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질고지칼럼

29. 공무원노조 파업참가자 징계문제에 대한 소신

질고지놀이마당 2008. 6. 24. 16:11

<2004. 11. 15 발생한 공무원노조 파업에 참가했던 공무원에 대한 징계문제로 중앙정부와 대립 갈등이 심화되면서 쓴 글입니다.>

 

  이상범 (2005-01-11 09:30:30, Hit : 1200, Vote :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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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과 법령이 정한 권한과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 이상범 북구청장과 이갑용 동구청장은 지난해 12월 16일 오전 10시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공무원 노조 파업 참가자 징계와 관련, 갈등과 혼선을 빚고 있는 사태에 대해 울산 시민에게 사과와 함께 사태 해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마련했다.

전국공무원노조(이하 전공노) 파업사태와 관련하여 행자부가 취한 행정처분의 중대한 오류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지방자치제도 자체를 위협하는 각종 지침 시달
둘째,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월권
셋째, 지침에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공공연한 협박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이유는 바로 위와 같은 이유에서다.
공무원노조와 관련하여 행자부장관 명의로 시달된 각종 지침과 발표문, 그리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행정 및 재정적 제재조치를 하겠다는 '협박'은 상식을 뛰어넘는다.
아래 소개하게 될 행자부의 각종 지침과 방침은 하부기관을 획일적으로 통제하던 관선시대보다 더 권위적이고 반민주적이다.


△ 민주노동당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민주노동당 인터넷실

민선 2기 취임 초에 찾아온 첫 시련은 2002년 '연가투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무원들이 연가를 내고 상경집회를 계획하자 행자부는 연가를 허용하지 말 것과 연가를 허용하면 재정적 불이익 조치를 하겠다는 지침을 내려 보냈다.
그러나 지역별로 산발적인 연가 및 상경투쟁이 이뤄지자 참가율이 높은 자치단체에 대한 불이익 처분 경고와 함께 상경집회 참가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고, 징계를 하지 않는 자치단체는 재정적 불이익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 뒤 몇 개의 기초단체가 얼마만큼의 재정적 불이익 조치가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바 없으나 행자부의 엄포는 엄포로 끝난 결과가 되었다.
당시 우리 북구의 경우 연가 신청자는 연가를 인정해 주었으며, 상경하여 집회에 참가한 직원에 대하여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 한 징계는 최소화 하였다.

그런데 울산의 다른 기초단체는 행자부 지침에 충실히 따라서 연가 불허 및 참가자 징계방침을 강력히 천명했음에도 실제 연가투쟁 참여자는 북구청보다 많았다.
이를 보면 연가 결재여부와 연가투쟁 참가자의 상관관계는 성립되지 않음이 입증된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2004년 11월.
행자부는 지난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각오인지, 공무원노조의 싹을 초장에 자르겠다는 의도가 앞선 때문인지 하여간 지방자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초강경 지침을 마구 내려 보내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가 동절기 복무시간 변경을 위한 복무조례 개정지침이다.
이는 물론 관공서(공무원)의 근무시간을 통일적으로 맞추고자 하는 취지라 하겠으나 행위 자체는 자치단체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었다.
지침의 취지를 십분 이해한다 치더라도 곧바로 이어진 행자부 방침과 지침은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다.

행자부 지침대로 복무조례를 개정하지 않은 자치단체에 대해 불이익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와 더불어 법외노조인 '공무원노조'를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불법단체'와 체결한 단체협약을 파기하라는 지침과 함께 협약을 파기하지 않으면 역시 불이익조치를 취하겠다는 강경 지침을 내려 보냈다.
이러한 행자부의 방침은 지방자치를 인정한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폭력적'인 발상이다.


지난 해 12월 1일 이상범 북구청장이 공무원파업 관련한 징계방침과 중산동 음식물자원화 시설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예를 들면 우리 북구청의 경우 행자부 지침 내용대로 동절기 퇴근시간을 18시로 연장하는 복무조례 개정안을 만들어 의회에 상정하였으나 의회에서 부결됨으로써 개정하지 못했다.
그런데 행자부는 의회가 부결시킨 사항조차도 자치단체에 책임을 물어 행정과 재정적으로 불이익 처분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서로 독립적인 관계라는 사실조차 중앙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것이 지방자치의 현 주소다.

다음으로 11월 '전공노' 파업찬반투표 및 파업과정에서 행자부의 지침은 거의 무소불위에 가까운 '절대적인 명령'처럼 바뀐다.
투표행위 자체를 공무원법 위반과 단체행동 금지 등 범법행위로 규정하여 원천봉쇄 지침을
내리고 많은 지역의 투표장소에 경찰이 투입됐다.
투표행위란 개인이 자기 양심과 판단에 따라 찬성을 할 수도 있고, 반대를 할 수도 있는 의사표현의 기회임에도 그 자체를 범법행위로 규정하여 원천 봉쇄한 것이다.


