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질고지칼럼

21. 일곱번째로 문을 연 '기적의 도서관'

질고지놀이마당 2008. 6. 24. 15:34
  관리자 (2004-08-30 13:48:36, Hit : 392, Vote : 104
 일곱 번째 문을 연 '기적의 도서관'


◈ 개관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이상범 구청장

북구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줄 북구 기적의 도서관이 마침내 개관(7월 28일)을 하였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숫자인 '럭키 세븐', 전국에서 일곱 번째랍니다.
일곱 색깔 무지개처럼 아이들에게 무한한 꿈과 희망을 키워주는 전당이길 바랍니다.
1천여 주민과 내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문을 연 북구 기적의 도서관을 둘러보면서 너무 좋아하는 아이들 모습에서 일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민·관이 함께 만든 기적의 도서관

기적의 도서관 건립은 말 그대로 기적을 만든 것입니다.
민·관(民官)이 함께 기적을 만들었다는 것이 더욱 뜻이 깊습니다.
주민들로 구성된 유치위원회가 큰 힘이 되었구요, 도서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자라는 북구 어린이들의 한결같은 소망이 오늘의 기적을 이룬 셈입니다.


개관식 때 일찍 식장에 도착,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는 도정일 책사회 상임대표.

마침내 선정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 그리고 개관식에서 도정일 선생님의 인사말을 들으면서 가슴 뭉클한 감격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지난 1년여의 기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유치 신청을 하게 된 동기와 현지 실사, 마침내 선정, 그리고 토지 보상의 어려움과 부족한 예산 확보 등 온갖 장애를 해결하는 과정 하나 하나가 극적인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때문에 오늘 개관식은 더 큰 보람과 기쁨으로 남습니다.

주민의 건의로 시작된 기적 만들기

북구 기적의 도서관은 북구 주민인 공정리 님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작년 2월 공정리 님께서 북구청 홈페이지 '구청장에게 바란다'에 올린 "문화방송에서 기적의 도서관을 지어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도서관 하나 없는 우리 북구야말로 기적의 도서관을 유치했으면 좋겠다"는 건의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상범 구청장으로부터 공로패를 받고 있는 김영희 PD

이런 사업이 있는지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었기에 긴급하게 내용을 알아보는 한편 유치 가능성을 가늠해 보느라 부산을 떨었습니다.
하지만 실무적인 검토 결과는 희망적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유치 신청서를 제출한 자치단체가 30여 곳이나 된다니 한발 늦었던 것이지요.

늦었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절박함

그렇지만 북구의 실정이 워낙 절박했기에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담당 직원의 긍정적 사고가 큰 역할을 했구요.
일견 무모해 보이는 일이었으나 한편으로 저는 믿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기적의 도서관 건립 후보지에 대한 심사를 맡고 있는 심사위원들이 진실로 재정이 어렵고,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의 어린이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한다면 우리 북구야말로 그런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어쩌면 오기에 가까운 판단이었습니다.

당시 북구의 실정을 단적으로 설명하면 전국 232개 기초단체 중에서 예산 규모 꼴찌, 공무원 수 꼴찌에서 두 번째로서 인구 13만명이 넘는데 도서관 하나 없을 정도로 문화 혜택으로부터 소외되어 있었으니까요.


대형 바닥 그림을 그리고 있는 어린이들


서둘러 유치 신청 자료를 만들고 담당자가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이하 '책사회')를 직접 방문하여 신청서를 접수했습니다.
출장을 다녀 온 직원으로부터 "책사회 관계자들이 북구가 처한 열악한 사정에 관심을 보이더라"는 말을 듣고 좀 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대로를 보고 느끼고 판단하십시오

그렇게 뒤늦은 신청서를 접수한 이후 3월 하순경 책사회 도정일 대표님과 서해성 처장님이 후보 지역 실사 차 북구를 방문하였습니다.


아름다운 선율의 오카리나 연주

마침 한 달에 한번 쉬는 토요일 오후의 만남이어서 생생히 기억합니다.
그때 우리가 나름대로 선택한 '작전'은 다름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실체로 생생하게 보여 주자는 것이었습니다.

