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질고지칼럼

28. 마라톤 이야기

질고지놀이마당 2008. 6. 24. 16:08

<인내의 한계에 도전하는 마라톤을 직접 뛰면서 느낀 소감을 적은 글입니다.>

 

  이상범 (2004-12-10 15:11:45, Hit : 608, Vote :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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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톤 이야기- 인간 한계와 극기에 도전하는 자신과의 싸움


현안문제가 하도 많아서 질고지 칼럼 숙제를 한동안 하지 못했습니다.
자원화시설 및 공무원노조 파업과 관련된 사안 등으로 인해 정신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습니다.
해서 민감한 사안은 제쳐두고 좀 엉뚱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하프 코스조차 뛴 적이 없는 제가 마라톤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것은 마라토너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겁니다.
단축 마라톤 10km 몇 번 뛴 것이 전부인데 마라톤을 뛰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뜀박질’ 혹은 울산 사투리로 '쫓아바리' 라고 하기도 뭣하니까 그냥 마라톤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가죠.^^

올해 달리기 행사를 몇 번 참가 했나 따져 보니까 5km ‘건강달리기’ 말고 10km를 네 번 뛰었습니다.
평소 달리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대회를 앞두고 연습을 할 짬도 없기 때문에 갑자기 뛴다는 것은 당연히 무리인줄 압니다. 하지만 극기 훈련을 한다는 마음으로 참가했습니다.

함평 나비마라톤, 경상일보 커플 마라톤, 북구청에서 주최한 제1회 산악마라톤, 그리고 역시 제1회였던 울산 인권마라톤입니다.

기록이라고 하기도 뭣하지만 코스에 따라서 편차가 많습니다.
함평마라톤(46분)은 봄날에 거의 평평한 코스인데다 컨디션도 좋아서 괜찮은 기록이었습니다.
산악마라톤(56분) 역시 매봉재에서 무룡 임도를 뛰는 코스라서 경사길이 심한 것을 감안하면 그리 나쁜 기록은 아닙니다.

인권마라톤(50분)은 문수공원에서 남부 순환로를 돌아오는 코스인데 길은 좋으나 날씨도 춥고, 경사도 제법 있는데다 컨디션이 안 좋았습니다.

달리면서 느끼는 것은 이렇게 힘든 것을 굳이 안 해도 되는데 왜 하려고 할까 하는 점입니다.
다음에는 안해야지 하면서도 막상 얼마쯤 지나고 나면 다시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것은 산행도 마찬가지여서 힘든 종주산행을 하면서 고생을 할 적엔 왜 하필 이렇게 힘든 취미생활을 택했나 싶기도 합니다.

다음부터는 좀 쉽고 편한 산행이나 다녀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역시나 얼마쯤 지나서 누군가 괜찮은 산행을 가자고 하면 가슴부터 설레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아직은 젊고, 누구나 갖고 있는 도전 정신과 성취욕의 발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여간 전 요즘 자원화시설과 공무원노조 파업 관련으로 두 달 넘게 생활리듬이 깨져 버린 가운데 7년 넘게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울 정도로 제 몸을 혹사시키고 있습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아직 10km를 50분 안에 뛰었다는 것은 제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이어서 뿌듯합니다.

그런데 전 노조 활동을 시작할 무렵 허리를 심하게 다쳤던 병력이 있어서 지금도 만성 신경통과 특히 얼마쯤 달리면 고관절에 심한 통증을 느낍니다.
이번 인권마라톤에서는 하프 코스에 도전하고 싶었으나 십년 넘게 난치병처럼 따라 다니는 고관절 통증 때문에 10km로 목표를 낮춰 잡은 것입니다.

마라톤은 강인한 체력과 고도의 인내심이 요구되는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라고 하는데 뛰어보면 과연 그 말이 실감이 납니다.
하프 코스의 경우 1km를 평균 5분대로 뛰어야 1시간 50분 안에 들어 올 수 있습니다.
그럼 1분당 200m가 되고 100m를 30초에 뛰면 되는 것이니까 계산상으로는 어렵지 않으나 뛰어보면 그리 만만치 않은 기록입니다.

풀코스를 뛰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기록인 2시간 10분대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풀이해 보면 100m를 평균 18초대에 뛰어야 가능합니다.
이는 보통사람이 단거리를 뛰는 속도와 맞먹습니다. 즉 42.195km 전 구간을 보통사람이 전력질주 하듯이 계속 뛰어야 가능한 것이니까 경이적인 기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여간 마라톤은 인간 한계에 대한 도전이자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인간 한계의 체력과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최고의 극기 훈련이기도 합니다.

겨우 10km에 불과하지만 제 신체적 조건으로는 마라톤 메니아들의 하프코스 달리기에 해당될 만큼 힘들고 그만두고 싶은 고비마다 중산동 자원화시설 문제와 공무원노조 파업에 따른 징계문제를 떠올렸습니다.

도중에 포기하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는 다짐으로 자신을 채찍질 했습니다.
어려운 고비를 참고 극복했듯이 이해가 저물기 전에 어려운 과제들 하나씩 풀렸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