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질고지칼럼

26. 강형기 교수 초청 특강을 마치고

질고지놀이마당 2008. 6. 24. 15:52

<강형기 교수는 전국청년단체장모임(청목회)을 탄생시킨 산파역할을 하였으며 현재 고문을 맡고있다.>

 

  관리자 (2004-10-04 17:53:13, Hit : 632, Vote : 104
 chungbuk_3.jpg (77.3 KB), Download : 19
 공무원 매료시킨 강형기 교수 특강


지난 10월 1일 북구청에서 강형기 교수님 초청 특강을 실시하였습니다.
구청 직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었으나 관심있는 자생단체 간부들도 함께 참석한 이날 특강은 두 시간동안 진지하면서도 때때로 웃음을 자아내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어 3백여 청중을 매료시켰습니다.
저는 강 교수님이 쓴 책을 읽으면서 누구보다 일찍 지방자치시대를 예견하고 준비하신 분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직원들과 함께 강연을 들으면서 뜬금 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수는 아무나 하는 것 아니구나!’그리고 ‘교수라고 다 같은 교수가 아니구나!’
해박한 지식과 명쾌한 논리는 이미 정평이 나 있는 분입니다만 앞에 있는 청중에게 가장 알맞은 화법과 적절한 사례인용을 통해서 두 시간 내내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2월 8일부터 11일까지 '일본지방자치 모범사례' 연수에 참여한 청목회원들


'지방자치 가슴으로 해야 한다'는 강연 주제는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실제 강연은 자유분방하게 과거에서 현재, 국내실정과 외국의 사례를 폭넓게 넘나들면서 풍부한 사례와 경험을 소개한 다음 명쾌하게 정리를 함으로써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듭니다.
마치 '족집게 과외'를 받는 듯 했지요.
강 교수님이 제시한 '잘사는 나라’즉, 선진국의 기준은 이렇습니다.

1.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칠 수 있는 나라
2.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아도 사거리 교통이 막히지 않는 나라
3. 뒷골목에 쓰레기가 없는 나라
4. 공무원이 방문한다는 전화 받고 주민이 기뻐하는 나라
5. 학교 졸업 후에도 공부하는 나라


이 다섯 가지를 들으면서 우리 대한민국이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몇 개나 될까 걱정스럽습니다.
아니 우리 북구는 해당되는 것이 몇 개나 될지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업(業)의 개념

사파리 농장의 관광버스 기사가 자신의 역할을 단순히‘운전사’로 생각하는 것과 ‘토탈 엔터테이너’라고 생각하는 것은 대단한 차이가 있다는 설명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은 그저 관광버스 운전기사라고만 생각하면 손님을 내려주는 것으로 자기 역할이 끝나지만 토탈 엔터테이너라고 생각하면 손님을 내려주고 난 뒤에도 자기의 역할을 계속 찾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손님의 입장에 서서 어떻게 하면 더 유익하고 즐겁게 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보면 業의 개념은 공무원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마음가짐입니다.
특히 21세기 지방자치는 경영의 시대이며, 주민은 고객의 차원에서 주주의 역할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시대별 자치단체의 역할과 일선행정

우리 사회의 병폐는 ‘감점주의’ 사회로 진단하고 잘한 것 보다 잘못한 것만 따지다 보니까 책임질 일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 즉, 무사안일 복지부동을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대 변천에 따라 공무원의 역할과 행정방침이 바뀌어 온 과정을 통해 이 시대의 행정이 어떠해야 하는지, 공무원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공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결론으로 모아 가는 과정은 마치 물이 흐르는 것 같았습니다.


청목회 일행이 일본 무사시노시를 방문하여 스찌야 시장으로부터 사례발표를 듣고있다
(강형기 교수가 통역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


강 교수님이 구분한 시대별 자치단체의 역할과 일선행정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해방이후 1972년까지는 통치기구로서 주로 규제행정의 시기였습니다.
이때의 공무원은 법규를 가지고 주민을 규제하고, 군림하였습니다.
그 이후 지방자치가 부활되어 민선단체장이 선출되던 1995년까지는 집행기구로서 지도행정을 펼쳤습니다.
이때의 특징은 중앙의 지침에 따라 획일적이고 실적위주로서 남보다 빨리, 많이 하는 것이 최고로 인정받던 시기였습니다.
너무 실적을 우선하다 보니까 민이 관에 의존하게 만드는 부작용도 나타났습니다.
다음은 단체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자치기구시대로서 자치행정의 시대입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시대는 경영기구로 가야하며, 주민도 고객의 입장에서 주주의 입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대책은 잘하는데 정책은 없다?

