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질고지칼럼

20. 중국 장춘시 녹원구청 방문기(4)

질고지놀이마당 2008. 6. 24. 15:32

 

  관리자 (2004-08-30 13:41:38, Hit : 384, Vote : 111
 중국 길림성 장춘시 녹원구청 방문기-후기(끝)


언론의 비판에 대하여

공식 일정을 마치고 6일 오후에 귀국하니 지역 방송과 신문에서는 시장 이하 구 군 단체장들이 울산을 텅 비우고 외국 출장에 나서 행정공백이 우려된다는 비판 보도 일색이었다.
시민 사회단체도 난리였다.

우리는 분명한 방문 목적과 거기 따른 일정을 빡빡할 정도로 보내고 왔는데 도매금으로 비난받으니 억울한 생각이 든다.
모든 단체장이 다 가는 것은 심했다고 판단할 수도 있으나 '울산주간'의 의미를 더 높이기 위해 출장 시기를 맞춘 것이 잘못된 것이었일까?



외국 출장 자체를 무조건 비판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의 방문이며, 방문 목적에 맞는 일정을 보냈는지, 방문단 구성과 여비 사용은 적절했는지 등을 따져보고 잘못이 있으면 비판하는 풍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강행군으로 이어진 일정

우리 방문단은 앞에 방문기를 통해서도 소개하였듯이 분명한 목적과 목적에 맞는 일정을 보내고 왔다고 자부한다.

일요일(7.4) 송화댐 및 길림시 운석박물관 방문 외에 관광 일정이 있었다면 7월 3일(토) '산림공원 '정월담' 시찰을 마치고 점심식사 전 짬을 내어 영화 '마지막 황제'의 무대가 된 '위만황궁'을 잠시 둘러 본 것이 유일하다.

그 외에는 그야말로 시쳇말로 '코피 터지는' 강행군이어서 저녁에도 만찬일정 등으로 보통 9시가 넘어서야 공식 일정이 끝났다.
이 때문에 우리 일행은 미리 준비해 간 소주 팩과 마른 안주를 소비(?)할 기회가 없었다.

국치(國恥)의 현장 - 위만황궁

바쁜 일정 중 잠시 짬을 내어 돌아 본 위만황궁은 주로 청나라 마지막 황제였던 부의가 일본에 의해 꼭두각시 황제가 되어 사실상 연금생활을 했던 현장이다.
중국의 영화를 상징하는 북경 자금성에 비하면 황궁이 아니라 답답하기 그지없는 감옥이다.

입구에 세워진 '9·.18 국치를 잊지 말자'는 강택민 총리 친필 돌비석이 중국 인민들의 마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위만황궁박물관 앞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지 못하는 국가는 이미 국가가 아니며, 황제(지도자)도 자신의 불행으로 그치지 않는다.
공직자들은 특히 가슴 깊이 새길 일이다.

자동차, 영화, 산림, 교육도시 장춘

장춘시를 소개할 때 자동차 도시, 영화도시, 산림도시라고 한다.
그런데 하나 더하여 교육도시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장춘시에는 대학이 많다.
동북3성(길림성, 흑룡강성, 요녕성)에서 가장 대학이 많은 도시가 장춘이다.

시내를 다니면서 무슨 대학, 학원, 교습소라는 간판이 붙은 무수한 건물을 보았다.
대학 수도 많지만 동북사범대와 길림대학은 지역의 명문대다.
2년제 이상 대학만 자그마치 27개나 된다고 하니 국립대학 유치가 최대의 현안인 울산으로서는 부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문화체험 - 발 마사지 '足道'를 찾아서

이번 일정에서는 외국 방문 시 흔히 기대하는 현지의 술집을 가보거나 이국의 '밤 문화'를 체험할 엄두도, 시간도 없었다.
굳이 하나를 든다면 발 마사지(현지 표현으로 足道) 체험이 있었다.
피로를 푸는 효과가 높다는 강권에 못 이겨 '현장 체험'을 나가게 되었다.

건물 현관에 스무살 안팎의 앳된 여성들이 주욱 대기하고 있어 괜히 왔나 망설여진다.
그러나 녹원구 직원과 통역원까지 함께한 지라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안마·마사지 = 윤락으로 연상되는 한국 풍토와 전혀 다르다.
절대 부적절한 상상은 하지 마시라...!

한 시간 정도의 노동이 따르는 발 마사지 비용은 20위엔(약 3,000원), 두 시간 정도 걸리는 머리와 어깨 등 전신 마사지를 포함하면 50위엔(약 7,500원)으로 싼 편인데 중국노동자 임금이 낮기 때문이리라.
마음이 짠해서 살펴보니 누구나 예외 없이 많이 사용하는 검지 바깥 마디에 굳은살이 크게 박혀 있었다.

