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산행기/백두 한라 지리 설악 덕유산

지리산 왕복종주 사진기록 (1) /성삼재-촛대봉

질고지놀이마당 2011. 2. 6. 08:49

2011. 2. 4. 금. 맑음/ 성삼재-천왕봉-성삼재 56.2km 나홀로 18시간 37분

 

왕복종주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간관리가 무척 중요하지만 못지않게 기록도 제대로 남기고 싶었다.

구간별 소요시간은 그 코스의 난이도가 고스란히 함축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개의 경우 산행을 하면서 주요 이정표를 일삼아 사진으로 찍는다. (분 초까지 시간 정보가 찍히는 디카의 편리한 기능이 필기 메모의 번거로움을 덜어준다)

그런데 기왕에 찍는 사진이라면 시간관리의 목적외에도 아름다운 풍경까지 기록으로 남기면 더 좋을 터.

하지만 빨리 걸어야 하는 것과 아름다운 풍경을 아름다운 구도로 남기고 싶다는 바램 두 가지를 다 이루려는 것은 과욕이다.

 

 촛대봉에서 바라본 반야봉과 파란하늘

 

나는 둘 다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다시 이런 도전을 할 기회가 있을까 하는 생각과 걷는 도중에 만난 풍경이 참으로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어쩌면 설화가 만발해 있었더라면 왕복종주와 사진 두 가지 중에서 사진을 택했을 것이다.

왕복종주는 내 의지로 다시 도전할 수 있지만, 이날과 같은 풍경에 설화(상고대)까지의 금상첨화는 내 의지대로 할 수도 없고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이니까.

그만큼 멋진 풍경과 좋은 사진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아래 소개하는 풍경사진은 아쉽게도 DSLR카메라가 아닌 일명 똑딱이로 찍은 것이다.

왕복종주는 체력과 속도와의 싸움이며, 그러려면 배낭무게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는데 크고 무거운 쇳덩어리부터 내려 놓아야 했던 것이다.

어쩔 수없는 선택이었지만 내내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무게 때문에 카메라 기종은 양보할 수밖에 없어지만 속도 때문에 사진을 남기는 것까지 포기할 수는 없었다.

 

다음은 그 기록으로서 분량이 많기 때문에 구간별로 나누어 세 꼭지로 소개한다.

(구간별 자세한 산행기록과 걷는 순간순간의 단상은 앞에 올린 산행기 참조)

첫 번째 소개는 성삼재 출발부터 촛대봉까지인데 연하천대피소를 지나면서 날이 밝아왔기 때문에 풍경사진은 그 이후부터다.

 

05시 45분 화개재를 지나면서 약간의 여명이 있어서 시험가동

 

06시 59분 연하천대피소를 지나면서.. 일출 약 30분 전인데도 동녘만 일부 붉게 물들기 시작했을뿐 아직 사위가 어둡다.

 

 

07시 18분 아침에 해가 뜨는 것을 지켜보노라면 시시각각 하늘빛이 빠르게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은 느긋하게 지켜 볼 여유가 없다.

줄창 걷다가 운 좋으면 전망이 트인데서 해돋이를 볼 것이나 십중팔구는 시야가 가릴 것이다.

 

 

07시 37분 뒤로 높은 산에 햇살이 비치는 것을 보니 이미 해가 솟았음을 알 수 있다.

 

해는 아직 천왕봉보다 훨씬 남쪽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연하천대피소에서 벽소령 쪽으로 약 40분 진행했으니 거리상으로 2.7km 정도 이동한 전망바위에서 바라 본 남쪽방향 골짜기(대성골?)다.

자동디카로는 잘 표현하기 힘든 산그리메를 담아보고자 반셔터 기능을 활용해 보지만 잘 안된다.

 

 

가까이에 삼정에서 벽소령으로 이어지는 옛 임도 일부가 하얗게 보이고 저 멀리로 천왕봉이 아침햇살에 모습을 드러낸다.(07시 39분)

 

벽소령대피소로 내려가는 길에 눈길을 끄는 절벽위의 소나무

 

08시 13분 벽소령대피소를 지나쳐서 바라본 모습이다.

 

08시 50분, 아쉽게도 선비샘은 말라있었다.

시원한 샘물로 목을 축이는 대신에 눈을들어 주변 풍광을 담는 것으로 갈증의 목마름을 대신한다.

아침햇살에 희미하게 비치는 실루엣 능선은 삼신봉으로 뻗은 산마루로 짐작된다.

