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동아리/풍경사진

담양 명옥헌

질고지놀이마당 2011. 8. 18. 14:18

지난 광복절 연휴에 지인 몇 명과 담양 명옥헌에 다녀왔다.

나는 여행보다 빡시게 걷는 산행을 좋아하고, 사진촬영을 위한 출사를 멀리 갈 정도로 사진을 좋아하거나 잘 찍는 실력이 아니다.

다만, 몸 컨디션이 그닥 좋지 않은 상태에서 무더운 날 기를 쓰고 산에 가기가 선뜻 내키지 않아서 뭘할까 망설이던 차에 동행을 제안받고 흔쾌히 따라나선 길이었다.

따라서 도착 전까지 명옥헌에 대한 상식이 별로 없었으며, 모르면 사전에 인터넷 검색이라도 하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장에 가는 친구가 같이 가자고 하니까 거름지게를 지고 따라나선 격이다.(그만큼 친구에 대한 믿음을 가진 것이기도 하다^^)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해서 마을을 가로질로 명옥헌 초입에 도착하니 살폿 흥분이 된다.

수령이 오랜 배롱나무숲으로 둘러쌓인 작은 연못과 정자, 그리고 운치를 더해주는 노송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먼발치 그림은 그럴싸 했는데 막상 가까이 다가가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썩 마음에 드는 구도가 잡히지 않는다.

날씨와 꽃 상태가 제대로만 받쳐주면 똑딱이로 대충 찍어도 멋질 것 같은데 오늘 날씨는 마음까지 흐리멍텅하게 만들만큼 흐리고 시야도 희뿌연하다.

게다가 꽃 상태도 절정을 지났고, 낙화라도 연못에 많이 떠 있으면 좋으련만 그조차도 한물 지났단다.

 

일 못하는 목수 연장나무라는 격이지만 아는 것이 별로 없으니 내 눈에 보이는 것도 이 정도에 불과했다.

함께 간 지인은 어떤 안목으로 사진을 담았을까 궁금해서 블로그를 방문해 보니 사진도 글도 보이지 않는다.

그는 평소에도 자기 눈에 차지 않으면 미련없이 버릴 정도로 자신의 사진과 글에 대해 엄격한데 이번에는 하나도 남김없이 버렸단다. 

 

맺고 끊음이 분명한 그와 달리 나는 내 주변의 것들을 무엇이든 잘 버리지 못한다.

이번 동행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은 담아오지 못했지만 눈으로 보았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정보들을 간직했다.

그리고 의기투합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행 그 자체를 즐거움으로 받아 들인다.

 

 

  

 

 

명옥헌 전체 전경을 담을 수 있는 전망포인트가 있을까 하여 옆에 단감나무 과수원의 높은 지대로 올라가 보았으나 헛수고.. 

 

정면으로는 작은 연못, 뒷편은 완만한 언덕

왼편엔 꽤나 큰 그늘을 드리우는 느티나무, 오른쪽엔 작은 개울과 배롱나무로 둘러싸인 명옥헌(뒷편에서)

 

현대판 열녀인가, 눈쌀 찌푸리게 하는 꼴볼견인가?

정면 세칸으로 이루어진 명옥헌은 가운데 칸 정 중앙에 방이 하나 있고 전후 좌우는 마루로 되어있는데 양쪽마루는 제법 넓다.(아래 사진 참조)

뒷편에서 신발을 벗고 올라갈 수 있는 구조이며 막아 놓지 않았으니 올라가서 즐기는 것은 무방하다 하겠다.

하지만 다중이 찾아오는 지방 문화재인데 남자는 큰 대자로 누워있고, 여자는 부채질을 해 주는 모습을 보니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좋게 봐 줄 수도 있겠으나, 내가 심술궂어서 그런지 좋게 보아주기 곤란하다.

 

명옥헌 앞모습을 담으려 했으나 여기에도 한 커플이 눌러 앉아서 요지부동이다.

 

날씨가 궂거나 말거나, 장관을 이루는 배롱나무꽃이 끝물이거나 말거나 그래도 명성을 듣고 찾아오는 이들의 발걸음은 꾸준히 이어졌다.

 

 

 

 

배롱나무꽃이 그중 많이 피어있는 곳 클로즈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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