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질고지칼럼

7. 해외 견학보고서 - 정리편

질고지놀이마당 2008. 6. 19. 14:43

관리자 (2004-07-08 10:53:27, Hit : 237, Vote :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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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지방자치 견학보고(3) - 마치면서




<현장견학 - 시키시립 평생교육관>

시키市에서의 특강과 토론을 마치고 현장 견학을 위해 시키市에서
도보로 약 15분쯤 걸려서 찾아간 곳은 '평생교육관'이었다.
유학관과 소학교에서부터 어린이 도서관, 취미교실, 노인교실 등 유아부터 노인까지
3대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국비 7억엔을 포함하여 33억엔(한화 약 330억원)을 들여서 지은 초현대식 건물의 규모뿐만 아니라
각 방마다 특색있는 프로그램에 열중하는 모습들이 부럽기 짝이 없다.

도서관 같이 꾸며진 소학교도 이채롭지만 옥상에 올라가니 습지생태 공원으로 꾸며 놓고
아이들에게 자연학습장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옥상으로 나가는 문 옆의 벽에 작은 구멍을 뚫어놓고 밑에는 댓돌 같은 받침목이 있어서
무엇인가 의아했는데 생태공원에 날아 온 새가 놀라지 않도록 관찰하는 곳이란다.
앙증맞게 느껴지는 세심한 배려였다.

복도 게시판에는 6학년 아이들이 작성한 연구 과제물(지진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을
붙여 놓았는데 잘한 것만 고른 것이 아니라 참가자 모두의 것을 붙여 놓았다.
성적에 따른 차별을 주지 않으려는 마음 씀씀이가 느껴졌다.

첨단 컴퓨터 교육실은 요일별로 학년 구분을 하고,
아이들을 위하여 어른들은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보호자와 아기가 함께 들어가는 시설을
남자 화장실에도 설치했다는 점이었다.
어디를 가나 노인과 아이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안내자는 평생교육관에 대해 '21세기 교육모델에 대한 실험'이라며,
이런 시설을 시키市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고바야시 교수가 주재한 마무리 토론>

연수 마지막 순서로 고바야시 교수 주재로 평생교육관의 한 다다미방을 빌어 마무리 토론을 하였다.
체구가 우람하여 스모 선수가 연상되는 고바야시 교수는 하루 종일 별 말이 없을 정도로 과묵했는데
자가 차례가 오자 단숨에 좌중을 사로잡았다.

그는 대뜸 이틀동안 살펴 본 무사시노市와 시키市의 개혁에 대하여,
또 스찌야 시장과 호사카 시장에 대한 느낀 바를 물었다.
마치 구술시험을 보는 선생처럼.
몇 단체장이 선생의 기대에 충족하는 답변을 하자,
이번엔 만약 두 시장을 두고 선택을 하라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느냐고 물었다.
선생의 질문의도가 뭘까 궁리하는 사이 그가 답을 말했다.
자신이라면 주저 없이 호사카 시장을 선택하겠다고.

좋은 조건을 가지고 성공한 개혁사례를 부러워하지 말라.
어려운 조건에서도 개혁의 불씨를 지피는 호사카 시장의 의지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부러움에 젖어 있던 나는 순간 속내를 들켜버린 느낌이었다.
어려운 조건에 처해 있으면서 뭔가 해보겠다는 의욕을 가지고 있는
젊은 단체장들에 꼭 어울리는 충고였다.
그가 우리에게 굳이 시키市를 보여준 의도가 거기 있으리라.

<의회를 견제할 주민참여>

그는 또 일본의 지방자치는 단체장보다 의회 의원이 더 보수적이라고 했다.
다시 말하면 단체장이 개혁의지를 의회가 가로막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의회가 보수적인 경우도 많다. 특히 국회를 보면…
정치개혁과 지방분권에 딴지 거는 기득권 세력이 어디 국회 뿐일까만.

