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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고은희 기자가 쓴 글/펌

질고지놀이마당 2011. 2. 14. 19:58

[이삶]나홀로 지리산3대 종주 성공 '전직 구청장'
    기사등록 일시 [2011-02-12 18:14:05]
【울산=뉴시스】고은희 기자 = 12일 고비가 닥칠 때마다 자기극복을 위해 산을 찾는 이상범(54) 전 울산 북구청장이 지난 4일 지리산 3대종주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천왕봉 정상 인증샷 . (사진=이상범 전 울산북구청장) photo@newsis.com 2011-02-12

【울산=뉴시스】고은희 기자 = 전직 구청장이 나홀로 지리산3대 종주에 성공해 화제다.

주인공은 고비가 닥칠 때마다 자기극복을 위해 산을 찾는 이상범(54) 전 울산북구청장. 그는 구정인 지난 4일 나홀로 지리산 왕복종주를 마쳐 '지리산 3대종주' 성공을 기록했다.

지리산 3대 종주는 '태극종주(동남능선-주능선-서북능선 90.5㎞)', '화대종주(구례화엄사-산청대원사 46.3㎞)', '왕복종주(성삼재-천왕봉-성삼재 56.2㎞)'를 일컫는다.

이 전 구청장은 2007년 5월 3박4일 일정으로 단독으로 태극종주를 마쳤고, 화대종주는 세 번이나 성공한 바 있다. 최근 종주는 2008년 8월이다.

이번 왕복종주는 새벽3시 47분 성삼재에서 출발해 천왕봉을 거쳐 다시 성삼재로 돌아오는 코스로 총 18시간 37분 소요됐다.

그는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울산시의원, 구청장 등을 거치면서 큰 파란을 겪었다.

구청장 재직시절 전국공무원노조 총파업에 참여한 공무원들을 징계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직무가 정지되기도 했다. 이후 최종 판결에서 무죄가 확정돼 명예회복의 기회를 노렸으나 이 또한 운이 닿지 않아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이렇듯 좌절의 순간이 닥치더라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자신과의 싸움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이번 산행은 제 스스로가 정한 목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기에 강행했던 것입니다. 무엇보다 세상이 나를 힘들게 하고 시험에 빠뜨리게 하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고 싶었지요. 그동안 쉬었던 마라톤 풀코스 도전을 앞둔 산행이라 더욱 의미가 큽니다."

설산인 지리산 왕복종주 기록은 가히 놀란만 하다. 새벽녘에 성삼재에서 출발해 천왕봉을 거쳐 한밤 중에 성삼재까지 도착하는데 18시간 37분이 소요됐다.

【울산=뉴시스】고은희 기자 = 12일 고비가 닥칠 때마다 자기극복을 위해 산을 찾는 이상범(54) 전 울산 북구청장이 지난 4일 지리산 3대종주에 성공했다며 구간 코스를 설명하고 있다. gogo@newsis.com 2011-02-12

"산행 종료시간 전 2~3시간은 '마(魔)의 시간'으로 무의식 속의 자신과의 싸움의 시간이었다"면서 "체력이 안전히 소진한 상태에서 또다시 '나 자신과의 싸움'을 시도했고, 결국 성공을 이루게 돼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그는 밝혔다.

겨울산행이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다 보니 자신의 분신처럼 여겨온 DSLR카메라 대신 일명 똑딱이 카메라를 메고 산행에 도전했다. 카메라로 구간구간 마다 산객들이 흘린 땀방울과 쏟아놓은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담았다.

또 "천왕봉에 다녀왔어요"라는 인증샷도 기록으로 남겨 개인블로그에 게재하는 등 보는이들에게 흥미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그는 산행을 좋아하는 대신 허겁지겁 시간을 다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산행에서는 시간을 따지며 기록했다. 지리산 3대 종주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세운 삶의 목표 중 하나였던 지리산 3대 종주의 방점을 찍는다는 감회와 더불어 이것 만큼은 자세한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나홀로 왕복종주를 준비하면서 누군가가 남긴 기록의 도움을 받았듯이 제 기록도 누군가에게 참고가 될 수 있기에 열심히 기록했던 것입니다."

이 전 구청장은 다시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지리산3대종주 성공을 계기로 울트라마라톤 100㎞ 도전과 미국 시에라네바다 산맥 등정이다.

그는 근무처 벽면에 붙은 '인생은 만남으로 자란다'는 글귀를 가리켰다. 만남으로 인생에 많은 성장이 있었듯, 다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gog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