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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교통사고를 당한 전말

질고지놀이마당 2013. 12. 29. 20:28

 

 

언제 : 2013. 12. 25. 아침

장소 :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동(대부도라는 섬)

 

크리스마스날 아침에 바닷가 일출풍경을 담으러 나갔다가 귀로에 당한 황당한 교통사고 전말이다.

 

이른 아침 바닷가에 나가서 새벽 여명과 아침 해돋이를 보고는 아들과의 아침식단으로 마트에 들러 청국장을 사다 끓여야겠다 생각하며 아들숙소로 향하는 길.

그러면서 시간 여유가 있기에 풍경을 좀 더 보느라 승마클럽이 있다는 안내판을 따라서 2차선 아스팥트 지방도로를 30~40km 정도로 천천히 달렸다.

바닷가에 다다르면 차를 돌려서 아침 준비하러 가야지 생각하면서 여유로운 드라이브를 하고 있었는데...

논밭 사이로 난 길에서 달려오는 육중한 승용차 한대가 눈에 띄었다.

 

그런데 큰길로 접속하는 그 차가 좁은 길에서 속력을 줄이지 않고 달려오는게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었다.

작은 길에서 큰길로, 그것도 좌회전 접속하려면 당연히 일단 정지를 하거나 속도를 줄이고 좌우 확인을 해서 진입해야 하는데...

내가 달리는 길은 중앙선이 그어진 2차선 아스팔트 포장도로(부용로) 직선구간이고, 상대방은 시멘트 포장된 논밭사잇길(소득길)이었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천천히 달리던 속도마저 줄였고, 접속지점에서 이대로는 충돌할 것 같아서 급 정거를 했다.

 

어떤 불길한 예감이 스치는 순간 그 차는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좌회전을 하면서 왼쪽 모서리로 내차의 정면 오른쪽을 들이박았다.

쿵하는 충돌음과 와장창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멍때리는 순간이었다.

아무래도 그 운전자가 정신줄을 다른 곳에 놓고 있었던게 분명했다.

내가 멈춰섰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내 차의 옆구리가 박살 났을 것이다.

 

차에서 내린 그 운전자는 내 예측대로 "전혀 못봤다"고 실토했다.

그러면서 대뜸 저기 보이는 팬션 주인인데 급한 연락을 받고 사람을 데리러 가던 길이라며 명함 한장을 주고는 차를 빼려고 했다.

사고가 난 경위도 황당하지만 사고를 낸 운전자의 행동도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보험사에 사고접수 신고전화를 하기도 전에,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증거확보도 전혀 없이 차부터 빼겠다니...?

 

물론 그 상황은 상대 운전자의 일방과실이라는데 이의가 있을리 없었다.

그가 명함을 주고 자기 볼일부터 보겠다는 것도 자신의 일방적인 과실임을 인정한다는 의미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간접적인 교통사고 사례 경험상 십중팔구는 뒤에 태도를 바꿔 딴소리를 하기 십상이다.

내 차에 블랙박스가 장착되어 있으니 딴소리 하면 꼼짝없는 증거를 들이댈 수 있겠지만 혹시 녹화가 안되어 있으면?

만약을 위해 차를 빼기 전에 사진이라도 찍어놓겠다고 잠시 기다리라 하고 사진 석장을 찍었다.

 

사진 만으로는 부족하다 싶어서 동영상 모드로 촬영을 하려는데 그 사람은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차를 몰아서 휭하니 달려갔다.

혼자 남아서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나 생각을 가다듬자니 기가 막히고, 참으로 경우없고 기본 예의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과실로 내 일정은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는데 자기 급한일부터 처리하겠다고 달려가다니..!

내가 심성이 너무 착한 건가?

 

보험사에 연락해서 사고경위 설명과 사고처리 안내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그 운전자가 준 명함을 바로 살펴봤다.

전화를 걸어서 보험사에 연락해서 사고처리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 했더니 보험사 연락은 했고 기다리는 사람 태워서 돌아가는 중이란다.

얼마후 되돌아 온 그는 기다리고 있으면 보험사 직원이 올거라며 다시 자기 집으로 향했다.

그가 그 상황에서 태우러 갔다 온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 몰라도 경우를 바꾸어 내가 사고를 낸 입장이었다면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속도 상하고 화가 나기도 했지만 이후 보험사 직원이 와서 현장 기록을 한 다음에 각자 돌아서면서 건낸 내 인사가 또 엉뚱했다.

"사람 안다쳤으니 다행이고 서로 일진이 안 좋았다 생각합시다"라는 비단결 같은 미사여구였으니 말이다.

그러고도 부족해서(?) 차를 견인해 가는 렉카차 기사한테는 보험 사고차량이라 해서 절대로 과잉 수리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왜냐하면 사람을 고치는 병원이나 차를 고치는 정비공장에서 환자나 고객들이 전문지식이 없다는 이유로 과잉진료 과잉 수리를 남발함을 알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국가적인 낭비이며, 보험재정을 악화시켜서 결국은 국민들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우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아니나 다를까 사고 경위를 전해들은 지인들은 한결같이 날보고 바보같다라고 말한다.

교통사고 당했으면 일단 아프다며 병원에 가서 드러눕는게 상수라고 하는가 하면, 상대방의 비 상식적인 행동 등으로 보아 음주측정을 요구했어야 한다는 등의 '조언(실은 핀잔)' 이 주류였다.

천성이 남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하고 모진 소리 못하는 성격이긴 하지만 이번 사고처리는 내가 생각해도 너무 유하게 한 것 같다.

 

접촉사고 현장사진1

논길을 달려온 무쏘 차량이 감속을 하지않은채 좌우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좌회전을 하면서 큰길을 직진하던 중에 급히 멈춰 선 내 차를 들이 박았다.

 

사고 사진 2

만약 내가 급정거 하지 않았다면 내 차는 옆구리를 들이받혀서 거의 반파됐을 것이다.

 

 

이후 사고처리 결과를 올릴 예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