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질고지칼럼

17. 중국 장춘시 녹원구청 방문記(1)

질고지놀이마당 2008. 6. 19. 14:57

 관리자 (2004-08-30 08:50:19, Hit : 308, Vote : 99
 장춘시 녹원구 방문記(1)


7월 1일(목) 흐림

새벽부터 서둘러 김해공항으로 출발했다.
장춘시 녹원구청과 자매결연 체결을 위한 우리 북구 방문단 일행은 나를 포함한 집행부 5명과,
북구의회 김진영 의장과 류인목 운영위원장을 포함한 3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됐다.
이번 방문은 작년 11월 장춘시 녹원구청장을 비롯한 대표단의 북구청 내방에 대한 답례를 겸해서
공식 조인식을 갖고 양 도시간 교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인천공항으로 직행하는 김해공항에서 울산시교육청 최만규 교육감과
교육위원회 김장배 의장 일행을 만났다.
장춘시에서 열리는 교육 박람회 참석 및 교육관련 교류 협의를 위해 출국하는 길이란다.
울산시 - 장춘시 자매결연 10주년을 맞아 '교류 협력이 다양한 방면에서 이루어지고 있구나'
하는 것이 실감난다.

인천공항의 첨단과 장춘공항의 초라함(?)

인천 국제공항은 규모나 시설 면에서 국제적으로 손색이 없는 국제관문이다.
산을 깎고 바다를 메워서 인공적으로 만든 수 백만 평의 넓은 공항과 막힘 없는 도로,
첨단 시설들이 성장한 국력을 나타내는 것 같아서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
꽤나 엄격한 검색대를 통과하여 이윽고 출국. 불과 두 시간 여의 비행 끝에 도착한 장춘 국제공항의
첫 이미지는 타임머신을 타고 30년쯤 뒤로 날아온 느낌이다.


장춘 공항버스 내부 모습

트랩에서 내려 건물까지 실어 나르는, 내구 연한이 한참 지났음직한 셔틀버스는
울산 - 정자간 비 포장길을 운행하던 빨간색 '시외버스'가 연상된다.
정상인도 타고 내리기가 불편한 높은 발판과 변변한 손잡이도 의자도 없는 내부 구조는
국내에서라면 벌써 폐차했어야 할 골동품 수준이었다.

공항 건물이나 내부 시설 역시 시골 대합실을 연상케 한다.
(출국 때 공항까지 환송 나온 녹원구청장이 공항 시설이 마음에 걸렸는지
현재 새로운 공항을 건설 중에 있어서 내년에 방문하면 현대식 공항으로 바뀔 것이라고 귀띔을 해줬다)
얼마 안 되는 여객이 출입국 심사를 마치기까지는 꽤나 기다림이 필요했다.

분에 넘치는 열렬한 환대

그러나 이러한 느낌은 공항을 나오는 순간 감동으로 바뀌고 말았다.
환영객과 기자단이 터트리는 카메라 플레시 세례에 우리는 갑자기 스타가 된 기분이었다.
울산역 광장보다도 좁은 공항광장엔 한 떼의 녹원구청 직원들이
꽃다발과 펼침막을 들고 마중을 나와 있었다.
앞으로 더 소개하게 될 '열렬 환영'은 구호만이 아니라 실제 상황으로 관공서,
학교, 기업체 등... 가는 곳마다 연출되고 있었다.
접대부 직원들이 들려준 바로는 우리 일행의 방문지마다 내건 한글 현수막이 27개란다.


아직 공사가 진행중인 장춘시내 도로 모습

녹원구청이 제공한 미니버스를 타고 시내로 이동하는 도로 주변은
우리 일행을 또 한번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장춘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도로나 주위 환경 역시 너무나 낙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추적추적 비가 내려서 비포장 골목길은 어린 시절 읍내의 시골 장터가 연상된다.
낡고 허름한 건물, 배수가 안되어 물이 그득 고인 도로와 포장되지 않은 인도,
차량과 자전거와 보행자가 무질서하게 뒤엉킨 무질서...

70 ∼ 80년대 유산과 21세기 첨단이 공존하는 장춘

공항은 그 도시(나라)의 관문이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다른 곳보다 우선해서 도로도 넓히고
주변 경관도 정비하는 우리나라 관습에서 볼 때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지 않은가?
1990년도에 장춘시를 방문한 적이 있던 나는 한편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을 맹추격한다는 중국의 발전속도가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런 모습이라면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장춘 공항 광장에서의 환영식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실정을 몰라 본 착각이었다.
장춘 시가지와, 산업시설을 돌아보면서 도대체 어느 것이 진정한 중국의 모습인지
종잡을 수가 없을 정도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여 혼란스러웠다.
어떤 부분은 한참 뒤쳐진 모습인가 하면 어떤 부분은 벌써 한국을 앞질러 가고 있음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1세기 첨단을 달리는가 하면 70 ∼ 80년대와 공존하고 있기도 한 곳이 바로 중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이 지향하는 미래도시

장춘시는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여 꼭두각시 정권으로 내세운, '마지막 황제'로 잘 알려진
부의 황제가 기거하던 위만황궁을 비롯한 일제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는 도시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남호빈관'이라는 곳으로서 장춘을 방문하는 국빈이 묵는 곳이란다.
일제 점령기에 만들어진 남호(큰 호수)를 낀 드넓은 숲 속에 위치하고 있는데
끝이 안보일 정도의 울창한 숲이 동양에서 가장 넓은 터라는 자랑이 가식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
'남호빈관'은 말하자면 일제의 잔재와 공산당 국가권력이 남긴 유산인 셈인데
오래된 건물을 현대식으로 개조하여 별 다섯 개 급의 숙박시설로 쓰고 있다.


