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질고지칼럼

19. 중국 장춘시 녹원구 방문기 (3)

질고지놀이마당 2008. 6. 24. 15:30

<개인 홈페이지에 올렸던 글을 자료실로 옮기는 중입니다.>

 

 

 

관리자 (2004-08-30 13:35:20, Hit : 346, Vote : 94
 중국 길림성 장춘시 녹원구청 방문기(3)


◈ 정월담 호수를 배경으로 방문단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7월 3일 (토) 맑음

활짝 개인 날씨라서 안강원 총무국장, 류인목 의원과 함께 아침운동을 나섰다.
숙소 주변 남호(南湖)공원을 보통걸음으로 한바퀴 도는데 한 시간여가 걸렸다.

호수 가엔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과 물 가운데 수영을 즐기는 시민들이 제법 많다.
물도 탁하고, 위험해 보이건만 호수를 가로지르는 실력들이 보통을 넘는다.
수영을 즐기는 대개의 시민들이 노인과 중년 이상의 주부들이란 사실과 한 겨울에도 얼음을 깨고 수영하는 노익장이 많다니 놀랍다.

공원에서 느끼는 여유와 평화로움...
수영을 금지한다는 경고판(?)이 서 있건만 누구도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유원지로 조성된 구역에 이르자 음악을 틀어놓고 '스포츠 댄스'를 추기도 하고 무리를 지어 건강체조를 하는 시민들이 많다.
토요일 휴무제를 시행하는 중국 인민들의 삶에서 여유와 평화로움이 느껴진다.

100㎢ 넓이의 산림공원 '정월담'


산업시찰 첫 순서는 중국 정부에서 '국가생태원'으로 지정한 산림공원 '정월담'이다.
우리를 안내하는 녹원구청 직원이 '동양 최대'라는 점을 강조하기에 기대가 컸으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해발 200∼400m 높이의 낮은 구릉지대에 심어진 인공조림은 단조롭다.
오랜 역사의 무게와 감동을 지닌 드넓은 천연림과 온갖 풍상을 거친 희귀한 노거수를 상상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100㎢에 이르는 숲 넓이는 이곳이 땅 넓은 중국임을 실감케 한다.
산림공원 중심에 있는 4.3㎢ 넓이의 반달모양 인공호수는 멋진 조화를 이룬다.
또 다른 자랑거리라는 겨울철 눈 쌓인 설경은 상상만으로도 장쾌하게 느껴진다.
호수 한 켠엔 유원지를 겸해 인공으로 조성된 모래사장도 만들어져 있었다.
내 눈에 비친 산림공원 '정월담'은 도심에서의 접근성과 숲으로 둘러 쌓인 호수가 있어서 마라톤 코스로 조성하면 환상적이지 않을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농업과 축산

오후에는 농가와 축산 공장 방문이라서 중국 농촌의 실상을 직접 보게 된다는 기대를 안고 출발했다.
먼저 방문한 곳은 민간운영이라는 점만 다를 뿐 내용은 우리의 농촌지도소와 비슷하다.
영농기술 개발과 보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구나 싶은 것 외에는 별다른 특색이 없다.
다음은 '호월 그룹'이 운영하는 도축 및 가공공장이다.
도축되는 소가 하루에 7백마리, 연간 약 20만 마리나 되는데 더 늘릴 계획이란다.
한우보다 몸집이 훨씬 큰 소가 콘 베어에 매달려 이동하면서 머리와 껍질과 내장이 차례로 분리되고, 절단 및 부위별로 해체되는 과정을 보노라니 강심장일지라도 속이 울렁거리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릴 안내하는 공장 여직원은 웃음 띤 표정 그대로다.

민간기업이 세워 운영하는 이슬람 사원

예정에 없던 이슬람 사원으로 안내 하길래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실은 '호월 그룹'이 지어서 운영하는 사원이란다.
쇠고기와 가공된 상품을 수출하는 상대국이 주로 중동국가라니 고개가 끄덕여 진다.
상술일 수도 있지만 중국의 기업들은 '사회적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난생 처음 들어간 사원에서 우리는 성직자로부터 자매결연에 대한 축하와 앞으로 두 도시의 교류협력과 발전을 아랍어로 축원 받는 보너스를 받았다.

