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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왕복종주 사진기록 (3)/ 장터목-천왕봉

질고지놀이마당 2011. 2. 7. 19:08

 

설 연휴에 나홀로 다녀온 지리산 왕복종주 사진보기

앞 글에 이어서 세번째 소개 순서는 장터목대피소에서 천왕봉 까지의 풍경이다.

(상세한 시간기록 및 소감문은 앞에 올린 왕복종주記 참조)

 2011. 2. 4. 금. 맑음/ 성삼재-천왕봉-성삼재 56.2km 나홀로 18시간 37분

 

장터목대피소에서 풍경사진만 두어장 찍고는 곧바로 천왕봉을 향해 출발했다.

오랜 세월 비바람에 고사목들도 거의 다 스러진 제석봉을 지나는 동안에 하늘 구름이 더욱 환상적이다.

 

돌아보면 어김없이 고향집 어머님 품처럼 반야봉이 기나긴 여정을 굽어보고 있다.

 

천왕봉을 향한 행렬은 꾸준히 이어진다.

정상에 올랐을 때 느끼는 환희와 성취감 때문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힘든 고행과도 같은 명산 순례를 나서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간 숱하게 지리산을 다녔지만 오늘따라 반야봉이 풍기는 느낌이 어느 때보다 각별한 것 같다.

시골에서 어머님이 객지로 떠나는 자식을 배웅하면서 먼길 무사히 댕겨오라고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흔들고 서 있는듯한 느낌이다.

하여 나 자신도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왕복종주를 떠나오고 보니까 저곳이 마치 돌아가야 할 고향집처럼 느껴진다.

 

11시 48분 제석봉 전망데크를 지난다.

 

누굴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전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망부석(찍사 마음대로 붙인 이름^^)이 하나 서있다.

 

바람이 몰아쳐서 쌓은 눈城

 

눈을 많이 몰아친 곳은 키보다 큰 이정표가 이만큼 묻혀있다.

 

며칠간 포근한 날씨 덕분에 눈이 많이 녹았을텐데도 지리산 주능선은 여전히 雪國이다.

 

다른 산객의 모습을 통해서 자연속에 동화된 내 모습을 유추해 본다.

남이 나를 바라보면 저런 모습일 것이다.

 

12시 14분 통천문을 지나 천왕봉 오르는 막바지 오르막이다.

이즈음 파란하늘과 하얀구름이 연출하던 환상적인 풍경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없다.

 

일찌감치 천왕봉 정상을 찍고 내려가는 산객들이 좀 부럽기도 하고..

저멀리 노고단까지의 아스라히 조망되는 마루금을 따라 되돌아가야 한다.

 

12시 25분 마침내 천왕봉 정상에 도착했다.

다른 산객에게 부탁하여 왕복종주길 정상도착 인증샷을 한 장 남긴다.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순간이기에 이례적으로 인물사진을 올린다.

 

지리태극의 서북쪽 날개에 해당되는 서북능선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천왕봉 정상에서 머문 시간은 고작 3분정도나 될까?

인증샷만 몇 장 찍고는 물한모금 마실 짬도 갖지 않고 하산을 서둘러야 했다.

그만큼 갈 길은 멀고 시간은 촉박했기 때문이다.

<풍경사진 후기>

지리산 왕복종주를 하면서도 풍경사진을 거의 놓치지 않고 찍었다.

분량이 많은 관계로 세 꼭지로 나누어 소개했다.(상세한 시간 기록 및 감상문은 별도꼭지로 소개)

그러므로 중간에 어느 한꼭지만 봤다면 앞 뒤로 이어지는 글(사진)을 함께 찾아보기 바란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의 풍경사진은 찍지를 못했다.

무게 때문에 DSLR카메라를 포기하고 대신 가져간 똑딱이 카메라가 천왕봉 인증샷을 끝으로 전원이 꺼졌기 때문이다.

똑같은 풍경을 되풀이 찍을 필요가 있냐고 생각할지 모르나 빛의 양과 방향이 다르면 같은 장소라도 느낌이 다르다.

특히 하늘색과 구름은 시시각각 다르기 때문에 배경이 어떠냐에 따라서 같은 사진도 달라진다.

그래서 오전에 찍은 풍경을 오후에 다시 찍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그런 욕심을 부릴 수가 없다.

분초를 다투며 걸어야 하는 왕복종주라서 카메라의 전원이 꺼진것이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으로 아쉬움을 접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