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서 전국의 주요 단체장 선거 결과와 관심있는 선거구에 대한 당락만 살펴 보고는 5일동안 '신경을 끊고' 지냈다.
선거 하루 뒤의 언론보도까지는 그냥 당선자 위주로, 차점 낙선자와의 득표수(율) 차이만 보도하고 군소 후보나 무효표 등의 디테일한 자료는 소개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6. 11)시당에서 선거평가(아직은 평가서를 채택하기 위한 심층적인 평가라기 보다는 선거 마치고 출마자들과 함께 선거에 대한 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형식적인) 회의에 참석해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무효표가 나왔다는 것.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래봤자 무효표가 3% 수준을 넘기 어렵다는 것이 내가 가진 상식이었다.
도대체 무효표가 얼마나 나왔길래 저러나 싶어서 퇴근하는대로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았다.(아래 덧붙임 참조)
놀랍게도 울산시장 선거에서의 무효표가 4만3천여표, 무효표 비율이 8.54%나 되었다니 3위 후보 득표율보다도 높았다.
무효표 숫자로는 경기 부산 전남 서울 순으로 이어지지만 전체 투표자 대비 무효표 비율로는 울산이 단연 압도적으로 높았다.
가장 많은 무효표가 발생한 경기도의 경우 무효표 수는 15만표 가까이 되지만 유권자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기 때문에 무효표 비율은 2.9%였다.
따라서 무효표 비율로 비교하면 울산이 경기도의 세 배가량 높에 나왔다는 결론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제1야당의 광역시장 후보였다가 단일화 경선 패배로 투표 6일전에 사퇴를 한 나에게도 무효표를 발생시킨 책임이 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투표용지가 이미 인쇄 된 상황이라 2번 후보의 사퇴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하고 투표장에 들어선 유권자들은 모르고 2번을 찍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사퇴한 후보(필자)인줄 모르고 찍어서 무효표 처리가 된 것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자료가 없어서 단정적으로 말 할 수는 없지만 그 숫자가 얼마가 되었든 일단 그 분들에게 죄송하고 무효표를 양산하는데 일정부분 원인제공을 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무리 역지사지로 생각을 하려해도 고개를 드는 의문이 있다.
경기도의 경우는 사전투표가 끝난 후에 한 야당 후보자가 사퇴를 했음에도 무효표 비율은 울산의 1/3 밖에 안된다.
아래 뉴시스 기자가 쓴 기사의 일부를 인용한 구절을 아무리 좋게 해석하려 해도 이해가 되기 보다는 '이게 아니잖아?' 라는 생각이다.
"기존 선거에서도 무효표 발생률이 2%대를 기록하긴 했지만 이번처럼 일부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무효표가 많았던 것은 일부 지역에서 주요정당 후보들이 사전투표일 후에 사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존 선거에서 대략 2% 대의 무효표가 발생했다는 것은 통계를 인용했을테니까 팩트라고 치자.
그런데 '일부지역에서 주요정당 후보들이 사전투표일 후에 사퇴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은 분명히 틀린 주장이다.
무효표 발생 비율이 가장 높은 울산시장 선거에서 내가 사퇴한 날은 사전투표 전인 29일 이었고, 사전투표를 한 사람들 말에 의하면 사전투표에서는 투표용지에 사퇴한 후보라는 표시(줄을 긋거나?)를 했다고 들었다.
내 머리를 스치는 가장 큰 요인은 투표관리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투표날 내게 전화를 해 온 지인들이 제법 있었다.
두 가지 유형이었는데 하나는 "투표하러 가서야 사퇴사실을 알고 당황스럽고 서운했다" 는 위로성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무 생각없이 2번을 찍고 나오다 사퇴 안내문을 발견하고는 황당했다, 선관위에서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것 같다"는 항의성 이었다.
그 즉시 내 지역 투표소인 인근 학교에 가서 확인을 해 보았더니 후보자 사퇴 안내문이 세 군데 붙여져 있었다.
투표소와는 거리가 먼 교문에 한장, 그리고 투표소 건물 입구에 한장, 마지막으로 투표소 안으로 들어가는 문 옆에 한장 이었다.
유권자의 눈에 가장 잘 띄도록 안내문을 붙인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용케 알아보면 다행이고, 아니면 말고 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관위도 그렇고 실제 투표소를 관리하는 공무원들도 무효표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아니라 의례적으로 형식만 갖춘 정도로 보였다.
투표소 책임자에게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안내문을 붙이도록 시정을 요구했지만 울산지역 거의 모든 투표소가 이런 상황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고의적인 무효표도 있을 수 있고, 무효표도 유권자의 권리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또한 사퇴를 했을망정 무효표가 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자신이 지지했던 후보에게 지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의식적인 무효표'는 그다지 많지 않고, 선관위에서 노력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의도적인 무효표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훨씬 더 많았을 사전정보 부족으로 발생하였을 무효표는 선관위와 선거종사자들 노력에 의해 대부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투표소마다에 배치한 투표안내 자원봉사 학생들이 있었는데 이런 인력을 활용해서 후보사퇴 안내를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선관위 의무 아닌가?
따라서 야권단일화가 이뤄진 지역에서 무효표가 많이 발생하면 여당후보에게 유리하니까 무효표 방지노력을 소극적으로 한 것 아니냐고 의심할만한 정황이다.
경상일보 기사 부제인 '선거 직전 단일화가 유원자들에게 혼선 안겨'라는 지적에 대해 일정부분 책임을 통감한다.
하지만 무효표 발생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 노력보다 오히려 방기한 것 같은 정황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고 다들 간과하는지 의문이다.
선관위는 '사상 유래없는 무효표 발생'에 대해 다른 원인으로 돌리고 싶을 것이고, 언론도 이런 점을 전혀 지적하지 않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사퇴후보 찍은 사표(死票) 속출…무효표만 12만표울산시장 선거 등 지난 선거 비해 무효표 급증
선거 직전 단일화가 유권자들에게 혼선 안겨 지지후보 없어 과감히 공란으로 남겨 놓기도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과 울산시교육감 선거에서만 무효표가 무려 5만3000여표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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