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질고지칼럼

18. 중국 장춘시 녹원구청 방문기 2

질고지놀이마당 2008. 6. 24. 15:28
 관리자 (2004-08-30 09:01:26, Hit : 280, Vote : 91
 장춘시 녹원구 방문記(2)


7월 2일(금) 비

녹원구청을 공식 방문하는 날이어서 그런지 일찍 잠에서 깨었다.
그런데 어디를 봐도 시계가 없는 탓에 시간을 가늠할 길이 없다.
한 시간의 시차가 있어서 한국의 아침 6시는 장춘에서는 5시에 해당된다.
운동을 나가려던 계획은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낙비에 갇혀버렸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 작년에 북구청을 방문했던 조위 부구장과 아침식사를 같이 했다.
구면이어서 친근감이 가는 그는 성대한 환영식을 준비했는데 비가 와서 걱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어제 공항에서의 환영만 해도 과분해서 부담스럽던 나는
속으로 차라리 잘됐다 싶어서 의전은 간소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냥 웃는다.
뒤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녹원구에서는 옥외 환영식을 준비했다가 비가 오니까 실내로 옮겼는데
우리가 구청으로 가는 도중 비가 그치자 부랴부랴 다시 옥외로 옮겼다고 한다.
그들의 손님맞이에 쏟는 열의가 어느 정도인지는 이후 몇 번 더 경험하게 된다.


환영식장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상범 구청장

녹원구청 광장에서의 성대한 환영식

군악대의 연주와 두 줄로 늘어선 학생들의 꽃다발 환호, 그 가운데로 깔린 붉은 색 카펫.
녹원구청 광장은 국빈을 맞이하는 행사장인가 싶을 정도의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그 위를 걸으면서 엉뚱하게도 난 현대자동차를 생각했다.
회사는 노동조합의 항의와 직원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중요한 손님이 오면 '유별난' 의전을 준비하고 했는데 그런 사정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기초 단체장에 대한 의전을 이만큼 성대하게 하는 중국의 접대문화로 볼 때
회사를 방문하는 인사가 13억 인민을 통치하는
그래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국가원수 급이라면 어찌 의전에 소홀할 수 있으랴!


녹원구청 앞 광장에서의 단체 기념사진

그러나 극진한 의전은 체류기간 내내 심적으로 부담이었다.
예를 들면, 입국해서 출국할 때까지 '公安'이란 기관에서 나온 차량이 길 안내(?)를 했는데
신호와 차선을 무시하고 통과하기 일쑤였다.
초 중학교를 방문했을 때는 밴드부와 꽃을 든 학생들이 교문 앞에 도열한 채 '열렬한 환영'을 표시했다.
하긴 '박 통' '전 통'시절의 한국도 그랬으니까 중국의 문화로 이해하면 그만일 일이지만.



경제 협력을 서두르는 중국

녹원구청 청사 마당에서의 환영식을 마치고 7층 회의실로 옮겨
녹원구청 현황소개에 이어 향후 교류 협력 방안에 대해 깊이 있는 협의를 가졌다.
녹원구청 측에서는 내친 김에 보다 구체적인 협력 방안에 대하여
즉석에서 별도의 협정서 체결을 바라는 입장이었으나
우리는 내부 논의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양해를 구하고 다음으로 미뤘다.


녹원구청에서의 실무협의 장면 사진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한국 속담이 무색할 만큼 경협에 관한 한
이제 중국은 더 이상 '만만디(천천히)'의 나라가 아니었다.
사실 녹원구청이 바라는 교류 협력 방안은 ▲정기적인 투자협상 이벤트
▲전문가 초청 경제발전포럼 개최(이상 1년 단위 교차 방문) ▲노무 교류 ▲기술협력
▲문화, 스포츠, 관광 ▲의료 위생 ▲교육 정보, 교학 방법 교류 및 학교간 자매결연  
▲교사와 학생 교환 연수 등으로서 자매결연 도시로서는 당연한 사업들이다.

하지만 녹원구청과 달리 우리는 독자적인 결정을 하기 어려운 것이
협약서 체결 이전에 북구의회, 울산시청, 교육청, 지역 상공계 인사들과 협의를 거치는 것이
이후 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제도와 관행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녹원구 측에서도 우리의 입장을 이해하여 협정서 체결은 다음으로 미뤘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구체적인 노력을 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하였다.