옆에 김진영 의장, 류인목 의원이 나란히 누웠는데 영어 한문을 섞어 필담을 나누면서 웃고 떠드는 모습에는 천진스러움 마저 묻어난다.

나중에 별도로 약간의 수고비를 주려고 했으나 못 받게 되어 있다며 한사코 받지 않았다.
아직 건전함과 순수함을 보니 몸보다도 마음이 한결 가볍다.

자매결연과 방문기간 도움주신 분들

글을 쓰다보니 자매결연을 맺기까지 궂은 일 마다 않고 도움을 준 단체 및 고마운 분들에 대한 소개가 빠졌다.
속담에 '중매는 잘하면 옷이 한 벌이고, 못하면 뺨이 석대'라고 했거늘 옷은 못 사주더라도 고마운 인사는 하는 것이 예의일터.
공연에서 스타는 마지막에 나온다는 말로 위안을 삼기 바라는 마음이다.

'중매쟁이' 김영권 대표

이번 녹원구청과의 자매결연 '중매쟁이'는 (주)시원 시엔씨 김영권 대표다.
작년까지 울산시 장춘 사무소 대표를 겸하고 있었기에 울산의 실정을 잘 알고있던 그는 녹원구에서 한국 자매결연 도시 추천을 의뢰 받고 주저 없이 우리 북구를 추천했다고 한다.

그의 추천으로 작년 11월 녹원구장 일행의 북구청 방문이 이루어졌고, 그도 동행했다.
그리고 이번에 양 구청간 자매결연 체결이 성사되었으니 그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북구청에서는 김영권 대표(전 포항공대 연구원, 경영학 박사)를 경제통상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통역으로 수고해 준 김경자, 김현숙씨

이번 방문에서 빠뜨릴 수 없는 사람이 통역을 맡아 준 김경자, 김현숙씨 두 여성이다.
전문 가이드나 통역이 아님에도 정말 성심껏 우리의 입이 되어 주었다.

우리도 업무적 관계가 아닌 인간적 따스함과 관심으로 대하다 보니 금새 정이 든다.
농담으로 "극진한 접대를 함께 받고, 가까이 하기 어려운 양국 인사들과 친분을 나누며, 귀중한 경험을 하고 있으니 우리가 돈을 받아야 한다"니 맞단다.

김경자씨는 (주)시원 시엔씨 기획실에 근무하는 직원으로서 전산업무를 담당하며, 장춘공항 관제실에 근무하는 남편과 네 살된 아이를 둔 30대 초반의 조선족 동포다.
곧바로 한국 출장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던 경자씨는 비자 발급에 차질이 있어서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고 한다.

심양으로 비자 심사를 가는 날이 마침 조인식을 하는 7월 5일이라서 가지 못한 점이 마음에 걸린다.
한국을 방문하면 꼭 울산을 거쳐가라는 말로 위로를 대신한다.
  

김현숙씨는 어학연수를 갔다가 아예 길림대학 편입생으로 눌러앉은 유학생으로서 혼자 생활비와 학비를 벌어서 생활하는 '자랑스런 한국인 꿈나무'다.

현숙이를 보니 1년여 떨어져 있는 딸 생각이 나서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스럽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 한마디 격려도 무척 고마워한다.

공항에서 헤어짐을 앞두고 현숙이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그간의 외로움과 서러움, 불현듯 떠오른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겹쳤으리라.

이상은 사무관(울산시 현지 사무소)은 큰 행사를 준비하고 울산 시장님을 영접하느라 함께 할 시간은 많지 않았으나 우리를 성심껏 도와 주었다.

장권씨는 이번 행사 전체를 통 털어 가장 출중한 통역능력과 훤칠한 인물이었음에도 소수민족(조선족)의 설움(?)을 당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이철규 사장도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가지고 민간외교를 펼치는 고마운 분이었다.

녹원구청 관계자들의 헌신적인 봉사

장춘시장과의 우정을 확인하며 '건배'.

녹원구청 공무원들의 복무 자세는 '책임'과 '봉사'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안연 상임 부구장은 나와 동갑이었는데 건강형으로 보였으나 당뇨병이 있어 하루에 두 번 자기 손으로 주사를 찔러가며 우리 일정을 수행했다.

중국식 건배는 술잔을 한번에 다 비우는 것이라서 술이 약한 나는 고역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손아명 구장, 안연 상임 부구장도 술이 약해서 좀 편했다.
술잔에 술 대신 생수를 부어주며 '건강을 지켜야 큰 일 한다'고 했더니 '고맙다'며 내 술잔에도 눈치껏 생수를 부어 보답한다.
우리는 그렇게 우정을 나눴다.

인민대표회의(의회)의 협조

고가자 주임은 우리의 의회 의장에 해당하는 인민대표회의(인대) 주임이다.
중국에서 인대 주임은 구장보다 의전서열이 우선하는 예우를 받는다.

