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밥 일 꿈- 도전

'사상 유래없는' 무효표, 선관위 책임 아닌가?

질고지놀이마당 2014. 6. 11. 23:41

6.4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서 전국의 주요 단체장 선거 결과와 관심있는 선거구에 대한 당락만 살펴 보고는 5일동안 '신경을 끊고' 지냈다.

선거 하루 뒤의 언론보도까지는 그냥 당선자 위주로, 차점 낙선자와의 득표수(율) 차이만 보도하고 군소 후보나 무효표 등의 디테일한 자료는 소개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6. 11)시당에서 선거평가(아직은 평가서를 채택하기 위한 심층적인 평가라기 보다는 선거 마치고 출마자들과 함께 선거에 대한 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형식적인) 회의에 참석해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무효표가 나왔다는 것.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래봤자 무효표가 3% 수준을 넘기 어렵다는 것이 내가 가진 상식이었다.

 

도대체 무효표가 얼마나 나왔길래 저러나 싶어서 퇴근하는대로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았다.(아래 덧붙임 참조)

놀랍게도 울산시장 선거에서의 무효표가 4만3천여표, 무효표 비율이 8.54%나 되었다니 3위 후보 득표율보다도 높았다.

무효표 숫자로는 경기 부산 전남 서울 순으로 이어지지만 전체 투표자 대비 무효표 비율로는 울산이 단연 압도적으로 높았다.

가장 많은 무효표가 발생한 경기도의 경우 무효표 수는 15만표 가까이 되지만 유권자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기 때문에 무효표 비율은 2.9%였다.

따라서 무효표 비율로 비교하면 울산이 경기도의 세 배가량 높에 나왔다는 결론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제1야당의 광역시장 후보였다가 단일화 경선 패배로 투표 6일전에 사퇴를 한 나에게도 무효표를 발생시킨 책임이 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투표용지가 이미 인쇄 된 상황이라 2번 후보의 사퇴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하고 투표장에 들어선 유권자들은 모르고 2번을 찍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사퇴한 후보(필자)인줄 모르고 찍어서 무효표 처리가 된 것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자료가 없어서 단정적으로 말 할 수는 없지만 그 숫자가 얼마가 되었든 일단 그 분들에게 죄송하고 무효표를 양산하는데 일정부분 원인제공을 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무리 역지사지로 생각을 하려해도 고개를 드는 의문이 있다.

경기도의 경우는 사전투표가 끝난 후에 한 야당 후보자가 사퇴를 했음에도 무효표 비율은 울산의 1/3 밖에 안된다.

아래 뉴시스 기자가 쓴 기사의 일부를 인용한 구절을 아무리 좋게 해석하려 해도 이해가 되기 보다는 '이게 아니잖아?' 라는 생각이다.

"기존 선거에서도 무효표 발생률이 2%대를 기록하긴 했지만 이번처럼 일부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무효표가 많았던 것은 일부 지역에서 주요정당 후보들이 사전투표일 후에 사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존 선거에서 대략 2% 대의 무효표가 발생했다는 것은 통계를 인용했을테니까 팩트라고 치자.

그런데 '일부지역에서 주요정당 후보들이 사전투표일 후에 사퇴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은 분명히 틀린 주장이다.

무효표 발생 비율이 가장 높은 울산시장 선거에서 내가 사퇴한 날은 사전투표 전인 29일 이었고, 사전투표를 한 사람들 말에 의하면 사전투표에서는 투표용지에 사퇴한 후보라는 표시(줄을 긋거나?)를 했다고 들었다.

 

내 머리를 스치는 가장 큰 요인은 투표관리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투표날 내게 전화를 해 온 지인들이 제법 있었다.

두 가지 유형이었는데 하나는 "투표하러 가서야 사퇴사실을 알고 당황스럽고 서운했다" 는 위로성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무 생각없이 2번을 찍고 나오다 사퇴 안내문을 발견하고는 황당했다, 선관위에서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것 같다"는 항의성 이었다.

그 즉시 내 지역 투표소인 인근 학교에 가서 확인을 해 보았더니 후보자 사퇴 안내문이 세 군데 붙여져 있었다.

