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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발생시 사고처리 사례/ 필자 실화임

질고지놀이마당 2014. 1. 20. 17:25

교통사고는 일단 당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누구의 잘못이든, 인사사고는 물론이고 하찮은 접촉사고 일지라도!

하지만 세상 일이란게 피하고 싶다해서 피해지는 것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어느 운전자를 막론하고 사고를 내거나 당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랴...

 

어쩔수 없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냉정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과실율을 과도하게 덮어 쓰거나 심지어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바뀌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억울한 2차 피해를 방지하려면 만약의 사고 발생시에 대처 방법을 알아두는 것이 좋으며, 잘 모르면 당황하지 말고 전문가나 경험자의 도움을 청할 일이다. 

 

다음은 필자가 지난 연말(크리스마스날 아침에~ㅠㅠ)에 겪었던 교통사고 경위부터 사고 처리과정과 결과까지의 실화다.

직접 경험은 하지 않을수록 좋은 것이니 간접경험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소개한다.

사고 경위는 상대방의 일방적 과실이어서 명쾌하게 처리 될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필자의 마음이 모질지 못해서 사고초기에 확보해야 할 유리한 증거를 방기하는 바람에 매우 어려움을 겪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대방 과실율 100%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쉽게 얻어진 결과가 아니라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유리한 증거물을 확보하는 노력을 통한 '투쟁'의 산물이다.

서두가 길었는데 사건 개요와 처리과정을 알기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사고 경위는 앞에 올렸던 글에서 사진 및 약도와 함께 상세히 소개한 것을 참조하시길...

 

클릭 http://blog.daum.net/jilgoji/7162895

 

 

<간략한 사고 개요>

사고가 난 곳은 경기도 안산시에 속하는 대부도라는 섬의 한적한 바닷가였고, 시간은 작년 크리스마스날 아침 8시 경이었다.

필자는 풍경사진을 찍으러 나간 길이어서 전방 좌우를 살피며 2차선 큰 길을 서행하며 직진중이었고, 휴일 아침이라 통행차량은 거의 없었다.

전원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가운데 논두렁 좁은 길에서 큰길을 향해 달려오는 차량이 시야에 들어왔다.

 

큰 길에 접속하려면 속도를 줄여야 할텐데 그 차는 뭔가에 홀린 것처럼 속력을 줄이지 않고 달려 오고 있었다.

좌회전이면 더욱 그렇고, 우회전 접속을 하더라도 내 차를 봤으면 속도를 줄이거나 일단 정차를 해야 하는데 '저 차 왜 저러지?' 이상하다 싶었다.

뭘로 보나 내가 우선진행임에도 그대로 가면 충돌할 것 같다는 불길한 마음에 내가 급정거를 하는 순간 그 차가 돌진해와서 내 차를 들이박고 말았다.

 

<초등 조치의 미숙함>

상대 운전자는 그 마을 팬션 사장이었는데 차량통행이 뜸한 시골길인데다가 휴일날 아침시간이라 방심했던 것이다.

마음이 급한 나머지 속도를 줄이지도 않고 큰 도로에 차량통행 상태도 제대로 살피지 않고서 좌회전을 한 것이었다.

사고 직후 상대 운전자는 급한 연락을 받고 사람을 태우러 가는 길이라서 내차를 못보았노라고 자기 과실을 인정했다.

그런데 황당한 사고만큼이나 어처구니 없었던 것은 명함을 한장 꺼내 주고는 급하다며 내가 동의를 하고 말고 할 사이도 없이 현장을 떠났다.

그가 가짜 명함을 주고 도주할 의사가 아니라면 자신의 과실을 인정한다는 의미의 행동이었다.

 

그럼에도 당시에 내가 초등대응을 허술하게 하는 바람에 뒤에 상대방 과실을 인정받는데 매우 어려움을 겪었다.

첫째는 그 운전자의 비 상식적인 행동으로 볼 때 음주 측정을 요구했어야 한다는 주변 지인들의 사후 지적을 많이 받았다.

둘째, 그 운전자가 현장을 떠나기 전이나 보험사 직원이 왔을 때 자신의 일방과실을 확실히 인정한다는 확약을 받아놓지 않았다.

세째, 사고 직후에 곧바로 블랙박스 동영상을 다운받아 놓지 않았다.

 

그가 사고현장을 떠나려고 하기에 급히 현장 사진을 몇 장 찍기는 했지만 상황증거 효력 면에서 동영상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아놓지 않고 울산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일주일 뒤에 차를 찾으러 갈 때까지 동영상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수도권(시흥공단)에 있는 정비공장에 차 수리를 맡겼으니 그 기간동안 내가 내세울 수 있는 증거는 사진 몇 장과 내 기억에 의한 주장 뿐이었다.