고가자 주임은 연령(57세)이나 구장을 거친 경력 면에서도 구장을 앞서는데 거의 모든 공식일정을 함께 할 정도로 구정에 협조적이고 우리에게 우호적이었다.
우리도 의회 의장과 운영위원장이 함께 간 것이 그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준 듯 싶다.

내부적으로는 견제를 하고 갈등이 있어도 국익과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협력하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워 준다.

남자보다 호쾌한 접대부 여성들
먼저 부탁드리는데 혹 한국의 접대문화나 퇴폐문화는 아예 상상하지 말기를...!
접대부란 다름 아닌 의전을 담당하는 정식 직원들을 일컫는 현지 표현이다.

숙소와 식사, 일정관리, 현지 행사장에서의 준비와 진행, 심지어 미니버스 운전까지도 손수 하면서 식당에서는 종업원 이상으로 서빙을 해 주는 등 빈틈이 없었다.

방문하는 곳마다 한글 현수막이 내 걸리는 이면에는 이들의 수고가 있었다.
3일정도 까지는 숙소나 식당 직원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식 구청 직원이란다.


서아걸 기관사무국 부국장은 접대를 총괄하는 '팀장'격인데 인상이 서글서글하다.
운전과 비품을 담당하던 과장의 이름은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문소리(?)라 부른 미혼인 여직원이 나머지 잡무를 수행했는데 그야말로 팔방미인이었다.
우린 발음이 비슷한 '무수리'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조심스럽기만 하던 그녀들도 며칠 지나자 스스럼없이 친밀감을 표시했다.

누군가 인사치레로 술잔을 권한 것이 시초가 되었는데 그녀들의 주량은 대단했다.
특히, '무수리'는 40도가 넘는 백주를 10여잔 마시고도 끄덕 없었으며 저녁 식사 후 미니 축구 시합에서 보여준 그녀의 축구실력은 모모 간부보다 나았다.

갑자기 축구시합을 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축구광' 김진영 의장이 저녁 행사장 곁에 있던 미니 인조구장을 발견했다.
즉석에서 의회와 집행부간 맨발 축구시합을 벌이는데 선수가 모자라는 의회 팀으로 뛴 '무수리'의 축구 실력에 김 의장이 홀딱 반했다는 후문이다. (믿거나 말거나)

24시간 밀착 '신변 도우미'
우리의 신변보호와 편의를 위해서 거의 24시간 밀착 봉사를 한 도우미들이 많다.
조위 부구장은 안옌 부구장과 교대를 하면서 우리의 일정을 수행했다.

유복 기관사무국 국장은 5일동안 우리와 같은 숙소에서 기거했다.
정문준 경제합작국장은 한국에서와 달리 자기가 할 역할이 적어서 불만(?)인 듯 싶었다.
이름과 신분을 다 파악하지 못한 더 많은 직원들(공안요원)이 많다.

그들은 우리가 외출을 하면 숙소까지 안전한 귀가를 확인하고 나서야 귀가했다.

꼼꼼히 기록을 남겨 준 홍보담당 직원들
홍보를 담당하는 직원들(카메라 및 동영상)의 열성도 대단해서 카메라 기자를 대동하지 못한 우리의 단점을 완벽할 정도로 채워줬다.


출국하는 날 내 방을 찾은 그들이 밤샘작업을 했다며 사진첩과 동영상 CD를 내 놓았다.
빠르기도 하지, 정성이 배어있는 사진첩과 선물 액자 등으로 짐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마땅히 답례를 할 길이 없어 총무국장님이 선물용으로 산 넥타이 세 개를 빌어 슬며시 권했더니 쪼르르 자기네 구장에게 보고를 한다.
너무 보잘 것 없어서 주고도 미안한 마음이다.
사실 방문단 구성에서 놓친 점인데 이번처럼 중요한 공식방문에는 생생한 현장을 기록할 홍보담당 직원의 동행이 필수라는 생각이다.

초라한 공항에서의, 그러나 화려한 이별
'만날 때는 우동을, 헤어질 때는 만두를 대접한다'는 중국 관습에 따라 만두로 이른 점심을 마친 우리가 공항에 도착하자 손아명 구장을 비롯한 환송인사들이 미리 나와있었다.

시설은 초라해도 명색은 공항 귀빈실로 안내하여 모든 출국수속을 대행해 주었다.
우리로서는 도저히 갚기 어려운 환대다.


만두공장 내부.

마침 울주군 문화원장이신 이두철 회장님을 만났는데 녹원구청에 꼭 소개하고 싶은 상공계 인사여서 참 좋은 인연이라고 소개를 시켜드렸다.

오래도록 포옹과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드는 가운데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아쉽고도 화려한 이별을 끝으로 한국 비행기에 오르니 내 집에 온 느낌이다.

방문기를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과 이번 일정에 도움주신 모든 분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