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환경 노동분야

태풍에 맥없이 쓰러진 나무

질고지놀이마당 2020. 9. 17. 21:51

'바위처럼' 노랫말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건 뿌리가 얕은 갈대일뿐~~'

 

그런데 이 노랫말은 감성적인 표현일 뿐이지 사실관계로 따지면 틀린 표현이다.

갈대가 흔들리는 것은 줄기가 유연하기 때문이지 갈대의 뿌리는 매우 견실한 편이다.

 

뿌리가 얕은 나무야말로 바람에 견디지 못한다.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연거푸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뿌리는 깊게 내렸는데 줄기가 단단하지 못한 나무는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져 나갔다.

 

울산 중구 서동, 북부순도로와 아파트단지 사이에 경관조경으로 심은 소나무들이 태풍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만약 방음벽이 지탱해 주지 못했다면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을 덮치거나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동천강 서안(중구 병영쪽) 산책로변에 심은 벚꽃나무들이 맥없이 드러누웠다.

바람에 쓰러진 것이기는 하지만 드러낸 뿌리를 보면 이곳의 토양과 벚나무는 궁합이 맞지 않음을 보여준다. 

 

쓰러지지 않았어도 줄지어 선 벚나무 대부분 가지가 말라죽었다.

이것은 모래땅이면서 물가인 이곳이 벚나무 생장에는 부적합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썩지않는 고무줄로 뿌리를 동여맺던  그대로 나무를 심었음이 드러난다.

벚나무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이렇게 호소하지 않을까?

"우린 뿌리를 내리며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말라죽는 겁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거센 태풍앞에 아름다리 해송들이 뚝뚝 부러져 나갔다.(울주군 서생면 해안)

소나무만 부러진 것이 아니었다.(태화강국가정원 십리대숲)

단단하고 유연성도 갖추고 있어서 바람에 비교적 잘 버티는 것으로 알고 있던 대나무밭조차 쑥대밭으로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