 

<상대방 쪽의 말 바꾸기, 70:30 과실인정 요구>

교통사고 발생시에 운전자들이 뒤에가서 딴소리 하는 것을 직접 겪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며칠 뒤에 차량 수리비 부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 보험사 담당자에서 연락이 왔는데 저쪽에서 70:30으로 요구한다고 했다.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며 100% 인정 받아야 한다고 강하게 어필했더니 나중에 80:20으로 절충하자고 나왔다.

 

나는 상대방 과실 100%를 주장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내 입장이 워낙 강경하니까 내쪽 보상 담당자는 그럴려면 저쪽이 꼼짝못할 증거물이 있어야 다시 이야기를 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즉 '서행을 하다가 충돌 직전에 정지를 했다'는 내 주장을 입증할 블랙박스 동영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거짓말을 하거나 조금도 과장된 주장을 하지 않았지만 문제는 동영상이었다.

애초에 녹화가 안됐거나 지워졌을 가능성, 정비공장에서 훼손됐을 가능성 등등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불안한 마음도 생겼다.

동영상을 바로 다운 받지 않았던 이유는 상대방이 과실을 인정했다는 판단과 중간에 휴대폰을 바꾸면서 스마트앱을 설치하지 않아서 번거로웠기 때문이었다.

수십년 무사고 운전을 해왔는데 설마 사고가 나랴 싶은 마음에 차일피일 미뤘던 것인데 사고는 항상 그런 방심한 틈을 노리는 것 같다.

 

<결정적인 증거물인 블랙박스 동영상 삭제>

그런저런 사유로 사고가 난지 열흘쯤이나 지난 시점에서 휴대폰에 앱을 깔고 동영상을 다운받는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재생을 해보려니 이미 지워진 동영상이라는 안내문구와 함께 재생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아득했다. 증거물을 제시 못하면 20% 과실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었다.

 

(운전자들께서는 이 대목을 유념하시기 바란다.)

블랙박스를 달았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유사시 활용방법을 숙지해 놓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가 되고 만다.

즉, 블랙박스는 저장 가능한 용량을 넘는 동영상은 순서대로 자동 삭제된다는 것은 상식임에도 나는 이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더욱이 24시간 녹화모드로 설정해 놓은 것조차 모르고 열흘이라는 시간을 그냥 흘려 보냈으니 사고당시 동영상이 지워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따라서 블랙박스를 설치하더라도 저장용량을 큰 것으로 바꾸는 것이 좋고, 24시간 녹화모드로 했을 경우는 사고 즉시 동영상을 다운 받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블랙박스에 충격동영상만 따로 보관하는 기능이 있기는 한데 휴대폰으로 다운받았을 때는 이조차도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음)

 

결정적인 증거가 될 사고기록 동영상을 확보하지 못하는 바람에 의지가 한 풀 꺽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어찌할까 갈등을 하다가 보험사 직원에게는 동영상이 지워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유리한 증거를 확보해서 제시 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통보했다.

교통사고에 대해 조언하는 대부분의 지인들은 접촉사고에서 100% 일방과실은 거의 없다며 80:20이면 최선이라고 했지만 나는 수긍할 수가 없었다.

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방호운전까지 완벽하게 했고, 상대방도 과실을 인정했던 사고인데 20% 과실을 왜 인정한단 말인가?

그 상황에서 내가 생각한 대응 수단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동영상 재생을 시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방 운전자로 하여금 사고상황을 인정하게 하는 것이었다.

 

<포기할 핑게가 아닌 방법을 찾다>

포기할 상황이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찾아 보기로 마음을 다잡은 것인데 결과적으로 이 두가지를 모두 성공했다.

요즘 세상은 기술이 발달해서 일부러 지워버린 컴퓨터 기록도 필요시에 다 재생하는데 실수로 지워진 동영상 재생을 못할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어딜가야 동영상 재생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하면서 지나가는 말로 같은 사무실 동료한테 자문을 구했더니 구세주가 바로 곁에 있었다.

전산교육 전문강사인 그가 다운받은 동영상을 줘 보라고 하기에 갖다 줬더니 컴퓨터에 연결을 해서 어찌어찌 하더니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동영상 재생과 더불어서 시도한 것이 사고 운전자와 통화를 통해 사고경위를 재연하면서 그 대화속에 사고 과실을 실토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사고 당시의 상황을 비교적 솔직히 인정하면서도 과실 비율은 60:40정도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에 어이가 없었다.

그와 과실율을 가지고 다투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었고, 통화 목적이었던 그의 입을 통해 "급하게 달려가느라 내 차를 못 보았다"는 진술은 이미 확보했다.

통화내용의 법적인 증거효력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보험사 직원간에 과실율을 따질 때 동영상 다음으로 중요한 증거는 될 것이었다.

