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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왕복종주 사진기록 (2) /촛대봉-장터목대피소

질고지놀이마당 2011. 2. 6. 20:02

설 연휴에 나홀로 다녀온 지리산 왕복종주 사진보기

앞 글에 이어서 두번째 소개 순서는 촛대봉에서 장터목대피소까지의 풍경이다.

 

2011. 2. 4. 금. 맑음/ 성삼재-천왕봉-성삼재 56.2km 나홀로 18시간 37분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하얀 눈길따라 펼쳐지는 설경과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하얀구름이 연출하는 환상적인 풍경이 갈길 바쁜 산길나그네의 발길을 잡는다.

촛대봉 이후 천왕봉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만나는 풍경들이다.

 

자연이 빚은 걸작품들..

만약에 이 배경과 풍경에 더하여 설화(상고대)까지 피었다면 어땠을까?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왕복종주고 뭐고 다 접어버리고 그 풍경속에 그냥 푹 빠져들고 말았을 것이라고..

 

다음 굽이를 돌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긴 여정에 힘들다는 생각보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와 흥분이 피로감을 잊게 한다.

 

 

 

알맞은 거리만큼에 탁트인 전망포인트가 있어 눈맛을 시원하게 틔워준다. 

 

 

그리고 정교하게 만든 그 어떤 소품보다도 더 정교하게 자리잡은 반생반사의 주목 고사목

십수년째 지리산을 가지만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며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란 말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준다.

 

 

하늘과 구름, 바위돌과 고사목, 쌓인 눈과 길손조차도 자연속에 놓여지면 작위적이지 않은 훌륭한 밑그림이 된다.

 

 

 

 

노고단에서 출발하여 반야봉을 살짝 비켜 예까지 힘차게 달려온 지리태극의 힘찬 기상이 고스란히 조망된다.

 

 

삼신봉에서 연하봉으로 이동하는 구간이다.

이제 마루금은 키큰 나무로 인한 시야가림이 거의 없이 조망이 탁 트인 길이다.

하얀 구름은 이제 파란 하늘을 절반이상 가렸다.

그럼에도 보는 각도와 방향에 따라서 여전히 매혹적이다.

 

 

촛대봉을 출발한지 얼마 안돼서 크고 무거워 보이는 배낭을 짊어지고 천천히 이동하는 등산객 한명을 추월했다.

차림새나 배낭 상태로 보아 비박산행을 즐기는 전문 산꾼이려니 했는데 의외로 젊은 여성이었다.

물론 오늘 하루만에도 수많은 산객들을 마주치거나 추월했고, 그 중에 큰 배낭을 멘 여성산객도 여럿 있었지만 언뜻 보기에도 나홀로 산행인 것 같아서 각별하게 보였다.

의례적인 인사를 건네고 앞질러 왔는데 나중 천왕봉을 먼저 찍고 하산길에 장터목 인근에서 다시 마주쳤다.

그도 나를 알아보고 천왕봉까지 벌써 다녀오냐고 인사를 건넨다.

나도 악조건을 무릅쓰고 나홀로 산행을 즐기는 편이지만 여성 혼자서 겨울산에 도전하는 그 용기가 참으로 가상하고 부럽다.

산에서 만나는 여성의 아름다운 첫째 조건은 당당하게 홀로 도전할 수 있는 건강한 체력과 도전 할 수 있는 정신력이라 생각한다.

 

경기도 이천에서 왔다는, 거림코스를 거쳐 세석 - 장터목 -  천왕봉으로 향하던 그 여성산객을 먼발치에서 모델로 담아 보았다.

모쪼록 그녀도 설 연휴에 찾은 지리산 나홀로 산행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더 큰 꿈을 이루기를 기원한다.

 

 

하늘과 구름이 연출하는 뒷 배경이 좋으니까 그 앞에 무엇을 어떻게 앉혀도 한폭의 그림이 된다.

다시 말하거니와 무게 때문에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던 DSLR카메라가 못내 아쉬운 풍경들이다.

지금 컴퓨터 모니터상으로는 화질의 차이를 별로 못느낄 수 있으나 그 미세할지도 모를 차이를 아는 사람들은 알기 때문이다.

 

 

 

11시 17분 연하봉을 지난다.

며칠 포근한 날씨 덕분에 눈이 제법 녹았다고는 하나 바람이 눈을 몰아다 쌓아 놓은 곳은 키를 넘기도 하고 이처럼 이정표를 턱밑까지 파묻기도 한다.

 

이제 앞에 보이는 산등성이만 넘어서면 장터목대피소다.

그 너머로 제석봉과 천왕봉이 손에 잡힐듯이 가까워졌다.

 

쌓인 눈과 죽은 나뭇등걸도 자연이 부리는 마술에 따라서 이렇게 한폭의 산수화로 태어났다.

 

 

 

지나쳐 온 길을 한번 더 뒤돌아보고..

 

 

이제 장터목대피소로 내려가는 길이다.

다져진 눈길 옆으로 한발자국만 헛디뎌도 눈의 깊이는 허벅지까지 빠진다.

 

 

11시 28분, 천왕봉으로 오르는 마지막 길목인 장터목대피소에 다달았다.

목좋은 장터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일까, 천왕봉을 찾는 수많은 산객들 대부분이 거쳐가는 곳이니 이름이 잘 어울리는 대피소이기도 하다.

 

장터목대피소에서 좌우측 방향 풍경사진만 한 두컷씩 담는다.

먼저 남쪽으로 중산리계곡 방향이다.

 

서북쪽으로 반야봉까지의 주능선과 노고단에서 만복대를 거쳐 정령치 바래봉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까지 힘차게 뻗은 지리태극이 조망된다.

 

 

이후 제석봉을 거쳐 천왕봉까지의 구간은 3편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