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환경 노동분야

산불 폐허의 현장을 가다/ 울주군 청량면 삼정리 일대

질고지놀이마당 2020. 3. 27. 09:54

2020. 3. 26. 목. 흐리고 비 약간


화재 현장을 방문한 날은 뜨거운 화마가 삽시간에 평화롭던 자연생태계를 잿더미로 태워버린지 딱 1주일이 지난 시점이다.

생명체가 남아 있을까?

산불이 일어난 당일(3.19)은 태풍수준의 강풍으로 인해 산불이 번지는 속도를 잡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그러나 그사이 끈질긴 생명력들은 면도한 뒤에 솟아나는 수염처럼 새살을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다.


제대로 피어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 진달래







참혹한 현장이다.

산자락은 남김없이 잿더미로 변했는데 나무 위쪽은 나뭇잎이 다 타지않고 남아 있었다.

그날의 강풍을 생각하면 다소 의외인 모습이다.

아마도 바람이 잦아든 다음에 산불이 번졌거나, 불이 산 아래서 위로 치받으며 번진 것이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번진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어떤 경우이든  화마가 스쳐간 현장, 이곳 나무들 중에서 활엽수를 제외한 침엽수는 거의 다 살아남지 못한다.

특히 소나무의 경우는 화기만 스쳐가도 대부분 말라 죽는다.







울창했던 숲이 폐허로 변했음에도 이따금씩 산길을 걷는 주민들이 있었다.

2004년 2월에 겪었던 무룡산 산불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산불면적은 이곳보다 적었지만 폐허로 변한 산불현장의 잔해는 이보다 훨씬 심각했었다.



산불이 번졌던 곳으로부터 직선으로 100m도 채 되지않을 거리에 대규모 아파트단지인 쌍용하나빌리지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당일 긴박한 상황에서 얼마나 황망하고 불안했을까 짐작이 된다.

다행스럽게도 불길은 가까스로 비켜감으로써 주민들은 인명과 재산상 피해를 입지 않았다.

주민자치회 회의를 곁에서 들어보니 아파트 관리소와 입주자대표자회의 부녀회, 이장단(이곳은 군지역이라 이장이라 부른다)이 침착하게 잘 대응했다.


산불이 번진 곳보다 아파트단지가 한참 낮은 위치라는 점,

바람을 타고 위로 치받는 불길은 잡기 어렵지만 바람방향과 반대로 위에서 아래로 번지는 불길은 화세가 약하다는 점,

그리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개설되어 있는 임도가 방화선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임도 한쪽은 잿더미로 변했지만 아파트쪽으로는 전혀 불길이 번지지 않은 것, 불행중 다행이었다.


YTN 다큐프로그램 촬영팀이 현지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주민들과 울주군 산림공무원에 이어 필자는 환경단체 입장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방송 인터뷰를 마치고 빠른 걸음을 이용해서 산불지역을 좀 더 둘러보았다.

피해면적이 얼마나 넓은지, 피해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복구공사를 어떻게 하면 좋은지, 산불지역 지형은 어떠한지 등...

산림청 소속 전문가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만 때로는 비전문가, 즉 주민들과 시민 환경단체의 의견도 들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환경단체는 공무원들이 요청하든 하지않든 행정기관에서 마련하는 방식을 모니터링 하고, 방향이 틀리거나 부족하다 싶으면 비판하고 대안제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필자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다양한 경험 사례와 아이디어가 있고, 주민들 역시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민관협치는 중요하다.

YTN 인터뷰에서도 산림복구에 있어서 수종 선정과 복구방식 등에 있어서 민관협력, 주민참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아파트와 가까운 거리는 유사시 방화선 역할을 할 수 있는 활엽수 경관조림을, 그리고 위기상황을 만나 주민자치의 모델을 보여준 아파트 주민들로 하여금 헌수운동을 통해 한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등.

자연보호의 중요성과 산불조심의 경각심을 일깨우는데 자신이 돈을 내어 직접 나무를 심고 이름표를 달아 주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교육이고 홍보라는 생각이다.


2004년 무룡산 산불 피해지역에 대한 주민들 헌수운동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헌수운동 바로보기 :  http://blog.daum.net/jilgoji/6886272




뜨거운 불길에 나뭇잎 하나 남아있지 않고, 비석이며 바윗돌마저 깨져나간 현장이 나타났다.







그리고 군데군데 재선충감염목을 베어서 쌓아놓고 훈증처리를 했던 자리(즉 나무묘지)는 산불이 휙~ 지나가지 않고 오래 머무는 불씨로 작용한다.



밑에서 위로 치받는 불길이 지나간 자리로 보이는 곳이다. 보다시피 나뭇가지에 잎새는 남아있지 않다.

이런 곳은 불기둥이 수십미터 치솟아 오른다.



2004. 2. 14 무룡산 산불 기록 다시보기

http://blog.daum.net/jilgoji/6885121


http://blog.daum.net/jilgoji/6886272


http://blog.daum.net/jilgoji/6886818










2020. 3. 19 울주군 청량면 삼정리 일대/ 사진출처:  산림청에서 제공한 언론보도 스크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