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환경 노동분야

불도저로 밀고, 호미로 심는 '천만그루 나무심기'

질고지놀이마당 2019. 12. 18. 11:53


공장부지를 조성하기 위해서, 또는 아파트단지를 개발하기 위해서 공단내 녹지와 도심지 근린공원을 밀어버리는 공사는 대형 불도저를 동원한다.

반대로 국가공단 내에 조성했다는 '미세먼지 저감 도시숲'은 호미로 끄적거린 수준이다.


환경녹지국 공원녹지 담당공무원들이 보면 섭섭할지 모르나 그들을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기 위해서다.

다시말해 환경부서에는 나무를 심으라며 호미를 주고, 경제부서에는 불도저를 운전해서 숲 전체를 밀어버리라고 지시하는 정책결정권자에게 보내는 쓴소리다.


먼저 오늘자(2019년 12월 18일) 울산매일신문에서 보도한 기사를 소개한다.

국가산업단지인 미포국가산업단지 내 유휴지에 울산시와 기업체 환경단체가 협력해서 '미세먼지 저감 도시숲'을 조성했다는 소식이다.

유휴지, 즉 자투리땅을 활용하고, 기업에서 숲을 조성하도록 성금을 냈다니 박수를 쳐 주어야 할 미담이기도 하다.




울산시, 케이투코리아·한국세계자연기금과 ‘미세먼지 저감 도시숲’ 준공미포산단 내 유휴지에 이팝나무 등 232본 식재

  
 
 ▲ 울산시는 기업체, 환경단체와 손잡고 조성한 ‘미세먼지 저감 도시숲 조성사업’ 준공식을 17일 남구 황성동 30-11번지 일원에서 열었다. 
 

울산시가 기업체, 환경단체와 손잡고 미세먼지 발생원 주변에 ‘미세먼지 저감 도시숲’을 조성했다.

울산시는 케이투코리아, 한국세계자연기금(WWF-Korea)과 함께 남구 황성동 30-11번지 일원 미포국가산업단지 내 유휴지에 총 1,372㎡ 규모로 도시숲 조성, 17일 오후 현장에서 준공식을 가졌다.


미세먼지 저감 도시숲은 지난 6월 4일 이들 기관간 ‘미세먼지 저감 도시숲 조성 업무협약’의 후속 조치다.

울산시는 울산미포산업단지 내 시유지를 제공하고, 케이투코리아에서는 숲 조성 사업비 5,000만 원을 후원했다.

또 한국세계자연기금은 이팝나무 등 10종 232본을 식재해 울산시에 기증하는 기업 참여 사업으로 진행됐다.

이 사업은 울산시가 추진하는 ‘시민과 함께하는 1,000만 그루 나무심기’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시민과 기업이 주도하는 참여형 녹화사업의 첫 사례라는 의미를 더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 사업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첫 사례로 더 많은 기업체에서 동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며 “케이투코리아와 한국세계자연기금에서 조성한 미세먼지 저감 도시숲은 미세먼지 발생원 주변에 직접 숲을 조성해 사업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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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불도저로 밀고, 호미로 심는 '천만그루 나무심기'"라고 붙인 이유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미담기사를 읽으면서 기쁨과 감사의 마음보다 앞서는 것이 안타까움이다.

위 민관협력사업을 추진한 부서는 환경녹지국이다.

송철호 시장 임기내에 1,000만 그루 나무심기를 추진하는 주무부서로서 야심차게 추진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울산시는  울산석유화학단지 안에서 미세먼지 차단녹지 역할을 하고있는 93만㎡의 숲을 밀어서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논리는 산업단지가 부족하니까 늘려야 하고, 산업단지 확대로 기업유치를 늘려야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틀린 주장은 아니지만 늘리려는 산업단지 위치가 공단내에 섬처럼 남아있던 숲을 밀어야만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단지에서 공해물질이 날아오는 길목에서 차단녹지 역할을 하고있는 야음근린공원부지 83만㎡에 대규모 아파트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공원 일몰제가 발효되면 난가발 우려가 있어서 공공개발이 공공성에 부합한다는 것과 서민들을 위한 공공 임대아파트 건설이 필요하다는게 이들 논리다.

언듯 그럴듯하게 들릴수도 있으나 이곳 근린공원을 축소한다는 것은 석유화학단지에서 날아오는 공해물질이 도심으로 직행하도록 빗장을 열어주는 것과 같다.

그리고, 서민을 위한 임대아파트를 지으면서 왜 하필 공해가 가장 심한 자리에다 짓겠다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석유화학단지내 공해차단 역할을 해주고 있던 녹지를 밀어내고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 시행기관은 울산도시공사다.

울산시내 중심으로 날아오는 공해를 막아주는 차단녹지 역할을 해주는 근린공원 부지를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조성하는 사업은 LH공사가 추진한다.

울산시가 반대하면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들이니까 뒤집어서 말하면 울산시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울산시가 뒷배를 받쳐주면서 지방 공기업과 정부 공기업이 경제논리를 앞세워 밀어부치는 것을 막아내기에 환경논리는 너무나 힘이 없다.


석유화학공단 내에 공장부지 조성으로 사라지는 차단녹지 숲은 94만㎡가 넘고,

아파트 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근린공원 부지 83만㎡ 중 녹지로 남기겠다는 31만㎡를 제외하면 사라지는 공원은 62만㎡가 된다.

도합 156만㎡가 사라지는 것이니까 앞에 소개한 기사처럼 자투리 땅에다 기업 후원금을 받아서 나무 2백여 그루 심은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규모다.


기업의 성금과 참여로 작은 숲을 조성하는 것은 매우 고맙고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울산시가 펼치는 정책은 있는 공해차단 녹지를 불도져로 밀어버리면서 호미로 나무 몇 그루 심는 정도를 가지고 자화자찬하는 꼴이다.

고마운 미담을 접하면서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다.


아래 그림에서 하얀동그라미 부분이 야음근린공원

울산은 다행히도 태화강변 남산부터 옥동 공원묘지-대공원-선암호수공원-야음근린공원-돋질산-태화강으로 이어지는 녹색띠가 감싸는 형상이다.

그런데 야음근린공원부지에 아파트단지를 짓겠다는 것은 석유화학단지에서 날아오는 유해물질이 도시복판으로 잘 날아들도록 빗장을 열어주는 것과 같다.



관련 포스팅 참조

http://blog.daum.net/jilgoji/71646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