후보지로 추천한 중산동 지역을 직접 가서 보면 얼마나 낙후되고 소외되어 있는지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세무서의 빈 건물을 무상 임대하여 궁색하기 그지없는 공공 도서실이 인구 13만이 넘는 북구의 유일한 '도서관(?)임을 보면 북구의 어려운 형편이 한 눈에 보일 것입니다.
그런 한편 작지만 알차게 운영하는 '도서실' 실태를 보면 향후 도서관 운영에 대한 의지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현장부터 답사하고 난 다음 차 한잔을 나누면서 전 두 가지를 강조했습니다.
첫째, 북구처럼 재정 형편이 어렵고,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을 탈락시킨다면 심사의 공정성을 아무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국민적 사기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다.
어쩌면 큰 결례가 되는 당돌한 말씀을 드렸는데 도 선생님은 불쾌한 기색이 아니셨습니다.
거기서 전 다시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울산청소년리코더 합주단의 공연

다음으로, 우리 북구에 도서관이 들어서면 으뜸가는 운영의 모범을 만들겠다는 의지였습니다. 공공도서실 운영에서 보듯이 행정은 지원 역할만 하고 민간 전문가 중심의 자율적인 운영 방침을 강조했습니다.

북구 공공도서실을 운영하면서 민간단체인 참교육 학부모회에 위탁 운영을 맡기고 있었기 때문에 북구청의 운영 방침은 이미 실천하고 있던 사항이었습니다.
그리고 북구의회 김진영 의장님이 같이 참석하여 북구청의 도서관 운영 방침에 대한 의회의 지지를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선정 통보를 받던 순간의 기쁨은 어떻게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방송 특성상 미리 공개하면 안 된다는 약속을 지키느라 이후 며칠 간 발설은 물론, 기쁨을 표시하지도 못하고 속으로 참아내야 했던 시간이 고역이면서도 행복했습니다.

단체장의 체면이나 자존심보다 중요한 주민 복지

함께 선정된 고양시와 동시 방송녹화를 앞두고, 인기 절정의 유재석, 김용만 사회자를 울산에 초빙해 보자는 욕심에 비바람을 무릅쓰고 여의도 mbc 사옥을 찾아가 막무가내로 김영희 PD를 기다리던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꼭 상경해야 하는데 시간은 촉박하고 악천후라서 울산·부산공항은 모두 결항이었습니다.
대구공항으로 달려 용케 한자리 남은 티켓을 확보하여 저 혼자 겨우 상경을 했습니다.


농소고등학교 풍물놀이 팀의 공연

장대비를 맞으며 여의도 본사를 찾아가 지하 휴게실에서 무작정 기다리면서 구민들을 위한 일이라면 단체장의 체면이나 자존심 따위가 뭐 그리 중요하냐는 생각을 했습니다.
생면부지의 사람을 전화번호만 가지고 찾아갔으니 내가 생각해도 새삼스럽습니다.

두 시간 여를 기다려 만난 김영희 PD는 전화를 받고는 황당했다며, 단체장이 직접 찾아 온 성의를 외면할 수 없어서 나왔다고 하더군요.
이미 확정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방송 일정이라서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느낌표' 프로그램 제작을 총 감독하는 김영희 PD 가슴속에 울산 북구에 대한 강렬한 이미지는 심어준 것 같습니다.

김 PD는 고양시와 울산 북구에서 동시에 이뤄진 방송 녹화에서 울산을 방문하여 직접 진두지휘하였으며, 북구 기적의 도서관 개관식에도 기꺼이 참석하여 축하해 주었으니까요.

기적을 함께 만든 사람들

이후 실무적인 어려움이 복병처럼 튀어나오는 바람에 하루라도 빨리 준공하고 싶은 마음을 애타게 만들었습니다.