이상범 구청장(사진 맨왼쪽)이 이갑용 동구청장, 정창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위원장(사진 오른쪽)과 함께 지난해 11월 10일 공무원노조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11월 15일 공무원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참가자들에 대해 공무원법 위반, 근무지이탈, 상사명령불복종 등을 들어 중징계지침을 하달한다.
그러나 한나절 만에 배제징계(파면 해임)를 원칙으로 하라는 더 강경한 지침으로 바꾸면서 위법사실 입증절차 및 징계절차를 간소화 시키라고 하는 등 강경 일변도로 치달았다.
이처럼 행자부의 초법적인 지침은 마치 계엄령 상황을 방불케 했다.

이와 같은 행자부의 초강경 일변도 방침에 대해 일선 시도에서 자체적인 기준을 만들어 징계수위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행자부는 광역부단체장 회의를 소집하는 등 강력하게 제동을 걸고 나왔다.

이를 위해 동원한 수단이 특별감사와 국책사업을 중단하겠다는 압박이었다.
울산광역시의 경우 특별감사가 내려와서 시장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용과 재산공개 목록까지 요구하다 지역 여론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소속인 이갑용 울산 동구청장과 이상범 북구청장은 26일 공무원노조 파업 동조혐의로 자신들을 형사고발키로 한 정부의 방침에 강력히 반발,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편으로 "총리실 주재 하에 관계부처 장관 회의를 통해 울산지역에 이뤄지는 20개 국책사업 목록을 작성하고 이 사업들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거나 보류 한다"는 것이 울산광역시 고위관계자를 통해서 직접 들은 중앙정부가 취한 전방위 압박의 전모다.

행자부는 자신들의 지침을 고분고분 따르지 않는 울산 동구청과 북구청에 대하여 직접 강제하는 것이 여의치 않자 울산광역시를 압박하는 수단을 동원했다.
이러한 '압력'에 대해 울산광역시장은 기초단체장에 대한 고발조치는 회피했지만 예산과 국책사업 압력에 대하여는 기자회견을 통해 '울산 위기론'과 '책임론'으로 응답했다.
즉, 중앙정부와 울산광역시의 대응은 '파업참가자 징계를 거부하는 동구 북구 구청장 때문에 울산은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지원을 못 받게 되고 주요 국책사업도 중대한 차질을 빗게 됐다'는 위기감과 책임론을 울산시민들에게 심어주었다.

지역 언론사 대부분도 이에 편승함으로써 위기론과 책임론에 따른 지역 정치권의 기상도는 한쪽은 '꽃놀이 패'나 다름없는 정치적 반사이득을 얻는 반면, 다른 한쪽은 모든 덤터기를 덮어쓰게 되어 한편에서는 '정치적 음모론'도 제기됐다.
그런데 '위기론'은 신기루와 같아서 막상 그 실체를 확인하려면 사라진다.
위기론의 근거인 국책사업 중단이나 예산 삭감이 사실인지 중앙의 관련부처에 확인을 요청하면 답변을 회피하거나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
즉 위기론만 있고 실체는 없는 것이다.


지난 해 11월 25일자 온라인 신문 '울산 포커스'에 실린 이상범 구청장과 김정주 울산포커스 논설실장과의 대담  장면

걸핏하면 예산을 주지 않겠다는 행자부 관료들의 발상은 이참에 바로잡아야 한다.
행자부가 단체장과 자치단체를 동일시한다든지, 지역주민의 대의기관인 지방의회의 독립성조차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몰상식의 극치다.
단체장에게 문제(?)가 있다고 해서 주권자이자 납세자인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예산을 주지 않겠다는 것은 상식 이하이며 위법적인 발상이다.

백보를 양보해서 울산의 동구 북구 구청장이 '잘못(?)' 했다면 잘못을 한 단체장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거나 나중에 주민들이 정치적으로 심판할 일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울산광역시에 배정해야 할 예산을 안주거나 국책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압력을 넣는 것이야말로 명백한 직무유기가 아닌가?
행자부의 방식대로 한다면 대통령이나 장관이 잘못하면 국민들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된다.
과연 그런가!

울산시장과 행자부장관 누구도 동구 북구 구청장을 고발하는 '악역'을 맡지 않으려 하자 그 총대를 행자부에서 내려온 행정부시장이 맡았다.
우여곡절 끝에 울산광역시 행정부시장이 '개인자격'으로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함으로써 이제 전공노 파업참가자 징계문제에 대한 논란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문제의 두 구청장'인 우리는 앞에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한 것처럼 행자부장관이 취한 행정처분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끝으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면서 발표한 기자회견문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마친다.

특별교부세 지원 중단예고, 복무조례개정요구 통고처분, 징계의결요구 통고처분, 연가불허 통고처분 등 권한 남용으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법, 위헌이다.

첫째, 대한민국 헌법과 법령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복무조례개정안 발의권, 징계의결 요구권, 연가결재권 및 특별교부세 지급 신청권 등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다.

둘째,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지방자치제도, 공무원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헌법을 위반하였다.

셋째,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지역경제를 육성해야 하는 헌법상 의무를 위반하였을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인간답게 살 권리, 행복추구권, 재산권 등을 침해하였다.

행정자치부 장관의 위와 같은 행위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 중앙집권적인 관행으로 실질적 민주주의 시대의 도도한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며 서서히 뿌리내리고 있는 지방자치제도를 부정하는 반민주적인 행위이다.
우리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헌법과 법령에 의해 주어진 권한을 지키고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주민들의 의사를 모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