 

투표소와는 거리가 먼 교문에 한장, 그리고 투표소 건물 입구에 한장, 마지막으로 투표소 안으로 들어가는 문 옆에 한장 이었다.

유권자의 눈에 가장 잘 띄도록 안내문을 붙인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용케 알아보면 다행이고, 아니면 말고 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관위도 그렇고 실제 투표소를 관리하는 공무원들도 무효표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아니라 의례적으로 형식만 갖춘 정도로 보였다.

투표소 책임자에게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안내문을 붙이도록 시정을 요구했지만 울산지역 거의 모든 투표소가 이런 상황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고의적인 무효표도 있을 수 있고, 무효표도 유권자의 권리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또한 사퇴를 했을망정 무효표가 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자신이 지지했던 후보에게 지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의식적인 무효표'는 그다지 많지 않고, 선관위에서 노력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의도적인 무효표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훨씬 더 많았을 사전정보 부족으로 발생하였을 무효표는 선관위와 선거종사자들 노력에 의해 대부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투표소마다에 배치한 투표안내 자원봉사 학생들이 있었는데 이런 인력을 활용해서 후보사퇴 안내를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선관위 의무 아닌가?

 

따라서 야권단일화가 이뤄진 지역에서 무효표가 많이 발생하면 여당후보에게 유리하니까 무효표 방지노력을 소극적으로 한 것 아니냐고 의심할만한 정황이다.

경상일보 기사 부제인 '선거 직전 단일화가 유원자들에게 혼선 안겨'라는 지적에 대해 일정부분 책임을 통감한다.

하지만 무효표 발생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 노력보다 오히려 방기한 것 같은 정황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고 다들 간과하는지 의문이다.
선관위는 '사상 유래없는 무효표 발생'에 대해 다른 원인으로 돌리고 싶을 것이고, 언론도 이런 점을 전혀 지적하지 않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사퇴후보 찍은 사표(死票) 속출…무효표만 12만표울산시장 선거 등 지난 선거 비해 무효표 급증
선거 직전 단일화가 유권자들에게 혼선 안겨
지지후보 없어 과감히 공란으로 남겨 놓기도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과 울산시교육감 선거에서만 무효표가 무려 5만3000여표나 나왔다.

1인7표제에서 유권자 한명의 투표용지에 최대 7개까지 무효표가 중복될 수 있다하더라도 울산지역 전체 선거구에서 12만6000여표가 무효표로 집계됐다. 왜 이렇게 무효표가 많이 나왔을까.

9일 울산시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개표결과를 분석한 결과, 울산시장 선거에는 총 투표자 51만1881명 중 8.54%인 4만3727표가 무효표로, 지난 5회 지방선거 5989표에 비해 7.3배나 높았다. 4회 3876표, 3회 5474표 등 역대 시장선거와 비교했을 때도 최대 10배 이상 높은 수치다. 노동당 이갑용 후보의 득표수(3만8107)보다도 많다.

교육감 선거도 1만488표가 무효표로 지난 5회 지방선거(9363표) 때 보다 높았다.

선거구별로는 기초단체장의 경우 중구가 1979표, 남구 2968표, 동구 1505표, 북구 1119표, 울주군 1만1420표로 나타났다. 울주군수 선거에서는 9만2064표 중 12.4%에 달하는 표가 무효표가 된 셈이다. 광역의원 선거의 경우, 중구가 3083표, 남구 7386표, 동구 4334표, 북구 2767표, 울주군 3200표, 광역비례는 9287표 였다. 기초의원 선거는 중구 4857표, 남구 5690표, 동구 2984표, 북구 2733표, 울주 3186표 그리고 기초비례는 3903표가 무효표로 분류됐다.

이처럼 무효표가 한꺼번에 쏟아진 배경은 사퇴 후보의 사표(死票) 발생이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시장선거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범 후보가 선거를 5일 앞둔 지난달 29일 조승수 정의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후보직을 사퇴했지만, 이미 투표용지는 같은달 19일을 전후해 인쇄를 마쳐 시장투표 용지에 기호 2번으로 이상범 후보의 이름이 기재돼 유권자에게 혼선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울주군수의 선거에서도 무소속 서진기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해 새정연 김태남 후보가 선거막판 후보직을 사퇴했고, 광역선거구에서 가장 많은 무효표(2824표)가 나온 남구 제2 선거구도 무소속 후보가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사퇴한 지역이다.