이렇게 살펴보면 왜 공무원들이 시키는 것은 잘 하는데 스스로 찾아서 하는 것은 잘 못하는지가 저절로 수긍이 갑니다.
과정이 어찌됐든 자치시대를 넘어 경영의 시대에서는 시키는 대로 따르는 것에 익숙한 '서기형 공무원'으로서는 어렵습니다.
"대책은 잘하는데 정책은 못한다"는 말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보면 이렇습니다.
대책은 事後의 일인데 반해 정책은 미리 예측하여 계획을 세우는 事前의 일입니다.
강 교수님이 특히 강조한 것은 시대에 맞는 마음가짐입니다.
맹자의 말을 인용하여 "자기의 가능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시키시청 앞에서(가운데가 강형기 교수)

공무원들이 실제는 우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공직사회라는 틀 속에서 자기도 모르는 가운데 자기부정을 하는 경향성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강조한 것은 성의와 정성과 감동의 행정, 그리고 다양성입니다.
이밖에 음미할 만한 구절들이 있습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논리가 아니라 마음이다"

이 말을 들으면서 자원화시설 문제를 두고 주민을 설득시키지 못하는 나 자신을 돌아 보았습니다.
"대학 졸업한 장모는 딸이 부부싸움을 하면 이혼하게 만들지만 국민학교 졸업한 장모는 화해를 시킨다"는 말 역시 논리보다 사람의 마음이 중요함을 표현한 것입니다.

NO. 1 의 시대에서 onLY. 1의 시대로

"결점을 활용하면 개성이 된다"
"성공했던 과거의 경험을 잊어버려라"
어제 성공했던 경험이 내일도 유용하지 않다는 것이죠.
"현재의 시각으로 보지말고 미래의 시각으로 보라"

과거 획일적인 지도행정 아래서 최고를 경쟁하던 시대는 가고, 이제 나만의 차별성과 독창성의 시대임을 강조했습니다.
'얼음이 녹으면 무엇이 될까?' 라는 질문을 했을 때 학업성적이 우수한 대부분의 모범생은 학교에서 배워서 입력한대로 '물이 된다'는 검색형 답변을 하지만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자유분방했던 학생은 '봄이 온다' 거나 '꽃이 핀다' 등 상상력에 의한 답변을 한다고 합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논리가 아니라 마음이다"

이렇듯 과거에는 모범생의 검색형 사고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개성이 강한 상상형 사고가 더 적합한 시대라는 것입니다.
하나의 성공한 아이디어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문화사업입니다.
나만의, 북구만의 차별성 있는 정책 개발의 중요성을 일본에서 열풍을 불러일으킨 '겨울연가' 사례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무에서 유를, 그리고 색다른 것을 창조하는 프로듀서와 같은 공무원像을 주문했습니다.

"도자기를 구우려면 가마부터 구워야"

도자기를 구우려면 가마부터 구워야 한다는 말은 주민들의 역할을 강조한 것입니다.
즉, 도자기는 풍요로운 사회를 의미하며 가마는 공무원을 의미합니다.
'나쁜 놈'의 어원을 풀이하면 '나뿐인 사람'이 된다고 했습니다.

나쁜 도시, 나쁜 건물, 나쁜 환경을 보며 자라는 아이들이 제대로 커 주기를 바랄 수 있느냐 면서 미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려면 한 도시, 한 사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누가 보든 안보든 법을 지키는 주민, 나만 생각하지 않고 이웃과 주변을 배려할 줄 아는 사회가 되어야 비로소 잘 사는 나라임은 당연합니다.

사실 공무원들의 업무중에서 한도 끝도 없는 것이 불법을 단속하는 일입니다.
불법 건축, 불법 주·정차, 불법 광고, 불법 점용 및 훼손 등...
만약 국민들이 법을 잘 지킨다면 불법을 감시하고 단속하는데 들어가는 행정력을 보다나은 행정서비스로 돌릴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은 법을 잘 지키고, 공무원은 규제나 단속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민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방문함으로써 주민들에게 환영받는 사회는 곧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다섯 가지 조건' 중에서 네 번째 사례에 해당됩니다.
강 교수님이 강조한 것은 공무원들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역할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강 교수님이 쓰신 책과 강연 말미에 강조한 인상적인 귀절로 글을 마칩니다.
"불씨가 강렬하면 젖은 풀도 태울 수 있다"
"우리가 지향하는 풍요로운 삶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지역만의 특성을 살린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 제도와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지혜와 열정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강형기 교수님은 현재 충북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 지방자치학회 고문, 청년단체장 모임(청목회) 고문을 맡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지방자치 가슴으로 해야한다], [향부론], [관의 논리 민의 논리] 등 다수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