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환경 노동분야

대운산(대운천) 모니터링 종합(3)/ 망쳐놓은 현장

질고지놀이마당 2019. 10. 13. 20:00

물막이 낙차보 아래 흉칙하게 파여나간 현장



깊은산속 자연하천을 물놀이장 미끄럼틀처럼,

아니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경기장처럼

거칠것 하나없이 매끈하게 만들어 놓은 결과 나타날 수 있는 문제는 충분히 예측되고도 남는 일이었다.


하천을 직선으로, 바닥을 매끈하게 '정비'해 놓으면 큰물이 질수록 유속이 빨라지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울주군 관계공무원들은 대운천을 정비하면서 하천에 있던 바위와 돌들을 다 걷어낸 다음에 빨라지는 유속을 줄이기 위해서 곳곳에 낙차보를 만들었다.

그리고 낙차보 하단이 파여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큰 돌을 깔고 시멘트로 발라 놓았다.


이런식의 공사는 경관을 망치는 것은 물론이고, 생물종다양성과 역행하는 반환경적인 공사다.

뿐만아니라 공무원들이 강변하는 재해예방과도 역행한다.

하천 물이 얌전하게 흐를 경우는 그런대로 버틸 수 있겠지만

홍수가 날 경우 엄청나게 불어난 계곡물이 가속도를 붙여서 떨어는 압력을 무한대로 견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6월말까지 대운천 정비사업을 완공한 이후 크고작은 태풍과 호우를 겪었다.

그렇지만 천만다행으로 울산지역은 예보에 비해서 태풍과 홍수피해를 크게 겪지않고 지나갔다.

중형급 태풍만도 세 번을 겪었지만 태화강 둔치가 한번도 침수되지 않았다는 객관적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그러나, 큰 홍수피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운천은 안녕하지 못했다.

다음 사진들을 보면 비가 좀 많이 왔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강수량을 기록했을 뿐임에도 낙차보를 만든 곳은 거의 어김없이 바닥이 파여나갔다.

재해예방을 위한 공사를 한다면서 재해를 유발하는 공사를 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현장이다.




<공사직후>

위에 흉칙하게 파여나간 곳의 공사를 한 직후 모습은 이랬었다.

낙차보 아래 시멘트 시공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돌을 평탄하게 깔아서 보기에는 탄탄하고 단정한 모습이다. (참으로 순진하기 짝이없는~)

?


물막이 낙차보 아래 얌전한 새색시처럼 요래 가지런하게 돌을 깔아 놓았던 하천 바닥은 어떻게 변했을까? 

하천 가운데 터를 잡고 자라온 나무들을 기준으로 삼고 다음 사진을 보시길~~


<석달이 지난 10월 초에 변한 모습>

암반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위에 깔아놓았던 돌들은 다 떠내려갔다.

하천 중간에 작은 섬처럼 토사가 쌓여서 15~30년 자라온 나무들은 뿌리부분이 다 드러날 정도로 토양이 유실되어서 생존자체가 위협을 받게 되었다.




<공사직후>

울산수목원 중간지점(산림청에서 조성한 치유의 숲이 있는 큰골과 합수지점 하단)에 물놀이장을 만들었나 싶었던 이곳은 또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하류에서 상류방향)



물가운데 왼쪽 바위를 눈여겨 보고나서 아래 사진을 보시길~(상류에서 하류방향)


<변한 모습/ 10월 초>

물놀이장처럼 넓고 무릎정도 깊이가 있었던 곳을 떠내려온 돌들이 다 메워버렸다.

눈여겨 보라고 했던 바윗돌도 거의 다 묻혀버렸다.


토사가 쌓였다는 것은 그만큼 어딘가는 파였다는 증거다. 

물고기를 위해서 어도까지 만들었던 낙차보 하단 바닥이 암반층이 나올 때까지 깊숙하게 파여나간 모습 


<공사직후의 모습>

유실수원과 암석원을 지나는 구간의 대운천을 인공하천으로 정비한 직후의 모습이다.

하천 양쪽으로는 축대를 쌓았고, 하천 바닥에는 주먹보다 큰 돌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싹 걷어냈다.



그리고 유속을 줄이기 위해서 중간중간에 낙차보를 만들었다.

울산수목원 시설물이 들어서는 곳마다 옆으로 흐르는 대운천을 전부 이런 방식으로 정비했다.


<석달이 지난 후의 변화된 모습>

위와같이 낙차보를 만든 곳의 현재(10월 초)모습은 거의 예외없이 불과 석달만에 아래 사진들처럼 변했다.

강제로 성형수술을 당한 자연이 본래모습 되찾겠다고 실력행사를 하는 것 같다.

아래 주욱 이어지는 현장 사진이 실상을 다 알려주는데 구태어 설명이 필요없는!

더이상 어떤 말이 필요할까?









이대로 놔두면 국민들 세금 쏟아부은 인공하천의 파괴는 가속화 될 것이다.

그걸 막기 위해서는 매년 파여나간 곳은 보수공사를 해야하고, 토사가 수북하게 쌓인 곳은 준설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정비공사를 왜 했냐는 추궁을 면할 수가 없다.


이런 불합리함과 악순환 뻔히 예상되는 문제였고, 그래서 환경단체에서 반대했던 것이다.

경관 망치고, 예산 쏟아붓고, 매년 보수공사를 반복해야 한다는 것은 토목공사 업자들만 좋아지는 일이다.

세세년년 후한 공사비와 즉시결제라는 관급공사를 할 수 있으니까 속된말로 국민세금 빨아먹는 빨대를 하나 꽂아놓는 것과 같다.











<울산광역시장과 울주군수는 누구를 위해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가?>

단체장을 대신하는 공무원들이 일을 잘못하면 그 책임은 최종결재권자에게 돌아간다.

줄줄 새어나가는 예산낭비도 심각하고, 자연하천을 이렇게 망친 최종 책임자가 자신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잘못된 정책, 잘못된 공사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사과를 할 수 있는 것도 용기다.


인정과 사과를 전제로 재발방지 약속과 원상회복을 위한 조치를 함께 모색해야 한다.

그러면 시민 환경단체도 비판만이 아니라 함께 대안을 모색하면서 도와줄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