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환경 노동분야

산불폐허의 현장을 가다 2/ 피해지역 모니터링

질고지놀이마당 2020. 4. 2. 22:56

2020. 4. 2. 목. 맑음


산불현장 2차 답사는 1차 현장과는 다른 곳을 찾았다.

2018년에 재선충 방재작업을 핑게로 '모두베기'를 하고 2019년 조림작업을 했던 곳이다.

필자가 나무를 심기위해서 울창한 숲을 모두 베어냈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막연하게 예상을 했던대로 2019년에 애써 조림을 했던 곳(약 18ha, 5개 수종)의 어린 묘목들이 거의 다 산불피해를 입었다.


대규모 벌목현장 고발 다시보기 http://blog.daum.net/jilgoji/7164547


오른쪽에 벌겋게 마른 소나무들은 모두베기에서는 살아 남았으나 휩쓸고 간 산불은 피하지 못했다.

왼편으로 민둥산으로 변한 조림지에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새로심은 나무들도 모두 불길에 타버렸다.



모두베기를 한 다음에 맨살이 드러난 경사면 곳곳은 이렇게 물길에 파여 나갔다.


하얀 막대기는 어린 묘목을 잡아주던 지주목이다.

폐허로 변한 현장, 채 자라지도 못하고 잿더미로 변한 현장을 보는 마음이 먹먹하다.



주변의 산들도 강풍에 날리는 불티를 피하지 못하고 군데군데 피해를 입었다.

봄에 바람을 타고 휙~휙 날아다니는 불은 눈에 잘 보이지도 않아서 도깨비불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난다.

불씨가 옮겨 붙었는지도 모르다가 연기가 피어 올라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같은 산불피해 지역일지라도 바람 방향과 경사도, 숲 상태에 따라서 불길이 지나간 흔적은 많이 다르다.














잿더미를 헤치고 솟아오른 희망

포탄이 쏟아지던 전장에서도, 지진이 휩쓸고 간 폐허에도 새싹은 돋고 꽃을 피운다.







생사의 경계선


눈길이 닿는 끝까지 화마가 휩쓸고 간 상처로 얼룩졌다.





2019년에 애써 심은 조림지가 전부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온 세상을 불안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 예방수칙의 하나로 '사회적거리두기'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그런데 '사회적거리두기'의 효과는 산불현장에서도 입증되고 있었다.

불에 탈만한 불쏘시개가 적은 자리, 즉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던 묘목들은 구백구십구사일생으로 살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