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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칼럼] 아름다운 진보정치인, 이상범 - 배준호 기자

질고지놀이마당 2014. 6. 12.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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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름다운 진보 정치인, 이상범울산시장 후보 사퇴한 이상범의 “사람의 가치가 중심된 넥스트(NEXT)-울산 만들겠다”는 캐치프레이즈는 계속될 듯
배준호 기자  |  i@uls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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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03  1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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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뉴스투데이 울산취재본부 배준호 기자
[이뉴스투데이 울산취재본부 배준호 기자] 6.4지방선거 새정치민주연합 울산시장 후보였던 이상범.

5월 29일 그는 정의당 조승수 울산시장 후보와 합의한 여론조사 단일후보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개인적으로 만감이 교차했다.

울산의 진보 정치인이자 과거 합리적인 행정가의 모습도 보였던 이상범 후보에게 또다시 세상은 시련이라는 아픔을 주는구나 하는 아쉬움이 우선 가장 컸다.
 
진보계 인물로 분류되던 그였지만 합리적인 중도 보수를 표방하는 서민과 중산층 유권자에게도 호소력과 설득력을 갖고 있는데다 그 지지층 역시 상당히 두터웠던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깨끗하게 승복하는 모습을 통해 ‘역시 이상범’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더구나 이번 양자 단일 후보가 결정됨에 따라 이상범 후보는 시장선거 승리를 위해 조승수 후보의 선대위원장직을 맡게 됐다는 소식은 더욱 가슴 뭉클하게 했다.

그의 나이가 이제 57세. 그에게 향하는 개인적인 생각은 이랬다.

“앞으로 그에게 또 한번의 기회가 주어질까. 진보세력 내에서 조차 그에게 향하는 교차하는 시각들. 지질이도 복도 없는 관운.”

이상범 후보는 정치뿐만 아니라 그의 삶 자체가 역경사다.

그는 충북 보은 출신이다. 1957년 가난한 농부였던 아버지와 자식사랑이 남달랐던 어머니 사이에서 3남 2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행복했다. 그러나 그런 행복한 나날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가 중학교 2학년 때 갑작스럽게 어머니와 아버지가 차례로 별세했다. 이 바람에 그는 학업을 포기하고, 직업전선으로 내몰려야만 했다.

그때의 그의 나이는 고작 15살. 

"한참 부모에게 어리광을 부릴 나이에 얼마나 세상이 두렵고 힘들었을까.  그리고 혼자서 얼마나 많이 울었을까"

그는 지금도 가장 슬펐던 일을 꼽으라고 하면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그때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눈물도 많고, 딱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보면 그냥 못 지나칠 정도로 정이 많은 인물이다.

   
▲ 새정치국민연합 전 울산시장 후보 이상범.
어린 나이에 돈벌이에 나서야 했던 그의 최종 학력은 중졸도 아닌 중학교 중퇴. 하지만 15년 넘게 언론인으로서 활동하면서 만나본 어떤 명문대 출신이나 유학파 정치인보다 훌륭한 철학과 소신을 갖춘 ‘정치가’로 꼽고 싶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인간을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가 되어 있는 '따뜻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불운한 유년시절을 보냈던 이상범 후보.

그가 인생 전환기를 맞은 시점이 바로 사회에서 배운 자동차 정비기술을 바탕으로 현대자동차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했던 시절이다.

1989년 현대차 노조 2대 위원장 당선을 시작으로 민선시대에는 울산시의원, 울산 북구청장 선거에 차례로 도전해 모두 성공했다.

북구청장의 재임시절 만나본 그는 누구나 서슴없이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동네 형님이나 아저씨’같은 사람이었다. 반면, 행정분야에는 ‘합리적인 행정가’의 전형이었다.

키 160cm 조금더 될듯한 작고 외소한 체형을 가진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첫인상은 온데 간데없고, 앞에는  '거인'이 앉아 있었다.

개인적으로 당시 보수적인 공직사회와 진보적 성향의 구청장간에 불협화음을 점쳤던 젊은 기자의 예상은 철저하게 빗나갔다.

물론, 진보성향의 정치인이 모두 이상범 후보와 같지는 않다.
 
과거 일부 진보성향의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 측근의 보은인사나 개인적인 정치적 목적을 위해 관련기관이나 단체에 공권력을 동원, 부당한 먼지털이식 감사를 통해 ‘억울한 누명’까지 씌워 임명을 방해하거나 공무원 인사전횡을 일삼았다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소신을 빙자한 자신의 과오적 판단에서 비롯된 소송비용을 충당하는 방법도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자신은 사전에 몰랐다고 하면 면죄부가 될지는 모르지만 "안받거나 중단시키면 될 일이었다"는 점을 감안할때 그 역시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마치 잘짜여진 각본처럼 급조된 듯한 특정단체가 나서 유관기관을 대상으로 벌인 '일일호프' 티켓 장사. 그것은 '티켓장사'가 아니라 협박이나 구걸행위였다.
 
이밖에도 이 단체에 의해 이루어진 법원앞 조직적인 시위대 동원, 인쇄물 선거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총대설 등 정황상 명백한 각종 의혹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진보계 한 인사.
 
여기에 '칼춤'을 춘 해당 지역 기초자치단체의 일부 공무원.    
 
그들 역시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고사성어 처럼 악행에 대한 나쁜 일이 뒤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반듯한 삶을 살아온 그에게는 그 이후에도 시련과 역경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2006년 북구청장 재직 때 “파업에 가담한 공무원노조원들을 징계하라”는 정부 방침을 어겼다는 이유로 직무가 정지됐다.

물론, 이에 따른 책임은 고스란히 그에게 돌아왔고, 그 역시 바보(?)처럼 피하지도 않은 채 온몸으로 맞았다.

또다시 2010년에는 북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섰지만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이후 민노당에서 민주당(현 새정연)으로 당적을 바꿨고, 다시 새로운 변신과 도전을 시도했지만 정의당 조승수 울산시장 후보와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져 또다시 후일을 도모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개인적인 정치적 견해를 전제로 밝히자면 국회의원을 제외하고는 광역자치단체장이나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 소속 정당에 대한 의미가 없다고 본다.
 
"시민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는가"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그동안 새누리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된데다 소속된 정당부터 제2야당인 통합진보당에게도 밀리는 척박한 울산에서 도전장을 냈던 이상범 후보.

하지만 ‘정치가 이상범’은 우리 사회가 진보와 보수라는 편 가르기와 비정상적인 지역구도의 정당정치를 뛰어넘어 그의 합리적인 정치철학과 인품을 바라볼 수 있는 분위기만 조성된다면 그는 언제든 깨어나 비상을 꿈꾸는 ‘잠룡(潛龍)’처럼 ‘차세대 유력한 지도자’로 꼽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