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질고지칼럼

6. 해외견학 보고서- 시키市 편

질고지놀이마당 2008. 6. 19. 14:42

관리자 (2004-07-08 10:50:26, Hit : 281, Vote :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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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지방자치 모범사례 견학보고(2) - 시키 市편



시키市는 동경에서 약 한시간 거리에 있는 사이타마縣의 조그만 도시다.
면적은 9.06㎢ 북구 송정동보다 조금 작으며, 인구는 66,700명 정도로 북구의 절반 수준이다.
전년도 당초예산 규모는 162억 엔으로서 환율을 감안하면 북구보다 많지만
일본 실정으로는 적은 편이다.
65세 이상의 고령화 율은 12.8%로 무사시노市 보다는 낮지만 북구에 비하면 3배 가량 높다.

한국에서 대규모 지방자치 연수단이 방문한 것은 우리가 처음일 정도로 스키市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스키市나 시장 입장에서는 대단히 영예로운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도 특별히 환대하는 이벤트는 없었다. 다만 유수 언론 기자들의 취재가 있었을 뿐.

<64세의 '청년시장' 호사카 쿠니오>

우리 일행은 스키市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출발에 앞서 강 교수가 보내온 소개 글이 전부였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 연수를 안내한 강형기 교수와 학문적 동지이자 친구인
고바야시 교수가 추천해서 방문하게 된 것이었다.
평범하다 못해 이렇다하게 내세울 것도 별로 눈에 띄지 않고,
화려한 성공사례도 들은 바 없는 '변방의 작은 도시'를 한국의 젊은 단체장 일행에게 꼭 보여주려 했다면 필시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호사카 시장이 직접 특강을 하고, 질의 응답까지 진행한다.
이것만으로도 두 곳 모두 단체장들이 대단한 호의와 열정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키市의 시장은 호사카 쿠니오氏다.
1941년생이니 우리나이로는 올해 64세로서 시장 경력 2년 남짓한
겉보기에는 몸집도 작고 외모도 평범한 노인이었다.
그런 그가 강조하는 것은 경영마인드와 주민참여,
그리고 지방과 국가 간에 종속 관계를 탈피하고 파트너 쉽으로 맺어져야 한다는 등
별반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또한 시장 임기가 끝나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기껏 들려주는 이야기가 보편적인 상식 수준 아닌가?
그러나 일찍 단정하여 실망하기엔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남아 있었다.
지방자치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의 권위 있는 교수가 추천했을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좀 더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 보자.

<市長의 정치력이 개혁의 견인차>

아니나 다를까, 호사카 시장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었다.
관 주도의 획일적 제도의 문제점과 비효율적인 조직과 제도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하고
지방으로부터 국가를 바꾸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심지어 그는 시장제도 폐지를 건의했다고 한다.
철저한 경영마인드를 가진, 호텔 지배인과 같은 시정 메니저로 대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내용이 열기를 더하자 강 교수가 호사카 시장이 역설하는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제자가 하던 통역을 자청했다.
자치단체 운영을 기업 경영으로 비유하면서 과단성 있고 지속적인 개혁을 부르짖고 있었다.

32년 전 32세의 나이로 지방의원이 되어 市의회와 縣의회 의장을 두루 거치면서
환갑이 지났으니 우리 정치현실에 비춰보면 노회한 정치인이 되어
안락함과 명예를 추구하련만 호사카 시장은 청년 못지 않은 열정으로 개혁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여담이지만 호사카 시장의 외모는 이렇다하게 내세울 것이 없었다.
본인 스스로도 외모에 대한 콤플랙스를 가지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호사카 시장의 정치적 영향력은 縣지사나 국회의원들보다도 크다고 한다.
그런 그가 시끼市 시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그의 정치적 힘을 이용해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라고 했다.
실제 개혁의 장애물을 극복하는데 그의 정치적 힘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후일담으로 그가 만약 '얼 짱'이었다면 중앙정치무대로 진출하고도 남았을 것이란
얘기를 듣고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내용보다 껍데기가 우선하는 현실인가 싶어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비단잉어가 떼로 몰려다니는 도심하천>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한 뒤 약 30분 정도 시간이 있어
시청 앞뒤로 흐르는 두 개의 하천 둑을 잠시 거닐 기회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하천은 갈수기에는 대부분 말라버리는 데 비해
일본의 하천 대부분은 일정한 양의 물이 항상 흐르는 것이 신기하다.
시키市廳 앞을 흐르는 하천(야나세 가와)을 보니 깨끗한 물 속에 비단잉어가 놀고있었는데
어쩌다 한 두 마리가 아니라 떼를 지어 몰려다니고 있었다.
우리 한국에 비교하면 동천강이나 신천천에 물이 마르지 않고 팔뚝만한 잉어떼가 살고 있는 셈이다.
만약 울산시내  하천에 월척 이상의 물고기 떼가 산다면
그놈 잡으려고 설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시청 뒤편을 흐르는 하천(신카시 가와)은 물 흐름이 완만하고
수질도 상대적으로 탁했으나 는데 역시 잉어떼가 살고 있었다.
앞의 야나세강은 물 흐름이 빠르고 홍수에 대비해 하천 둑을 높은 옹벽으로 둘러쳐서
생태환경과는 거리가 멀었으나 어쨌든 수질은 훨씬 좋았다.
하여간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행정구역이 다를지라도
자치단체별로 일반 생활하수를 철저히 분리하여 처리한다고 했다.
하류지역의 수질과 수량이 유지되는 것도 상류 지역 하수를 철저히 처리하여 다시 방류하기 때문이란다. 그 물에 잉어떼가 살고 있는 것이다.

