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밥 일 꿈- 도전

아쉬움과 회한이 남는 선거운동을 마치고

질고지놀이마당 2014. 6. 4. 07:30

2014. 6. 3. 화. 비

 

막판 선거열기를 식혀주려고 그랬을까, 왼종일 비가 내렸다.

아침일찍 북구 후보들 집중 출근인사 현장에 나가서 운동원 숫자 하나를 늘렸다.

드넓은 국도 사거리라서 북구에 출마한 후보진영의 운동원들을 다 집결시켜도 시선을 끌기 어렵다.

그러다보니까 후보와 각별한 친분이 있는 지인들은 출근전에 회사복을 입고서 함께 늘어서 기호2번을 상징하는 V자를 흔들며 함께 인사한다.

 

나도 그 일원이 되어 두 팔을 치켜들어 흔들고 머리숙요 인사를 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씽씽 달리는 차안에서 선거운동원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비쳐질까?

그리고 스스로의 내 처지를 생각해 본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제1야당 광역단체장 후보에서 물러나 무명의 운동원 머리수 하나를 채워주는 처지가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초라하다거나 자존심 상한다는 생각보다 앞서는 것이 내 능력부족으로 남은 선거기간 고전을 하는 후보들에 대한 미안함이다.

시장후보가 졸지에 낙마함으로써 우리당의 다른 후보들이 받게되는 타격을 생각하면 내 체면이나 자존심은 사치인 셈이다.

 

게다가 나는 야권단일후보가 된 조승수 후보의 상임선대위원장이란 직함을 맡았기 때문에 우리당 후보들 지원보다 야권단일후보 지원이 우선이다.

오전에는 각 선본마다 선거운동 마무리를 하면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기자회견들이 잡혀있다.

먼저 야권단일후보인 조승수 후보의 기자회견에 상임선대위원장 자격으로 참석을 하고,

이어서 내가 속한 새정치민주연합 울산선대본 기자회견자리에도 배석했다.

 

울산에서는 새누리당 지지가 견고해서 선거 전부터 투표를 해보나마나 결과가 뻔해서 밋밋한 선거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보편적이었다.

그런 선거판에서 시민들로 하여금 이변이 가능하겠다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고, 그 여세를 몰아 대반전을 꾀해 보겠다는 내 목표는 출발부터 꼬였다.

세월호 참사로 전국적인 추모 분위기 속에 한달동안 후보를 알릴만한 마땅한 수단이 없었다.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으로 제1야당 후보로서의 외연확장에 발목이 잡혔고, 야권단일화 파기로 대의명분에서 수세적인 입장이 되고 말았다.

호기있게 출발했으나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난, '비운의 후보' '관운이 지지리도 없는 후보'라는 이미지만 남기고 중도 하차하여 조연으로 역할이 바뀌었다.

지방선거 관련으로는 기자실 출입 마지막 날인지라 시의회 기자실 출입기자들도 아쉬움과 위로의 눈길을 보내준다.

어느 기자는 내 블로그에 쓴 글을 읽었다며, 개인적으로 작은 후원이라도 할테니 계좌번호 알려달라는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

 

오전 일정을 마치고 오후에는 회사 출퇴근조 교대시간에 맞추어 명촌사거리 집중유세에 참여했다.

현대차 직원들 출퇴근이 몰리는 요지여서 다른 후보진영도 이곳을 택하기 때문에 통진당 북구후보들 집중유세와 겹쳤다.

저쪽에서는 문용문 전 지부장과 김주철 전 민주노총지역본부장이 지지연설 연사로 나섰다.

명촌사거리 유세를 마치고 중문으로 이동하는데 주유소 앞 삼거리에서는 우리당 북구후보들이 집중유세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정의당 조승수 후보의 방송차를 타고 지원을 가는 길이니 마음이 참 되다.

중문유세는 퇴근시간에 맞춰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사람의 물결이 마치 마라톤대회 출발선상과 흡사하다.

이곳에서의 반짝유세는 시간만 잘 맞추면 가장 효과적으로 짧고 굵게 활 수 있어서 좋다.

저녁 마지막 집중유세는 태화로터리에서 조승수 후보도 참석한 가운데 피날레를 장식했다.

정의당 선대본에서 보더라도 내가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열과 성을 다해서 지지를 호소하는 노력의 진정성을 인정할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

 

우리당 후보들 지원보다 조 후보쪽 지원요청 일정을 최 우선순위에 뒀고, 그야말로 몸사리지 않고 '조연'역할을 충실하게 했기 때문이다.

도와주려면 제대로 도와야지 어정쩡하게 하는듯 마는듯 하면 해주고도 욕먹는다는 나의 평소 생각을 실천한 것이다.

공식 선거운동을 마치면서 이제는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결과를 지켜볼 일만 남았다.

모쪼록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견고한 성채같은 새누리당 지지 일색인 울산에서 이변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