기념비 제막 장면
이후 기념식수는 우리를 또 한번 놀라게 하였다.
기념식수를 하러 가는 길에도 카펫을 깔았는가 하면
어느 사이 양 도시간 자매결연을 축하하는 기념비를 세워놓고 제막식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비문엔 한글과 중국어로 나란히 '우호협력'을 기념하는 글이 새겨있다.


미래에 대한 투자 - 교육

오후 일정은 녹원구청내 학교 방문.
먼저 구청에서 가까이 위치한 56년의 역사를 가진 초등학교를 방문했는데
3만㎡의 부지에 건축면적 2만6천㎡, 학생 수 2,100명, 부설 유치원도 있다.
역시 학생들의 '열렬한 환영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널찍하게 자리잡은 최신식 학교 건물은 운동장은 인조잔디구장 공사 중이어서 물이 그득 고여 있었다.
도서관, 실내강당(체육관), 실험실, 컴퓨터실, 음악 미술실 및 특별 활동실 등
풍부한 내부시설은 물론, 우리를 안내한 교장선생님이 38살의 여성이라는 사실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중국 정부가 지향하는 능력위주의 인재 등용은 각계를 망라하여 고르게 이뤄지고 있었다.


녹원구 관내 한초등학교를 들어서고 있는 이상범 구청장 일행

10만㎡의 부지에 인조잔디 구장을 갖추는 87중학교

다음은 신흥 개발지구에 자리한 장춘 87중학교 방문이다.
(중국에서는 일련번호로 중학교 이름을 부르고 있음)
중학교 수준에 맞춰 밴드부 및 고적대와 걸스카우트가 연상되는 복장의 학생들이
'열렬한 환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87중학교는 61년에 개교한 학교인데 지난 2003년에 현재의 부지에 신축을 했다고 한다.
상전벽해라는 고사성어처럼 광활한 논밭을 바둑판처럼 구획하여 도로 및
아파트 신축공사가 한창인 신흥개발지구에 서있는 87중학교는
부지 10만㎡, 건축면적 6만6천㎡에 이른다.
진행중인 공사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모형도를 보니
인조구장과 400m 트랙을 겸한 운동장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87중학교 교장선생님도 여성이었는데 자긍심이 대단하다.
환영행사에 나온 학생들 "공부에 지장이 있는 것 아니냐"고 하자,
"중국의 학기는 6월 졸업, 8월 새학기 시작이라서 상관이 없다"며 웃는다.
중국은 중학교 과정이 의무교육이긴 하지만 평준화는 안 되어 있어서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 선택권을 갖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스쿨버스와 기숙사 시설이 좋으며, 급식시설, 도서관, 체육관, 실험실, 컴퓨터 실 등
훌륭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단다.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교육시설에 대한 엄청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현장을 보면서
학교가 모자라서 난리인 북구의 교육환경이 자꾸 떠오른다.


87중학교 학생들의 열렬한 환영과 학교에서의 다과회 장면

인민대표회의가 초청한 환영만찬

저녁 일정은 녹원구 인민대표회의(이하 '인대' 의회에 해당)에서 초청한 환영만찬.
12년 전에 정착한 한국인(이철규 님) 사업가가 개업한 '부산포'라는 식당이었는데
우리는 그 규모와 시설의 호화로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온천 개발지에 호텔과 식당을 함께 짓고 있는 중인데 장춘에서 새롭게 투자하는
관광산업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한다.
잠시 응접과 같은 곳엘 들렀는데 아마도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짐작되었다.


호대호텔 로비 응접실의 화려한 모습

만찬 초대자는 '주임'으로 불리는 인대 대표로서 우리의 의회 의장에 해당한다.
녹원구 인대 주임은 고가자란 분으로서 구장(구청장)을 지낸 원로급인데
이날 만찬에는 상무위원에 속하는 부주임급이 참석했다.

이들의 손님맞이 또한 극진하기 짝이 없어서 녹원구 가무단과 특별히
조선족 소학교 어린이  예술단의 축하공연이 있었는데
무대를 장식한 걸개그림은 중국 황산의 이름난 풍광이었는데
놀랍게도 우리 방문일정에 맞춘 2004년 7월 2일이라는 날자가 찍혀있었다.

정식 무대가 아니어서 조명은 아예 없고, 음향도 빈약했으나 극진한 의전이 부담스러웠던 나는
오히려 그런 점과 동포어린이들의 깜찍한 출연으로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조선족 소학교 어린이 예술단원들과 함께 기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