 하더라도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고 받게 되므로 혼자가 아닌 셈이다.

이름모르는 누군가가 붙여 놓은 시그널 하나가 때로는 수많은 동행인 보다 큰 도움이 되지 않는가! 

 

앞에 밋밋하게 흘러내린 능선의 가장 낮은 지점이 외고개고,

다시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왼편에 나무없는 부분이 왕등재습지부근이다.

그 너머 잘록한 안부가 서왕등재(?), 주욱 이어진 능선을 약 4km 쯤 오르내리면 동왕등재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