이상범 구청장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는 손아명 구장

방문 첫날이라 공식 일정이 없는 관계로 저녁식사 후에 녹원구청 관계자들의 안내로
시내 밤거리를 돌아보기로 했다.
그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곳은 장춘에서도 잘 조성된 광장과 현대식 도로였다.
우리가 본 곳은 인민광장, 문화광장, 금강광장 등인데 기껏해야 공업탑이나
태화 로타리 정도를 연상하던 우리에게 장춘시내 광장은 규모와 시설면에서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다.

특히, 새로 개설하는 도로는 넓기도 하거니와 가운데 차량 도로와 별개로
두 줄로 심은 가로수를 경계로 차와 자전거 겸용의 도로, 그리고 인도가 따로 있다.
예를 들면 번영로와 맞먹는 50m 정도의 도로를 만들면서 중앙선을 기준으로
찻길은 2 ∼ 3차선만 만들고, 5m 정도의 폭에 가로수를 두 줄로 심은 다음
차량과 자전거가 겸용할 수 있는 도로가 있고, 다시 10m 정도의 폭으로 가로수를 심었는데
인도는 그 가운데를 지나게 만들었다.
땅이 넓지 않고서는 엄두를 내기 어려운 도로 구조다.

뿐만 아니라 야간 조명을 통한 도시 분위기 연출에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어서
넓은 광장의 조명등과 가로등 하나까지도 모양과 색상에 도시야경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가로수를 밑에서 위로 비춰주는 푸른색 조명등과 기둥 자체가 등으로 만들어진 가로등,
수십 개의 전구나 형광램프로 만들어진 조명등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언제 얼마를 투자한 것이라는 것, 동양에서 젤 크거나 높거나 깊거나 넓거나 등등의
수식어를 빠뜨리지 않는 설명에서 그들이 자랑하고 싶은 것이 어떤 것인지 짐작이 간다.
관공서 검찰 법원 등 '권력기관'이 줄지어 들어선 '정법거리'는 장춘시가 지향하는
미래 도시의 모습이 아닌가 싶었다.

장춘시 녹원구 일반현황

장춘시 녹원구는 95년에 신설된 자치구로서 북구와 매우 비슷한 여건을 가지고 있다.
일반 현황을 보면 인구 62만명, 넓이 286㎢로 북구에 비해 인구는 약 4.5배인데,
면적은 약 100㎢로 북구의 1.5배 가량 된다.
장춘 시내에서 사방을 둘러봐도 산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광활한 평야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그야말로 '만주벌판'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북한보다도 한참 북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한겨울에는 영하 30도까지 내려갈 정도로 추운 지방이다.
때문에 겨울이 5개월 정도로 길고, 여름은 덥지 않은 편이며, 연간 강우량이 적은 편이다.

녹원구는 우리 북구처럼 관내에 장춘 공항과 대규모 자동차 공장(제일-대중기차공사)이 자리하고 있다.
도심지 외곽지역이라서 현재는 개발정도가 낮지만 미래 발전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점도
북구와 비슷하다.
2년 전에 신축한 구청 청사 주변은 녹원구의 중심으로서 신흥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었고,
청사 앞에는 18만㎡에 이르는 넓은 광장이 조성되고 있다.


야간에 돌아본 문화광장. 조명등의 모양과 불빛이 이채롭다.

잠에서 깨어난 용이 승천을 준비하는 기상

앞으로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두 도시가 같은데 우리와 다른 점은
토지가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도시계획에 맞춰 길을 내거나 공장을 짓거나
광장을 조성하는 등 그 어떤 개발사업도 돈만 있으면 걸림돌이 없다는 점이다.
1년이 다르게 박차를 가하는 산업단지 조성 및 시가지 재개발 사업에 소요되는
막대한 투자비용의 대부분은 '지천으로 널려있는' 국가소유의 토지를 계획적으로
분할하여 판매하는 돈으로 충당한다고 한다.
도로, 공원, 문화 복지시설을 하고 싶어도 까다로운 보상절차와 막대한 보상비 때문에
발목이 잡혀버리는 우리 실정과 비교하면 부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중국이 두려운 것은 바로 이러한 차이에서 오는 국가와 기업 경쟁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경제개발 과정이 그랬던 것처럼 관 주도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서
높은 효율성과 단기간에 고도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민주적 절차라는 면과 빈부격차 심화 등 부정적인 요소도 있지만 어쨌든
국가 경쟁력을 극대화시킨다는 점은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임에 분명하다.

환영 연회 장면

중국은 지금 후발 주자로서 선진국들이 겪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지름길을 달리며,
사회주의 국가가 갖는 강점을 이용해 무섭게 도약하고 있었다.
잠자던 용이 기지개를 켜고 하늘로 날아오를 준비를 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