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질고지칼럼

9. '나무장수'

질고지놀이마당 2008. 6. 19. 14:46

관리자 (2004-07-08 10:57:53, Hit : 294, Vote :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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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별명, '나무장수' 그리고 희망사항




지난 한 주일동안 헌수운동 독려하랴, 공무원노조와 교섭하랴, 악성 집단민원 신경쓰랴
시간적으로나 마음적으로 여유를 찾지 못해 질고지 칼럼 숙제를 못했습니다.

한편으로 마땅한 글감을 못찾아 고민하던 차에
오늘 또 하나의 '명예로운' 별명을 얻었기에 소개 드리려고 합니다.

북구의회 부의장님이 붙여준 별명은 '나무장수'입니다.
이런 별명은 다름 아니라 범시민 헌수운동에 기울이는 노력을 좋은 의미로 붙여준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실 불이 난 무룡산 자락을 어떻게 복구를 할까 고심한 끝에 시민 헌수운동을 펼치자고 제안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정적이었습니다.
시일도 촉박한데다 뒤치다꺼리 할 일이 너무나 많았고,
무엇보다 주민들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 한 달간 불이 난 등산로를 열 번 이상 오르면서 만나는 주민들에게
나무 한 그루 심기 운동을 제안했더니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아! 이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습니다.
이런 자신감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머뭇거리는 직원들을 독려하여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시민들로부터 접수를 받기 시작한지 1주일이 지난 지금 이러한 기우는 간데 없고
새로운 고민(?)이 생겼습니다.
너무 많은 신청이 몰려서 묘목 공급에 차질이 생기거나
심을 장소를 제대로 배정하지 못하면 어쩌나.
한날 한시에 나무를 심겠다는 시민이 한꺼번에 몰려서
장비 지원이나 장소 안내가 원할 하지 못하지 않을까 등등의 고민입니다.
즐거운 비명인 셈이죠.


인터넷 접수를 보면 알겠지만 한 그루 두 그루, 개별 단체 자체적으로 모아서 20구좌 50구좌….
개인이나 가족, 단체의 신청이 줄을 이으면서 '개미군단'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스스로들 놀라고 대견스러워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거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 반신반의하던 생각을 떨쳐버리고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바꾼 뒤
협동체제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산림 업무와는 별 상관이 없는 자치행정과에서 실무 지원을 자임하고
전산 팀은 홈페이지에 전용 사이트 구축을
문화공보과 편집팀은 특집 홍보물과 팜플렛 편집에서 배포까지
그밖에 다른 부서들도 저마다의 역할을 맡는 총력체제를 만들면서
민간 주관단체가 "우린 뭘 맡느냐?"고 할 정도로 '일이 되는' 분위기가 만들어 진 것입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요인은 시민 환경단체가 함께 하는 것이었습니다.
관(官) 주도로 하면 될 일도 안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에 공신력 있는 민간단체가 주관하도록 하고
저는 저대로 나무를 기증 받기 위한 '영업사원'이 되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오후 다섯 시간에 걸쳐 시청 산하 공무원 전체와 회사 동료,
노조간부 그리고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 모두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일요일 아침 산을 오르면서 챙겨 간 팜플렛 50매가 너무 많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정상에 오르기 전에 바닥이 나더군요. 내려오는 사람에게만 나누어 줬는데도 말입니다.
어느 아주머니는 팜플렛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하산 길에 만나는 분들은 팜플렛 없이 얘기를 해도 호응이 높았습니다.

요즘 제 일정을 보면 '나무장수'라 불릴만도 합니다.
17일 새벽 목사님들과의 조찬기도회, 점심은 관내 초등학교 교장선생님들 초청 간담회,
오후에 방송 인터뷰 및 저녁에는 아파트 관계자들과 간담회,
18일 아침 현대자동차 공조회 행사장에서 인사 겸 팜플렛 배포, 점심 관내 노조대표자들 초청 간담회 ,
오후 산불현장을 답사한 전문가로부터 복구 방안에 대한 검토의견 청취 등...


나무장수라 불리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접수합니다.
단, 파는 것이 아니라 기부를 받는 사이비 나무장수지만 말입니다.
눈덩이가 구르면서 살이 붙는 것처럼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따라서 나무 한 그루 심기운동은 이미 절반 이상의 성공을 예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걱정은 남습니다. 참여하신 분들의 정성이 헛되지 않도록
잘 심고 가꾸어야 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과 실천이 따르게 될 것입니다.
지금보다 더 자주 산을 오르며 나무상태를 살피고 관리를 독려하다 보면
아마도 또 다른 별명을 얻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리 주문을 드리겠는데
가장 얻고 싶은 별명은 '머슴'입니다.

그것도 그냥 머슴이 아닌 '상머슴'이 되려고 합니다.
부지런하게 주민을 주인처럼 섬기는 일꾼이라는 의미를 지닌 '머슴'이란 칭호를 받는 다면
가장 명예로운 별명으로 간직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