호월그룹이 지어 운영하는 이슬람사원 앞에서

끝이 안 보이는 포도과수원

마지막으로 우리가 둘러 본 포도 과수원은 묘목이 한창 자라고 있었는데 9농가가 공동으로 조성하는 면적이 130만㎡라고 했다.
어림잡아 계산해도 한 농가에서 3∼4만평씩의 과수원을 가꾸는 셈이다.
농민들은 국가 소유 토지에 대한 경작권을 받고 있으며, 과수원 조성에 필요한 자금도 국가에서 지원한다고 했다.
규모의 경쟁력과 환율 및 화폐가치의 차이에서 오는 경쟁력까지 감안하면 영세한 규모의 한국 농업으로는 도저히 경쟁하기 어려운 구조다.
방문한 주된 목적이 양국의 경제적 교류 협력인데 한편으로는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중국의 경쟁력을 걱정해야 하는 고민도 있다.


7월 4일(일) 맑음

일요일이어서 공식 일정은 없고 가벼운 관광성 일정.
그래도 산업시찰의 의미도 담고 있는 송화강 댐과 길림시 운석 박물관 견학이다.
장춘-길림 간 고속도로를 약 1시간 달리는데 중국 방문이후 처음으로 속도감을 낸다.(장춘 시내에서는 보통 40km 속도로 다녔음)
풍물을 유심히 보겠다고 맨 앞자리에 앉았던 김진영 의장이 불안했는지 안전밸트를 매려는데 작동이 잘 안 된다.

길림시에 접어들자 주변 산하는 한국의 지형과 꼭 닮아서 마치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다.
송화댐은 백두산(중국이름 장백산)에서 발원한 송화강을 막은 댐으로서 면적이 550㎢ 라고 하니 북구의 약 3.5배나 되는 넓이다.
지세가 충주댐이 연상되는 송화댐은 첨엔 별로 크지 않아 보였으나 배를 타고 좀 거슬러 올라가니 항아리 모양으로 벌어지면서 과연 넓구나 싶다.

길림시에 소재한 운석 박물관은 말하자면 '별똥' 박물관이다.
체험관이 있어서 기대를 갖고 들어갔는데 나와서는 모두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운석을 직접 '만져 본'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그보다 우리 눈길을 끈 것은 각양 각색의 모양을 지닌 괴목 뿌리 공예였다.

별똥박물관에 전시된 운석 앞에서...

손아명 구장과의 '인간적' 만남

저녁엔 공식일정으로 김진영 의장이 주최하는 답례 만찬이다.
그 시각 나는 녹원구 손아명 구장과 별도의 식사자리를 가졌다.
뜻밖의 제안이 다소 부담스럽기도 했으나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가야 한다는 농담으로 일행을 안심시키고 출발했다.
먼저 기다리던 손아명 구장은 개인적인 친분을 돈독히 하고 싶었다며, 약속장소는 자기 누님이 운영하는 곳이란다.

걱정은 괜한 기우였다.
그 순수함을 접하니 경계했던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미안하다.
통역으로는 한국인 사업가로 '부산포 식당'을 운영하는 이규철 사장님이 동석했다.
차를 타고 오가면서 나눈 이 사장과의 대화는 중국의 실정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손아명 구장이 나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선물이 있었는데 이 사장의 귀띰으로는 1,000$ 정도나 되는, 정말 극진한 마음으로 준비했단다.

손아명 구장의 아름다운 선물에 감동했다.

개인적으로 비싼 선물은 받을 수 없다고 했더니 자기 성의라며 꼭 받아야 한단다.
마음 속으로 민주노동당의 윤리규정을 떠올리면서 앞으로 만들게 될 녹원구 홍보 부스에 진열하면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했다.
경제협력에 대한 얘기도 화제에 올랐는데 손 구장의 일에 대한 집념을 엿볼 수 있었다.
동갑내기 손 구장의 그런 모습이 마치 오랜 친구 같다.

7월 5일(월) 비

울산 - 장춘 자매결연 10주년을 기념하는 '울산주간'이 시작되는 날이다.
때맞춰 울산에서 시장과 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공식 대표단이 장춘을 방문한다.
우리도 녹원구 방문의 대미를 장식하는 날인데 아침부터 제법 많은 비가 내린다.
'울산주간' 공식행사는 오후부터라서 오전엔 다시 산업시찰.

