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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속의 겨울, 공룡능선 1 / 오색~중청

질고지놀이마당 2013. 3. 7. 23:09

2013. 3. 2. 토 맑음

 

94회 삼일절을 맞는 3일간의 연휴, 봄의 시작이다.

매년 삼일절에 개최되는 울산마라톤대회에 참가하여 하프코스를 뛰고 설악산으로 내달렸다.

대개 어서 봄이 오길 기다리는데 나는 거꾸로 가는 겨울이 아쉬워 봄속의 겨울을 찾아 떠나는 산행이다.

목적지는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등산객 안전을 위해(?) 탐방을 막을 정도로 눈이 많이 쌓여 있는(?) 설악산 공룡능선

 

3월 2일, 들머리를 한계령으로 하여 서북능선의 장쾌한 눈맛을 보고 싶은데 이곳 역시 아직 통제중이다.

더욱이 연휴가 끝나는 4일 부터는 산불방지기간이라는 이유로 전면통제가 확대된다.

하여 남설악 쪽에서의 입산은 오색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나마 겨울철 안전 때문에 당일 등산객은 12시까지, 대피소 예약자는 14시까지 통과가 가능하다.

 

들머리에 운지버섯이 반기듯 맞아준다.

 

폭풍한설을 견디느라 온몸을 비틀며 자랐을까?

그래도 굽히지 않고 절개를 지키듯이 곧게 자란 나무는 그러나 세월 앞에선 고사목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다.

 

오색에서 오르는 가파른 오르막의 종착역 중청대피소가 목전에 보인다.

 

아직 눈덮인 점봉산의 위용

나무숲에 가려있던 설악의 장쾌한 산세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모진환경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지켜내고 있음을 온몸으로 증언하는 잣나무

 

 

 

 

 

대청봉 정상

산 아래서 출발 당시는 날씨가 맑아서 대청봉에서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겠다 기대가 되었는데 점차 늘어나기 시작한 구름이 하늘을 대부분 가리었다.

 

중청을 거쳐 장쾌하게 뻗어나간 서북능선을 조망하는 눈맛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대청봉 정상이 이렇게 조용한 적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등산객 발길이 뜸하다.

 

 

 

 

 

 

 

 

 

 

 

 

 

 

 

 

 

 

 

 

 

 

혹시라도 반짝 노을이 연출되려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추위를 참아가면서 30분 이상 기다렸지만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많은 경우 해가 떨어지기 전에 마지막 안간힘을 쓰듯이 잠깐이나마 붉게 물드는 낙조를 보여주는데 오늘은 맥없이 스러진다.

 

 

 

 

 

 

어둠이 내리는 중청대피소로 내려왔다.

추위와 바람을 피해 아늑하게 쉴 수 있는 대피소는 진작부터 예약이 마감되어 있었는데 막상 입소해서 보니 빈 자리가 많다.

 

 

긴긴 겨울밤이 무료해서 저녁을 해결하고 나와서 산아래 속초방향 야경을 담아 보았다.

삼각대를 지참하지 않아서 대피소 앞 안전팬스 기둥위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타이머셔터를 이용, 25~30초 정도의 장노출로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