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질고지칼럼

44. 태풍 '나비'가 할퀴고 간 상처

질고지놀이마당 2008. 7. 3. 17:56

이 글을 다시 읽으며 마음이 몹시도 아픕니다.

심혈을 기울였던 동천강 하상정비 사업을 겨우 마무리 한 단계에서 태풍과 호우에 휩쓸렸기 때문입니다.

아픈 상처지만 정책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쓰라린 교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관리자 (2005-09-09 10:47:35, Hit : 800, Vote : 66
 tuk_2.jpg (99.8 KB), Download : 10
 태풍 나비가 할퀴고 간 상처를 돌아보고


동천 피해현장


태풍 '나비'는 물러갔지만 남기고 간 상처는 너무나 컸다.
태풍이 오는 날(9. 6. 화)은 태풍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태풍이 할퀴고 간 뒤 이틀 동안은 피해현장을 돌아보며 빠른 복구 작업을 위해 하루가 어찌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보냈다.

태풍은 바람은 그다지 세지 않았으나 하루 동안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갑자기 불어난 급류로 인한 피해가 많았다.
6일 밤에는 현장을 다니다 상방사거리에서 더 이상 차를 이용할 수 없었다.


물바다로 변해버린 상방사거리 효문동사무소 앞

물바다로 변해버린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했고, 물이 많이 차오르자 시동이 꺼진 차들이 오가지 못하면서 주 간선도로인 산업로가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할 수없이 차에서 내려서 물에 빠진 차량을 밀고 당기며 대피시키는 일을 도와주다보니 휴대폰이 물에 잠겨 먹통이 되고 말았다. ~@@~

100명 이상의 이재민이 구청 혹은 동사무소로 대피했으나 다행히 물이 바로 빠져서 다음날  새벽에는 모두 귀가할 수 있었다.


구청 2층 회의실에 마련한 이재민 대피소.

동천강물이 범람 위험이 있다고 해서 돌아 본 동천강은 수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는데 물살이 어찌나 빠른지 애써 조성한 호안 및 둔치가 무사할지 걱정이 태산이 아닐 수 없다.

잠시 눈을 부치고 새벽 여섯시에 동천둔치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호안 곳곳이 무너지고 해바라기며, 메밀, 홍화 등이 열매를 맺어가던 드넓은 둔치 곳곳이 휩쓸려 떠내려가 버리거나 아예 새로운 물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현장을 살펴보노라니 기가 막히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동천 피해 현장

그러나 한편으로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제방 곳곳이 패어나간 것을 보니까 호안공사를 했기에 망정이지 정비 공사를 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큰 피해를 입었을지 모를 일이어서 이 정도에서 그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출근했다가 60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강동 지역 피해현장을 둘러보러 갔다.
어제 저녁부터 거의 고립된 상태에서 하천제방 곳곳이 무너지기 직전이라는 다급한 상황보고가 계속 이어졌기에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과연 도로 및 제방이 유실된 곳이 많았는데 불행 중 다행이랄까, 둑이 터지기 직전에 멈춘 곳이 많았으니 천우신조다.


강동 피해 현장.

아니 실은 둑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무원과 주민들이 합심해서 장비를 동원하고, 나뭇가지를 베어다 물살을 막는 등 필사의 노력을 한 덕분이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둑이 터지는 것을 막은 곳마다 물과의 사투를 벌인 흔적들이 남아 있었는데 만약 둑이 무너졌다면 하류의 농경지 혹은 마을이 막대한 피해를 당했을 것이다.

강동은 아직도 시골 인심이 남아 있어서 마을 주민들이 나서서 복구 작업을 하고 있었다.


민.관이 하나되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안가 마을에는 마을대로 집채보다 더 큰 파도가 덮쳐서 해안도로는 모래와 자갈, 그리고 온갖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하지만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집채만한 파도가 연신 덮치는 강동 지역에서 인명피해는 물론, 가옥이나 어선 피해가 단 한건도 없었으니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도 평생 이만한 태풍 처음 겪는다면서 피해는 이만하기 다행이라 한다.



신속한 어선 대피로 피해가 전혀 없었던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방송사 기자들도 서울에서 직접 취재를 내려왔는데 현장을 보고는 이구동성으로 "비가 그렇게 많이 왔는데 피해가 이리 적다니 놀랍다"고 했다.
태풍은 물러갔지만 오후까지도 거센 파도가 덮쳐오는 현장을 보고는 놀라움과 감탄을 연발한다.
솔직히 말해 피해를 당한 주민의 입장이 아닌, 외지 손님의 눈으로 본다면 아름다운 강동 해변과 집채만한 파도가 밀려와 하얗게 부서지는 장면은 보기 드문 구경거리였으리라.



해안을 돌아보며 다시 한번 절감하는 것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경고다.
해안가로 밀려와서 그득하게 쌓인 온갖 쓰레기들은 성난 바다가 마구 버린 인간들을 향해 ‘너희 쓰레기 너네가 치우라’고 토악질 한 셈이다.
해안도로 유실은 마음대로 빼앗은 바다의 영토를 되찾아 가겠다는 실력행사에 다름 아니다.

주민들을 위로 격려하고, 건의사항을 듣다보니 한나절을 예상한 현장 확인은 강동동에서만 하루 종일이 걸렸다.
그럼에도 원망이나 항의를 받기 보다는 그간의 재해방지 시설투자 및 수산직 공무원들의 노력으로 어촌마을의 피해를 줄일 수 있어 고맙다는 인사를 참 많이 받았다.
그러나 마음은 무겁기 그지없다.


어물동 금천2교 인근의 도로도 유실되는 아픔이 있었다.

피해는 순간이지만 이를 복구하려면 엄청난 예산과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동천강 정비사업과 강동 해안 가꾸기 사업은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 심혈을 기울였는데 안정화 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엄청난 태풍이 닥치는 바람에 큰 피해를 당했다.
좀 더 철저한 대비를 통해 피해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재난관리과에서의 피해 대책 관계자 회의 모습.

이를 만회하는 길은 피해를 당한 주민들의 아픔을 덜어주고, 빠른 복구와 재발되지 않도록 완벽한 복구를 위한 길이라 생각한다.

구청장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함과 아울러 빠른 복구를 위해 구민들의 협조를 호소한 ‘주민들에게 드리는 글’(9월 7일 아침에 북구청 홈페이지에 게시)을 덧붙이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