 

<부당한 이익은 취하지 않고 정당한 권리는 지킨다>

내가 100% 상대방 과실을 인정받고자 한 것은 비용 부담의 문제를 넘어 내 인생관과 자존심의 문제였다.

남의 실수에 빗대어 부당한 이익을 탐하지도 않지만 정당한 내 권리를 침해 당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실제 나는 이번 사고를 당하고 나서 "갑의 입장이니까 일단 아프다면서 병원부터 가고 보라"는 주변의 충고를 많이 받았으나 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차를 정비공장에 보내면서 렉카차 기사 및 정비공장 책임자에게 절대로 불필요한 과잉견적을 내지 말라고 당부했다.

30년 넘게 자동차밥을 먹은 관록을 은근히 밝히면서 비록 내차가 피해차량이지만 꼭 필요한 것만 고치라고 주문하고 과잉 견적시 가만있지 않겠다는 경고를 날렸다.

 

그럼에도 나중 수리비 청구내역서를 보니까 약 170만원이나 되었다.

내가 확인했던 교체 주요 품목은 앞범퍼와 후드, 에어컨 콘덴셔 및 관련품 정도였는데 사고당시에 멀쩡해 보였던 오른쪽 헤드라이트 교환이 추가되어 있었다.

요즘 HID헤드램프는 일체형이어서 부품 원가만 45만원이 넘는다.

'수리를 하느라 해체헤서 보니까 깨져 있더라'는 말에 의구심이 들었지만 견적을 내는 현장에 직접 입회를 하지 않았으니 믿을 수 밖에...

하여간 심심찮게 일어나는 병원의 과잉진료 및 정비공장 과잉견적 사례는 소비자가 전문지식이 없는 것을 악용하는 고질적인 병폐다.

 

동료의 도움으로 재생에 성공한, 사고순간 전후로 약 1분여의 짧은 동영상을 여러차례 반복해서 보고 또 봤다.

주위 동료들도 흥미진진 들여다 보고나서 내린 결론은 내 주장과 완전히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즉 내 차는 사고 전에 대략 30km/h 정도로 서행을 했고, 사고 직전 속도를 급격히 줄이면서 멈춰 섰다.

그 직후에 오른쪽에서 괴물같은 차량이 느닷없이 튀어나와 내 차를 들이박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던 것이다.

블랙박스를 장착하면서는 이게 뭐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반신반의 했었는데 동영상을 보니까 첨단 기술이 놀라웠다.

순간순간의 속도까지 함께 표시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진인사 대천명 - 사필귀정>

동영상을 이메일로 보내면서 다시 한번 내 의지를 강하게 적어서 첨부했다.

나는 부당한 이익을 취하지도 않지만 부당한 권리침해는 더 비싼 비용을 들이더라도 싸우는 사람이라고.

내게 20% 과실을 인정받으려면 보험사는 그 몇배의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는 것과 상대 운전자가 과실을 인정하는 통화녹음도 갖고 있다는 것까지.

 

결정적 증거를 확보해서 보내고 난 뒤에는 느긋하게 결과를 기다리면 될 일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1주일 쯤 지난 시점에 100% 상대방 과실로 처리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차를 우선 찾느라고 예탁했던 자차 보증금 20만원도 곧바로 환불을 받았다.

하지만 사고로 인해 내가 겪은 불편은 물론 시간과 비용적인 손실은 여전히 크다.

(필자의 경우 사고로 인해 뒤틀린 일정과 수리를 맡긴 차량을 찾으러 울산에서 시화공단까지 다녀와야 하는 시간과 비용 등은 보험사가 보상하지 않는다.)

 

<권리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

이번 사고 경험을 통해서 필자가 터득한 것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상대방이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더라도 뒤에 딴소리 하지 못할 확정적인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둘째, 블랙박스가 있더라도 안심하지 말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녹화된 동영상을 다운받아 저장해 놓아야 한다.

셋째, 내가 가입한 보험사의 보상담당자는 변호사가 아니므로 알아서 공정하게 처리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한가지를 더 첨언하자면 어디에나 해당되는 당연한 말로서 '잠자는 권리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즉, 자신의 권리는 자신 스스로 지키고자 했을 때 주변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사례 소개를 마치면서 다시 한번 강조하건데 사고는 내지도 당하지도 않는 것이 상책이다.

부득이하게 사고가 났을 경우에 침착하게 초등 대응을 잘하든가 자신없으면 전문가나 경험자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다.

똑소리 나게 세상을 산다고 자부해 온 나 자신도 이번 교통사고의 경우 초등 대응을 미숙하게 하는 바람에 내 권리를 찾는데 몹시 힘들었다.

필자의 사고처리 경험담이 안전(방호)운전과 유사시 사고처리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