<제방의 큰 나무와 둔치를 이용한 체육시설>

궁금증이 남아 다음 날 새벽 운동을 겸해 상류 지역을 살펴보러 갔다.
제방위로는 산책로가 잘 정돈되어 있고, 제방 안쪽에는 아름드리 벚꽃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또한 직접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하천 부지를 최대한 활용하여
각종 체육시설 단지로 조성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폭이 넓은 강변에는 골프장을 비롯하여 야구장 축구장 등,
온갖 체육시설과 편의시설이 집단을 이루고 있는 지도를 보면서
좁은 국토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휴식시간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시청 직원들에게 질문했더니
시나 현의 직영도 있고, 골프장은 민간시설이라고 했다.
여름 장마철에 물에 잠기지 않느냐고 했더니 큰물이 지면 잠긴다고 했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어떤가. 둑을 이용해 자전거 도로를 내려해도,
둔치에 하상 공원이나 체육시설, 간이 주차장을 만들려해도 검토의견은
홍수빈도가 어떻고 하며 '절대 아니 되옵니다'이다.
작은 것이라도 뭘 좀 해보려고 하면 법, 법령, 규칙, 지침 등으로 막혀 있다.
단체장 지침을 따랐다가 징계 받을 일이 두려운 관계공무원들부터 안 된다고 하니
자치단체장 재량으로 할 일이 별로 없다.

요즘은 국내에도 수도권 지역은 하천 활용이 늘고 있는 추세인데
일본의 사례를 보면서 하천 둑에 나무를 심는 것이나 하천 바닥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엄격하게 제한하는 국내 치수정책의 고정관념을 확 바꿀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린 사무실과 자원봉사자>

잠시 시청 각층을 돌면서 사무실을 살펴보았다.
대체로 일본 공무원들 책상은 어지러울 정도로 각종 자료와 서류가 쌓여있다.
이점은 퇴근 때 책상이 깨끗하게 정돈하지 않으면 보안검열에 걸리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시청 건물은 오래되어 낡은 편이었다.
화장실엔 좌변기가 남아 있으며, 계단이나 내부 구조도 불편한 점이 많다.
의회 층 복도는 더 낡아 있었다.
그렇지만 일본 단체장들은 청사 건물을 '삐까번쩍' 하게 지으려는 경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국력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능력을 감안하면 검소하다.
대신 문화 복지시설 투자에 우선하는 점 본받을 일이다.

각층 사무실은 북구청 민원실처럼 칸막이가 없이 탁 트인 구조다.
창구 입구에 '업자의 출입을 금함'이라는 팻말이 군데군데 있다.
관련 사무와 이해관계가 있는 업자는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판인 셈이다.
그러고 보면 일본은 각종 팻말과 구호가 참 많다. 시청 벽면에는
'시민이 창조하는 시민의 스키시'라는 펼침막이 크게 걸려있다.
우리 행정이 본 받을 것은 본받지 않고 구태의 잔재만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현관 입구 안내 창구에는 우리를 반긴다고 준비한 대형 태극기를 걸어 놓았다.
상냥하게 안내를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은 시간제 유급 봉사자라고 했다.
현역에서 은퇴한 나이에 일도 하고 약간의 보수도 받아서 만족하고 있단다.
어디나 없이 정규공무원은 필수요원만 하고
대부분의 보조업무는 임시직이나 유급 또는 순수 자원봉사로 채우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시키市에서 우리를 마지막 배웅한 사람은 바로 자원봉사 노인이었으나 친절함만은 깊이 배어 있었다.  나 자신 노동계 출신이지만 현재 쟁점이 되고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는 행정기관에서만큼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