토지 보상의 어려움과 토지 경계선 변경 및 설계 변경 등의 어려움을 극복했나 싶자 예산 부족으로 시설을 줄이거나 추가 부담을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개관식에 참석한 박맹우 시장, 조승수 국회의원, 하인규 북구의회 의장, 강석구 시의원의 모습

마음은 급한데 이런 저런 장애로 인해 사업이 자꾸 지체되었습니다만 박맹우 울산시장님께서 추가 부담해야 할 부족 예산을 특별 교부금으로 지원해 주셔서 면적 축소 없이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착공식을 갖던 작년 12월 20일은 얼마나 추웠는지 입이 얼어 말이 제대로 안될 정도로 참석자들이 고생을 하였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드디어 개관식을 가진 날은, 반대로 참기 어려울 정도로 무더운 날씨였습니다만 마침내 개관식을 가진다는 감동에 더위조차 못 느낄 정도였습니다.
이처럼 춥고 더웠던 시간들도 나중에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갖은 어려움을 헤치고 개관을 하기까지 일일이 다 소개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첫 제안을 해 주신 공정리 주부님, 책읽는 사회 도정일 대표님을 비롯한 관계자들,
좋은 프로그램을 제작해 주신 문화방송국과 김영희 PD님, 울산문화방송 신종인 사장님을 빼 놓을 수 없으며 기적의 도서관 유치위원회 석수경 위원장님과 유치위원들,
흔쾌히 예산지원을 해 주신 박맹우 시장님, 북구의회 의원님들,
송준헌 위원장님을 비롯한 운영위원들과 자원봉사자 여러분,


현판식 직전, 참가자들의 모습

북구 도서실 이남수 실장과 최진욱 준비위원장 및 실무를 맡아 수고한 문화공보과 직원에 이르기까지 이루 다 헤아리기가 어렵습니다.
이처럼 기적을 만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아울러 오늘의 고마움을 몇 배로 갚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2006년까지 구립도서관과 권역별 도서관 건립

기적의 도서관 개관은 문화 불모지 북구가 문화 선진 북구로 거듭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도서관 하나 없던 우리 북구는 기적의 도서관 개관을 시작으로 2006년까지 구립 전문 도서관은 물론, 권역별 작은 도서관 3 곳 등 총 5개의 도서관을 건립하게 됩니다.

권역별 작은 도서관 1호관을 농소 3동에 곧 착공할 것입니다.
저는 5개의 도서관 건립뿐만 아니라 도서관 운영 면에서 으뜸가는 모범을 만들고 싶습니다.
기적의 도서관 유치운동 과정에서 약속한 대로 민간 중심의 운영위원회가 출범하였습니다.


도서관 내부를 둘러보고 있는 박맹우 시장과 의원들.

개관식을 준비하면서 불볕더위 속에서 일일이 책표지를 싸고, 청소 및 정리를 맡아 주신 운영위원 및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은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고도 남습니다.

개관식 축하 공연 역시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초청한 프로팀이 아니라 북구에서 틈틈이 배우는 주부들과 어린이들이 직접 준비한 것입니다.
주민이 객석에서 관객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무대의 주인공으로 설 때 가족들이 훌륭한 관객이 되어 객석을 채워준다는 것을 경험으로 터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야말로 북구의 저력이자 희망입니다.

희망의 땅 북구, 균형 발전은 구정 철학

또한, 낙후된 지역과 소외된 계층에 대한 우선적인 배려와 모든 주민들이 고르게 문화 복지 혜택을 누리도록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 저의 구정 철학입니다.

기적의 도서관을 이곳 중산동에 지은 것은 이러한 의지의 상징으로서 중산동은 이제 더 이상 변방이 아니라 문화의 중심이며, 북구의 끝이 아니라 시작되는 관문입니다.


도서관으로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어린이들

바로 옆에 조성중인 어린이 공원 및 동천강 둑을 따라 친환경적으로 조성하는 산책로 겸 자전거 도로는 기적의 도서관과 더불어 중산동의 밝은 미래를 약속할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 북구는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 희망의 땅입니다.
북구 기적의 도서관 개관은 또 하나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큰 발걸음입니다.

오늘의 결실이 있기까지 도와주시고 북구 기적의 도서관 개관을 축하해 주시기 위하여 참석하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깊이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