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동아리/풍경사진

사연댐 상류 수몰지역 한실부락을 찾아서

질고지놀이마당 2007. 6. 21. 11:24

봄 소풍을 가듯 설렘과 기대를 안고 찾아 간 사연댐 상류 한실마을 수몰지역

 

소시적에 처녀 선생님으로 오지중의 오지인 한실마을 분교에 부임하여 아이들을 가르치던 자운영님

그 자운영님과의 친분으로 함께 한실마을로 추억여행을 갔다가 애잔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홀딱 반해버린 이화월백님

두 분의 '호들갑'은 마른 하늘에 번개를 때렸고, '연하고질(煙霞痼疾)' 회원들은 덩달이가 되어 함께 이곳을 찾았다.

 

 

갈수기 수위가 낮아져 뭍으로 드러나면서 넓은 초지로 변한 수몰지역

장마가 시작되어 물에 잠겨버리면 언제 이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나그네의 눈에도 숙연함을 느끼게 하는 풍경

돌담의 형태와 그루터기 등이 이곳이 논과 밭, 그리고 마을을 이루고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잠시 뭍으로 드러난 틈새를 놓치지 않고 씨앗을 틔우고 번식을 이뤄내는 잡초들의 경이로운 생명력

수위 변화에 따라 시차를 두고 자라나는 새 생명이 연출하는 자연의 색감, 이를 아름답다고 표현해도 되는 것인지...?

 

 

과거로의 시간여행/ 잃어버린 추억을 찾아서...

 

  

 

물의 궤적

  

 

상처와 흔적

  

 

반구대 바위에 새겨진 사냥과 고래잡이 그림만으로도 우리는 선사시대부터 수천년 역사를 이어 온 배달의 문화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갖는다.

하지만 그 곳에서 대대로 뿌리를 이어 온 태고적 삶의 흔적들을 찾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 되었다.

 

어쩌면 수몰로 인한 상실은 분단으로 인한 상실보다도 더 깊은 상처일지도 모른다.

되찾거나 복구할 수 없는 영원한 상실이기에...

 

 

돌담 너머로 아이들 웃고 떠들며 뛰어노는 소리, 개짓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을 시골마을 정경이 눈에 그려진다. 

이곳에서 나고 자라던 이들의 추억과 꿈은 다 어디로 갔을까?

 

떠날 사람 떠나고 산 기슭에 새 터를 잡은 사람들로 명맥을 이어 온 한실부락.

이제는 잠겨버린 추억과 꿈을 찾으러 오는 이들을 위한, 청정마을 민박촌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수몰의 상처 위로 내려앉는 일몰 풍경을 보고자 했던 기대는 옅은 구름 때문에 접어야 했다.

하지만 멋진 낙조가 아니어도 '연하고질' 별난 멤버들은 스스로 볼거리와 즐거움을 만들어 가는 재주를 갖고 있다.

신기하리만치 날벌레가 하나도 없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부드러운 바람, 은은한 조명을 밝혀주는 달 별빛 아래서 만남과 소통은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