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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태극종주 사진보기 14 / 왕등재~밤머리재

질고지놀이마당 2007. 5. 28. 11:52

나홀로 걷는 초행길 구간이라 길을 꼼꼼히 확인하며 진행한다.

외고개에서 내려간 '까만콩'님이 길을 잃기 쉬운 왕등재 습지구간을 잘 알려줘서 무사통과다.

오르락 내리락 파도타기 하듯 서 왕등재에서 동왕등재로 향하는 길이 제법 지루하다.

짝을 찾거나 새끼를 부르는 것일 새소리 외에는 적막강산이다.

 

입산통제 구간이라 그런지 시그널도 거의 없고,

무엇보다도 위치를 알려주는 팻말이 없으니 봉우리나 고개이름을 짐작으로 파악할 뿐이다.

하지만 날씨가 좋고 조망이 좋은 능선이라 주변을 살필 수 있어 방향을 잡기가 좋다.

하지만 밤길이나 안개 구름 등으로 시야가 가리면 상황은 딴판으로 변할 것이다.

 

그리고 주능선과 달리 천왕봉~밤머리재 구간은 장터목대피소를 지나고 나서는 식수를 조달하기가 쉽지 않으니 초행길을 가는 경우에 유념할 일이다. 

도중에 산꾼들이 개발해 놓은 샘이 있다고는 하나 초행길에 찾기도 쉽지않고 어느정도 발품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미리 넉넉하게 준비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물을 좀 많이 지고 가느냐, 가볍게 지되 중간에 샘터로 '물보투'를 할 것인지는 각자 판단할 일이다.)

 

왕등재 습지.

예상했던 것보다 규모도 작고 언듯 보기에 다양한 생물종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까만콩 님이 하산하면서 물걱정하는 나에게 반병남은 물조차 따라주고 갔는데 아무래도 물부족 걱정이 돼서 습지 아래 졸졸 흐르는 물을 담고보니 탁해서 마땅치가 않다.

그래도 산행에서 물없어 당하는 고생이 얼마나 큰지를 알기에 비상용으로 담았다.

 

왕등재 습지를 지나 첫번째 무명봉에서 조망

 

 

앞에 짙은색의 봉우리 건너 가장 높은 곳이 웅석봉.  많이 가까워졌다.

 

 

도토리봉. 동왕등재까지 한참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서 도토리봉을 넘으면 밤머리재다.

 

 

밤머리재로 올라가는 고개길이 보인다.

 

동왕등재 부근은 낙엽이 두껍게 쌓여 있어서 푹신한 양탄자를 깔아 놓은 것 같다.

 

 

도토리봉 정상. 이제 내려가는 길만 남았으니 정상에서 해지는 모습을 지켜보기로 했다.

 

헬기장에서 양말까지 벗고 해너미를 기다렸다.

남은 거리를 가늠하며 아껴 마시던 물을 다 마셔버렸다.

 

이런! 구름이 노을을 가려버린다. 다 좋은데 일출과 낙조는 연이 닿질 않나보다.

 

 

 

 

밤머리재로 다 내려온 즈음 어둠이 내리면서 또하나의 태산처럼 웅석봉이 앞에 턱 버티고 있다.

 

밤머리재 부근에서 민박을 좀 알아봐 달라고 진주에 있는 지인에게 부탁을 했더니 차를 몰고 이곳까지 단숨에 달려왔다.

기다리다 못해 도토리봉 중턱까지 치고 올라 온 그는 작년 여름에 설악산에서 집중호우로 고립되어 4박5일간 함께 생활하면서 의형제처럼 지내기로 한 진주의 산꾼 성*기 아우님이다.

정담을 나누며 어둠이 내리는 밤머리재에 도착, 3일차의 행군을 마친다.

 

주위에 벌통이 많이도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