 

09시 16분,  다시 천왕봉까지 한눈에 조망되는 전망바위를 지나면서 자동으로 발걸음을 멈춘다.

거리가 많이 가까워졌다.

 

 

그리고 겹겹이 흘러내린 산그리메를 담아본다.

목수가 연장 탓하는 것과 같은 사족이지만 익숙치 않은 '똑딱이 디카'가 갖는 미세한 차이가 이런데서 나타난다.

입자가 거칠기는 하지만 그나마 좀 나아진 것 같다.

 

 

09시 27분 칠성봉을 지났다.

 

 

 

벽소령대피소에서 세석대피소까지는 꽤나 부지런히 걸어도 약 2시간 거리다.

그럼에도 오른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계곡 풍경은 거기가 거기요, 전라도 말로는 거시기하고,  경상도 말로 표현하면 갸가 가고 가가 갸다. ㅎㅎ

크고작은 골짜기마다 고유이름이 있지만 크게 분류하면 빗점골과 대성골이 모여 화개천을 이루어 섬진강으로 합수된다.

지리산의 품은 그만큼 깊고도 넓다.

 

영신봉으로 오르는 길에 잠시 드러나는 전망이다.

산 아래쪽은 눈이 거의 없으나 해발 1천미터를 전후하여 눈이 남아있는 것이 보인다.

지리산 종주길 주능선 전체는 여전히 설국이라는 말이다.

 

 

 

 

 

영신봉 직전의 전망포인트에서 바라다 본 천왕봉

 

 

10시 4분, 영신봉 정상 직전에서 돌아다 본 반야봉과 노고단 정상에서부터 주욱 거쳐 온 지리산 주능선이다.

언제나 푸근한 느낌으로 굽어보는듯한 반야봉은 어머니의 품같은 느낌을 준다.

가다 돌아봐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잘 다녀오라고 손을 들어 장도를 축하하며 기다려주는 것 같은 어머님의 자애로움..

걷는 내내 등대와 같은 이정표이자 마음의 안식처다.

 

남쪽방향으로 끝없이 겹쳐지는 산 실루엣

 

하늘빛이 참으로 청명하고 푸르게 변하고 있었다.

깃털같은 구름이 엷게 퍼지고 있어서 색상의 대비가 더욱 아름다운 풍경은 천왕봉 정상에 도착할 무렵까지 약 2시간동안 내 마음과 눈을 사로잡았다.

지금 내게 아름다운 경치는 달리 표현하면 독(毒)이다.

갈길 바쁜데 자꾸만 걸음을 멈추게 하니까.. 그렇지만 나는 기꺼이 그 독을 외면하지 않고 마신다. 독은 잘 쓰면 약이지 않는가!

 

 

세석대피소 직전이다.

왼쪽에 하얗게 눈에 덮여있는 천왕봉까지의 주능선이 조망된다.

 

세석대피소를 지나쳐서 촛대봉 오르는 길에 돌아다 본 풍경, 한폭의 그림같은 정경이다.

2005년 5월에 북구청 직원들과 2박3일간 연수 프로그램으로 지리산 종주를 하면서 2일째 묵었던 곳이어서 더욱 정감이 가는 곳이기도 하다.

당시 3차수로 나누어 진행한 종주 연수에 초심자들과 여직원들도 상당수 참가했는데 힘들어 하면서도 거의다 완주하였던 기록이 새롭다.

자기결정권에 의한 선택으로 참가하였기 때문인지 사후 만족도가 가장 높아서 개인적으로도 보람이 컸다.

지금 나는 그 당시에 2박3일로 걸었던 코스의 4/5쯤 되는 거리를 왕복하는 당일종주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촛대봉으로 오르면서 바라본 영신봉 위로 펼쳐지는 하늘이다.

 

10시 37분, 촛대봉 이정표 옆에서 본 천왕봉 조망이다.

이 글의 첫머리 사진도 바로 이곳 촛대봉에서 바라본 반야봉 풍경이다.

 

천왕봉 원경 클로즈업

밋밋하고 허허벌판같은 제석봉, 뾰족뾰족한 바위로 이루어진 연화봉이 함께 조망된다.

바로 앞의 봉우리는 삼신봉

 

성삼재-천왕봉 왕복종주 사진보기 두 번째 순서는 촛대봉 이후부터 장터목대피소 구간이다.

겨울 지리산의 아름다운 풍광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구간이다.(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