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질고지칼럼

31. 그건 이렇습니다.

질고지놀이마당 2008. 7. 2. 14:38
  관리자 (2005-04-04 15:37:51, Hit : 461, Vote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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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이렇습니다


원지에서 신상안교 사이의 갈대밭

태화강 하류 골재채취 허가 논란에 대하여

지난 1일 홈페이지에 글 올리고, 지인들에게 메일 보내고 나서 괜한 일을 했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때보다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서 저도 놀라는 중입니다.
개인 메일에 대한 답장과 꼬리말 올라오는 속도와 양이 많이 달라서 말이죠 ^^*
그 덕분에 전 지금 행복+기쁨 모드로 바꾸어 가는 중입니다.

토요일 아침에는 자전거를 타고 중산동 기적의 도서관까지 달려갔다 왔지요.
토요일에는 테니스 레슨이 없거든요. 페달을 밟는 느낌이 상쾌했습니다.
안개가 피어오르는 동천에는 이른 새벽부터 먹이를 찾는 철새들이 많았습니다.
청둥오리, 황새, 이름을 잘 모르는 새도 많고, 텃새인 꿩도 보이더군요.

저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흐르는 곡은 가수 김종환이 부른 ‘사랑을 위하여’...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 볼 수 있다면 물안개 피는 강가에 서서~”
현장의 풍경과 그 노랫말이 잘 맞아 떨어졌으니까요.

그런데 물이 탁하기 그지없어서 그 물에서 헤엄치며 뭔가의 먹이를 찾는 철새들이 안타까웠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탁도로 보아 저 정도면 4급수 수질이 아닐지...

머잖아 방어진 하수종말처리장이 가동되면 생활오폐수는 따로 찻집 관로를 통해 분리 배출할 것이므로 점차 나아질 것이란 희망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하지만 상류로 올라갈수록 상황은 달랐습니다.
천곡보는 벌써 물막이 공사가 끝나서 물이 찰랑찰랑 차있었습니다.


제전 넘어가는 라바 보 및 물막이 전경

더 상류인 중보들에서 제전으로 건너가는 낙차보는 고무튜브를 이용한 물막이 공법을 적용했는데 이곳에 그득 고인 물을 보니 갑자기 부자가 된 기분입니다.
더욱이 양쪽 어도(魚道)를 따라 흐르는 물을 보니 1~2급수 수준이어서 이만하면 여름에 아이들이 미역을 감으며 놀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하루가 다르게 동천 정비사업의 면모가 드러나는 것을 보니 신바람이 절로 납니다.
자원화시설 공사는 2층까지 철골 골조는 다 올라갔습니다.
지하층에 설치하는 5개의 발효탱크 공사와 함께 2층 바닥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이런 진행이라면 더 이상 지연되거나 어려움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만하면 우울모드가 행복+기쁨 모드로 바꾸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겠습니다.


철골 골절 공사등이 진행되고 있는 음식물자원화시설 옆에 조성된 자전거도로로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따라오는 법인가 봅니다.
하나를 해결하여 이제 끝인가 싶으면 또 다른 문제가 먼저 알고 기다린다고나 할까요.
동천을 환경친화적으로 정비하고, 갈대밭 둔치와 물위에 노니는 철새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과 달리 어쩌면 저나 북구청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지도 모를 문제가 또 터져버렸습니다.

태화강 하류에 대한 골재채취 허가를 북구청에서 내 줬는데 철새보호운동을 하는 환경운동가들이 들고 일어난 것입니다.
언론에서도 이런 주장을 크게 보도하고 있어서 언론보도만 접한 시민들은 북구청이 일처리를 아주 잘못한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 그 분들의 충정과 비판을 인정합니다.
해당 지역이 조수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므로 철새 보호 및 환경적 측면에서 본다면 다 맞는 주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년에 준설업체에서 골재채취 허가를 신청해 왔을 때 북구청에서는 반려조치하고, 환경운동가(단체)들의 지적과 건의를 참고로 조수보호구역을 확대 지정토록 조치한 바 있습니다.


골재채취 예정지 및 방사보

그런데도 이번에 골재채취 허가를 내 주게 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치수관리라는 측면에서는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퇴적된 모래층을 준설해야 할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즉, 계속 쌓이는 모래로 인해 강바닥이 높아지고, 좀 더 지나면 이곳에 자연적인 모래톱이 형성되어 작은 섬이 생겨나게 됩니다.
그러면 통수단면(물이 통과하는 면적)이 좁아져서 큰 홍수가 났을 경우 강물이 범람할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지금도 유수흐름이 원활하지 못하여 상류지역의 수질보존에 어려움이 있으며, 계속 쌓이는 모래는 하류지역인 울산항만의 기능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특히 가장 가까운 현대자동차 수출부두의 경우 수심이 자꾸 얕아져서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태화강 하류 준설 문제는 필연적으로 두개의 가치가 충돌하게 됩니다.
즉, 철새보호 및 환경보호라는 가치와 시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산업시설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행정기관의 치수관리 대책이라는 가치의 충돌입니다.
이러한 연유로 명촌교 하류지점에 설치된 방사보의 존치와 철거논란도 오랫동안 계속되어 왔습니다.


울산시에서 조성한 명촌교 일대 호안과 둔치전경

그런데 얼마 전 울산시에서는 방사보를 완전 철거하는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울산시 독단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검토와 논쟁, 그리고 낙동강 환경관리청, 부산지방 국토관리청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하게 됩니다.
환경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자연 그대로 놔두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행정기관은 그럴 수만은 없음을 이해하여 주셨으면 합니다.

사실 철새도래지의 환경을 원형대로 보존해야 한다면, 현재 조성하고 있는 태화강 및 동천강 하류 호안축조와 둔치조성 공사가 더 심각합니다.
그러나 국비지원을 받아 대대적으로 벌이는 둔치조성 공사는 현재 완공단계에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셔서 흑백 논리가 아니라 양쪽 모두의 입장을 들어보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주셨으면 합니다.

다른 곳도 아닌 북구청에서 골재 채취 허가를 내줬다면 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북구청의 조치가 옳고, 환경운동가들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환경운동가의 입장과 행정기관의 입장은 이렇게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침 동천강 둑을 달리며 수질개선과 철새서식 환경을 걱정하는 제가 어쩌다 보니 철새보호 운동가들로부터 규탄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부끄럽고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