제일자동차 공장 방문

정식 명칭은 '장춘 제일 - 대중 기차공사'(이하 '제일자동차').
여기서 '대중'은 합작회사인 독일의 폭스바겐을 일컫는 이름이다.
제일자동차는 생산대수 기준으로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회사로서 우리가 방문한 승용차 공장은 폭스바겐 및 아우디와 공동 합작(지분 중국 60 : 폭스바겐 30 : 아우디 10)으로 10년 전 120억 위엔(약 1조8천억원)을 투자했다고 한다.
또한, 2006년까지 연산 33만대 공장을 추가로 건립할 계획인데 일본 '마쓰다'와 15만대 공장이 포함되어 있다.

회사 소개와 상품소개가 있었지만 차에 관한 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고있는 내가 정작 관심을 갖는 분야는 직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었다.
결례를 무릅쓰고 질문을 통해 확인한 바는 이렇다.
2003년 경영실적은 총 생산은 100만대, 고용 12만명, 순 이익 50억 위엔(약 7천5백억원).
우리와 비교하여 생산성은 낮은 편이지만 경영실적은 우등생이다.
2006년도 생산목표는 200만대라니 구청장이기 이전에 자동차 노동자로 살아온 자동차맨으로서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세금도 국세 30억 위엔(4천5백억원), 녹원구세 5억 위엔(750억원)으로서 순이익 못지 않다.

제일자동차 정문에서의 기념 촬영(뒤로 보이는 글은 모택동 주석의 휘호)

'사회적 책무'를 실천하는 제일자동차

더 놀라운 것은 이른바 기업이윤의 지역사회 환원.
녹원구 부구장의 설명으로는 매년 5억 위엔(750억원) 정도를 투자한다고 해서 너무 많다 싶어 회사 책임자에게 다시 물었더니 그보다는 적은 매년 5천만 위엔∼1억 위엔(75억원∼150억원) 정도를 녹원구 관내에 투자한다고 했다.
그래도 대단한 수준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동차회사 노동자들의 급여수준은 높았다.
제일자동차 노동자들의 평균 연봉은 약 5만 위엔(약 750만원)으로서 중국 노동자들의 월 평균 소득이 1,000∼1,500 위엔에 비하면 2∼3배나 된다.
근무형태는 8시간 3교대, 매년 임금 인상률은 평균 8%대에 이르며, 우리의 노조에 해당하는 공회가 있으나 '노사문제'는 간단명료하게 '없다'고 한다.

다음은 '화학공장' 견학을 위해 허름한 골목, 질퍽거리는 비포장 진창길을 달렸다.
그런데 막상 가서 보니까 신차 야적장이다.
???
야적장이야 현대차 수출부두가 더 넓고 잘 돼있지 않을까!
이왕에 온 것 관심을 갖고 둘러보니 24만㎡에 이르는 야적장 중앙엔 한꺼번에 1,500대를 세울 수 있는 25,00㎡ 넓이의 실내보관소가 있었다.
그러나 먼지를 뽀얗게 덮어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실내 보관소의 효과는 글쎄다.
넓기는 하지만 하루 생산량도 수용하지 못하는 실내 보관소가 과연 필요할까?

울산 - 장춘 시장님이 입회(?)한 자매결연 조인식

오후부터 '울산주간' 공식행사가 시작되었다.
석별의 정을 나누는 환송연을 미리 앞당겨 점심을 마치고 행사장인 중일회관으로 향했다.
길가에 울산주간을 축하하는 펼침막이 종종 눈에 들어온다.
이국에서의 만남은 더 반가운 법, 시장님과 의장님 상공계 대표들과의 해후가 반갑다.
마침내 개회식을 마치고 조인식 순서.
먼저 양 도시를 대표한 박맹우 시장님과 츄옌진 장춘시장님의 양도시간 교류 협정서 조인식을 가졌다.

녹원구와 울산 북구의 조인식 장면

드디어 우리차례다.
손아명 구장과 내가 나란히 올라 인사를 나누고 준비된 자리에 앉았다.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단상에 오르는 기분은 말로 형언하기 어렵다.
두 도시 시장님이 주례를 서듯 우리의 자매결연을 축하하고 증언해 주는 모양새다.
중국방문의 목적이 상징적으로 표현되는 순간이다.
좌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 서명과 교환, 그리고 건배까지의 과정이 가슴 가득 뿌듯함으로 이어졌다.
5박6일간의 중국 방문에서 공식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안도감과 함께 조인에 따른 책임감이 교차된다. <끝>

<추신>

제 방문기를 읽어 주신 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원래 3회로 마치고자 했으나 글을 줄여 쓰는 재주가 없는 관계로 다 소개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해서 도움 주신 분들과 비공식 일정도 소개할 겸 후기를 한 번 더 쓰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