일각에서는 투표는 하되 후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 공란으로 남겨 두거나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불만 등을 무효표로 표출하지 않았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북구에 거주하는 시민 김모(44)씨는 “7개 투표지 중에 지지하는 몇몇 후보에만 표시했고, 나머지 선거구는 후보도 잘 알지도 못해 무작정 찍을 수 없어 표를 행사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7개의 선거를 치르는 선거에서, 일부 선거에만 표심을 줄 수 있다는 새로운 경향이 나타난 것”이라며 “지지후보가 없는 선거는 과감히 투표를 건너 뛰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형중기자 leehj@ksilbo.co.kr

■ 주요 선거구 무효표 현황
선거구 무효표
총계 126,616
시장선거 43,727
교육감선거 10,488
기초단체장 18,991
광역선거 20,770
기초선거 19,450
광역비례 9,287
기초비례 3,903

 

 

 

 

접전지역 무효표 1·2위 표차보다 많아…후보직사퇴 탓
    기사등록 일시 [2014-06-05 18:43:30]    최종수정 일시 [2014-06-05 22:52:33]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광역단체장 선거 투표 결과 무효표가 속출하면서 일부 접전지역에선 무효표의 수가 1·2위간 표차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사전투표 후 선거일이 임박한 시점에 일부 후보들이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무효표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무효표가 가장 많았던 선거는 경기도지사 선거로 그 수가 14만9886표에 이르렀다. 이는 전체 투표 수 515만6691표의 2.9% 수준이다.

이 외에 부산시장 선거 무효표가 5만4016표로 뒤를 이었고 전남지사 선거 무효표도 4만7038표였다. 서울시장 선거와 경북지사 선거의 무효표는 나란히 4만5266표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울산시장(4만3727표), 경남지사(3만8129표), 전북지사(3만3866표), 충남지사(2만3693표), 광주시장(1만5291표), 충북지사(1만5192표), 강원지사(1만5046표), 대구시장(1만4019표), 인천시장(1만3219표), 대전시장(8165표), 제주지사(5191표), 세종시장(975표) 순이었다.

특히 부산시장·경기지사·강원지사·충북지사 선거 등 접전지역에선 무효표 수가 1·2위 후보간 격차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인과 무소속 오거돈 후보의 표차는 2만701표인데 무효표는 5만4016표였다.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과 새정치연합 김진표 후보간 표차는 4만3157표인데 무효표는 14만9886표였다.

새정치연합 최문순 강원지사 당선인과 새누리당 최흥집 후보간 표차는 1만2137표인데 무효표는 1만5046표였다. 새정치연합 이시종 충북지사 당선인과 새누리당 윤진식 후보간 표차는 1만4963표인데 무효표는 1만5192표였다.

기존 선거에서도 무효표 발생률이 2%대를 기록하긴 했지만 이번처럼 일부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무효표가 많았던 것은 일부 지역에서 주요정당 후보들이 사전투표일 후에 사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통합진보당 백현종 경기지사 후보는 사전투표(지난달 30~31일) 종료 후인 지난 1일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 낙선을 위해 전격사퇴했다. 결국 사전투표에서 백 후보를 지지한 통합진보당 지지자 등의 표가 무효표로 계산된 셈이다.

이에 따라 경기지사 선거에서 나온 무효표 14만여표 중 상당수가 백 후보를 지지하는 표인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사전투표 전에 사퇴한 후보들에게 던져진 표도 일부 무효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부산시장 선거에선 새정치연합 김영춘 후보가 사퇴했고 울산시장 선거에선 새정치연합 이상범 후보가 사퇴한 바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사전투표 도입 전 부재자투표 시절에는 100만명 정도가 투표했다. 그래서 부재자투표 후 선거일에 임박해 후보직을 사퇴하더라도 그로 인한 무효표가 그리 많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사전투표가 도입된 이번 선거에는 부재자투표의 5배에 가까운 470만명이 사전투표를 하면서 후보직 사퇴로 인한 무효표도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daer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