여하튼 선생이 강조한 것 역시 주민 참여였다.
주민 의식이 높아서 참여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민 의식이 낮기 때문에
주민 참여를 조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시민참여는 목적이자 시민을 교육하고 훈련시키는 수단임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공무원 의식도 변해야 하지만 시민의식도 변해야 한다.
그러려면 주민참여가 조직돼야 한다.
나아가 자치단체를 비판 견제하는 의회는 누가 견제하는가?
시민의 몫이라는 것이다.

<시장이 앞장 선 '시정운영 기본 조례'>

호사카 시장은 시민의 시정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시정운용 기본조례]를 만들었다.
우리 일행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여서 자료를 요청했더니 금새 복사를 해 왔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한 장도 채 안 되는, 5조항에 불과한 초미니 조례였다.
대신 구체적인 내용은 우리의 지침이나 규정에 해당될 요강(要綱)에 정리되어 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조례는 [공공사업 시민선택권보유조례]다.
제목이 의미하듯이 대규모 공공사업을 시행함에 있어
시민이 의견을 개진하고 참여할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우리의 경우 조례는 있어도 유명무실한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조례도 없고 참여도 없거나, 조례만 있고 참여는 없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이에 반해 조례가 없어도 참여를 하는 것이 일본이었다.
그런데 시키시는 앞서가는 시장의 의지로 조례도 만든 것이다.
이 조례에 따라 구성된 [시키市 시민위원회]에는 무려 252명의 위원이 참가하여
주민 참여예산안을 작성했다고 한다.
조례나 규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국가와 자치단체, 시민이 함께 해야>

앞서 무사시노시 견학소감을 정리하면서 쓰레기 없는 깨끗한 도시,
불법 주 정차가 없는 도시를 소개한 바 있다.
이것은 '시골도시'로 갈수록 더 철저하여 숨이 막힐 정도다.
하수도 뚜껑 하나도 단차가 지거나 틈새가 많이 벌어지지 않게끔 정교하여
보행을 하거나 자전거 길로 이용하는데 전혀 불편이 없다.  

일본은 차고지증명제도가 철저히 시행되고 있다.
즉, 차를 사려면 차고지를 확보해야 등록이 된다.
우리나라도 차고지증명제도를 도입하려고 했으나 실패하여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모두 거의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다.
거주자 우선주차제도 못하고 있으니 암담하다.

밥을 먹으면서 청목회 회원 단체가 앞장서서 해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이어서 깊이 있게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정책은 중앙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면서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모두의 역량을 모아야만 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각성된 시민의식이 뒷받침 돼야 한다.
법으로 강제되기 이전에 공공질서를 지키지 않는 행위가 용납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일본과 우리의 다른 점이다.

<견학보고를 마치면서>

고바야시 교수는 토론을 정리하면서 우리에게 이런 주문을 하였다.
개혁의 모습은 스찌야 시장을 닮되, 마음은 호사카 시장을 본받으라고.
스찌야 시장에게는 결단력, 리더쉽이 있다고 했다.
호사카 시장은 오랫동안 지방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형성된 지역내
정치적 기반과 냉철함, 포용력, 남을 배려하는 마음, 고향에 대한 사랑이 있다고 했다.
두 개혁시장의 장점을 본받는다면 더할 나위가 있겠는가.


신뢰할 수 있는 스텝과 참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돈과 건물은 언젠가 없어지지만 사람은 유한하다고 했다.
리더는 인재를 확대 재생산하기 위해 씨를 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리더는 불씨를 지피고, 나눠주는 사람이다.
강형기 교수가 쓴 [지방자치 가슴으로 해야한다]는 책에
'불씨가 강렬하면 젖은 풀도 태울 수 있다'는 구절이 있다.
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 '청년 단체장'들이 짧은 기간동안 알찬 견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훌륭한 길잡이 선생님과 귀중한 경험담을 들려준 일본의 '선배' 단체장 덕분이었다.
해외연수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참가비 150만원이 비싸다는 생각에 망설였는데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수업료로 지불한 세금이 아깝지 않도록 더 열심히 뛰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그 첫 실천으로 견학보고서를 구민에 대한 출장복명서로 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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