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밥 일 꿈- 도전

날개없는 추락의 끝이 곧 반등의 시작...(2)

질고지놀이마당 2014. 6. 12. 01:10

2014. 6. 10. 화

 

울산에서 몇 안되는, 마음에서 존경하는 시민단체 선배에게서 시간되면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는 연락이 왔다.

그 분은 내가 노동운동과 시민사회 운동에 눈뜨는 과정에서 적지않게 영향을 끼쳤고, 그러기에 본받고 싶었던 '멘토'였다.

실제로 야권 단일화를 두고 막판 진통을 겪을 때 양 진영에서 공히 신뢰하고 존경하는 시민사회단체 '원로' 세 분에게 중재를 의뢰했는데 그 중의 한분이기도 하다.

이제는 울산의 시민사회진영에서 '윗 어른'의 반열에 올라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원로'라고 부르기엔 너무 일찍 노인네 취급하는 것 같기도 한 그런 분이다.

 

퇴근을 하고 약속장소인 음식점에 나갔더니 뜻밖에도 혼자였다.

왠지 누군가 한 두사람쯤 함께 자리를 만들어서 불렀을 것이라고 지레짐작을 했었기 때문이다.

식사를 하면서 여러 이야기들을 했지만 이미 지난 선거나 단일화 중재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약속이나 한듯이 서로 입밖에 꺼내지 않았다.

그 선배는 주로 단일화 경선에 진 내가 감당해야 할 여러가지 어려움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얼마나 어려움을 겪게 되는지, 어떻게든 작으나마 경제적 도움을 줄 방법이 없는지...

선배는 내가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 하지 않아도 내가 처하게 된 상황을 대부분 짐작하고 있었다.

소속 정당에서나 단일화를 요구했던 시민사회 진영에서 일정부분 공동책임을 지는 풍토가 아쉽다며 마땅한 방법이 뭘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 진정어린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으나 약한 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애써 담담함을 유지했다.

 

그리고 선배는 아무리 힘들어도 꿈을 포기하지는 말라는 격려도 잊지 않았다.

그간의 고생이 얼마였으며, 고지가 바로 다음일 수 있는데 중도에 포기하면 너무 아깝지 않느냐는.

매번 고비를 넘어서지 못하고 좌절을 겪는 내 처지를 지켜봐 온 선배로서의 안타까움도 클 것이고, 뜻을 펼쳐보이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도 진심일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 말에는 허허로운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내게 정치적 꿈, 즉 권력욕이 있었던가?

나는 정치적 목표나 야심을 가지고 이번 울산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것인가?

적어도 그것은 아니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럼 앞으로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등산을 하다보면 안개구름 속을 걸을 때가 있다.

그야말로 오리무중,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으니 방향도 모르겠고, 정상이 얼마나 멀었는지 이정표가 없으면 가늠할 길이 없다.

그런데 가도가도 끝이 없어서 길을 잘못들었나 하고 포기한 다음에 맑은 날 되짚어 보면 정상을 눈앞에 두고 돌아선 경우가 있다.

내 인생항로가 딱 오리무중에 초행길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포기하자니 고지가 바로 눈앞에 있을지도 모르겠고, 계속 가자니 방향을 옳게 가고 있는 것인지 확신이 안서고, 무엇보다 힘들고 지친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선배는 봉투 하나를 넌지시 건네왔다.

크게 널리 도움을 줄만한 방법을 찾고 싶은데 마땅히 떠오르지 않고, 내가 처한 상황이 안타까워서 혼자 작은성의라도 표해야 당신 마음이 편하겠다며...

이럴때 어떻해야 하나?

그 선배의 삶 자체도 대부분 시민운동이었고 봉사였음을 알기에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도 않으신데...

 

손 부끄럽게 할 수도 없는 일이고, 내가 체면치레 할 형편도 아니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일단 받았다.

그리고는 아직 차마 열어 볼 엄두를 못내고 이 글을 쓴다.

시민운동에 빚지는 마음, 내가 받는 도움 이상으로 이 사회에 갚겠다는 각오가 서면 열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