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정치 사회분야

코로나 확진, 격리생활 체험기

질고지놀이마당 2022. 1. 26. 17:22

2022. 1. 20 ~ 1. 27

 

내 자신이 확진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않고, 조심은 하되 왕성한 활동은 줄이지 않고 생활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양성 통보를 받고 정부에서 운영하는 격리시설에 입소 7일차, 퇴소 하루를 남겨두고 있다.

본의는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게 되었는데 이후 격리생활을 해야 하는 사람 및 관련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에게도 참고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격리시설 생활을 기록으로 남긴다.

 

필자가 자청해서 검사를 받은 날은 1월 19일(수) 오전이었다.

하루 전인 18일(화) 여수시의회 의원들이 주최한 '국가산단 이주민 지원대책'과 공해문제에 대한 토론회에 초대받아서 여수시의회로 출장을 갔다가 집안 어른이 돌아가셔서 대전에 있는 한 장례식장으로 문상을 갔다.

문상을 마치고 밤늦게 출발해서 심야운전으로 울산으로 이동하면서 피로와 졸음 때문에 쉬다가 자다가 이동하느라 아침에 환경연합 사무실로 바로 출근하는 강행군이어서 약간의 기침과 머리가 띵~하게 느껴지며 미열도 있는 것 같았다.

 

과로로 인한 감기 증상일 수 있겠다는 생각과 월요일 점심식사를 하다가 재채기를 동반한 기침이 났던 것이 생각나서 코로나 증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교차했다.

그래서 사무실(3층)과 내과의원(2층)이 있는 건물로 올라가지 않고 중구보건소를 찾아갔다.

검사 이후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자가격리를 하라는 안내에 따라서 19일은 숙소로 들어와서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백신도 맞았고, 마스크 쓰기를 철저히 하면서 조심을 하였기 때문에 설마하는 마음이었는데 20일 아침에 양성이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이후 역학조사팀과 접촉자들이 거주하는 보건소의 전화문의에 응답하느라 오전 한나절을 정신없이 보냈다.

내가 확진된 것 자체만으로도 큰 민폐인데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다 알려줬다.

 

평소 일정을 메모하고, 비망록을 정리하는 덕분에 이동 동선과 접촉자를 빠짐없이 시간대별로 거의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지난 토, 일요일은 접촉자가 별로 없었는데 역학조사원의 질문에 더 성실한 답변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마른기침이 일요일부터 시작된 것 같다고 정정 했더니 접촉자 범위가 금요일까지 소급되는 바람에 대상이 확 늘어났다. ㅠㅠ

(결과론이긴 하지만 내가 너무 고지식한(?) 답변을 하는 바람에 금요일에 함께 회의를 한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 식사를 같이 한 지인들이 겪지 않아도 될 번거로움을 겪게 했다.)

 

보건소 연락 말고도 밀접 접촉자가 추가접촉을 줄일 수 있도록 급하게 연락을 취해줘야 할 대상이 너무나 많았다.

아침식사를 할 짬도 없이 동동거리다가 늦은 점심이라도 챙겨 먹으려는데 격리시설로 이동시킬 차량안내 전화가 왔다. 격리시설 생활을 위해 챙겨야 할 물품안내가 문자로 와 있었지만 확인할 짬도 없이 급히 피난 가듯이 필요하다 싶은 물품을 여행가방에 챙겨서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수송차량에 탑승했다.

격리시설은 시내 중심가에 시설이 괜찮은 숙박업소를 통째로 임대해서 운영하고 있었다. 

 

필자가 생활한 격리시설 내부, 다소 좁기는 하지만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

 

복도 일부모습, 방문 앞에는 격리 의료 폐기물통(예비용)과 도시락을 놓아두는 바구니가 놓여 있다.

배식을 하기 전에 방송을 통해 '배식을 실시하고 있으니 절대로 문을 열지 말라'고 당부한다.

배식이 끝나면 '배식이 완료됐으니 방문을 열고 도시락을 갖고 들어가 식사하라'는 방송을 한다.

 

안내에 따라서 방문을 열면 이런 모습으로 무접촉 배식이 이뤄진다.

의료진도 직접 방문하지는 않기 때문에 격리시설에서 생활하는 동안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고 지내게 된다.

 

 

인솔자의 안내에 따라서 방에 들어오니까 비로소 내가 확진자 신분으로 국가의 보호하에 있다는 실감이 났다.

깔끔하게 정리된 실내는 공간이 좁아서 처음에는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금새 익숙해졌다.

밀봉된 침구와 침대, TV와 식사 및 사무 등 다목적용 책상, 작은 냉장고, 전기포트, 전화기 등이 비치돼 있었다.

책상위에는 체온계, 혈압계,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놓여있고, 생활안내문과 사용설명서가 놓여 있다.

 

입소해 있는 기간동안 의료진과도 무접촉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하루 두차례 오전과 오후에 체온, 혈압, 산소포화도를 직접 측정한 다음에 의료진이 전화를 걸어오면 불러주는 방식이다.

즉, 별도의 회진이나 약물처방은 없고, 아래 사진처럼 '체온이 38도 이상 올라가거나 통증이 심할 경우'에 대비한 상비약을 하나 지급 받았으나 필자는 모든 수치가 정상이어서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지급된 생활용품

박스 안에는 격리기간동안 생활하면서 필요한 생수(2리터 6병)와 세면도구 세트, 타월, 휴지, 손소독제, 슬리퍼, 물티슈, 비닐장갑, 믹스커피, 세탁비누, 종이컵, 컵라면(5개) 까지 고루 갖춰져 있었다.

그러나 필자가 생활해 보니까  생수를 제외하고는 절반도 소비하지 않을만큼 과도하다는 생각이다.

제공하는 물품의 종류와 분량을 상당부분 줄여도 되겠다는 것이 필자의 경험이다.

만약 입소를 할 경우 탬블러나 머그컵 하나만 지참해도 일회용품 사용을 많이 줄일 수 있고 보온통도 매우 요긴하게 쓰인다.

 

필자의 백신접종 기록

필자는 남들보다 늦은 작년 12월 24일에서야 2차접종을 마쳤다.

그리고 퇴소를 앞둔 오늘까지 재채기와 마른기침을 하루 두 세차례 하는것 외에는 다른 자각증상은 전혀 없었다.

아래 표에 보는 바와 같이 6일동안 자가 측정하는 체온, 혈압, 산소포화도 역시 지극히 정상이었다.

 

또한 단순 접촉자는 물론, 밀폐된 실내에서 회의, 토론회, 식사, 차담, 차량 동승 등 필자와 밀접 접촉을 했던 사람들 모두가 두 차례에 걸친  PCR 검사결과까지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필자와 접촉한 사람들이 PCR검사와 격리조치까지 불편함을 겪기는 했으나 단 한명도 전파감염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엎드려 절이라도 할만큼 감사한 일이다.

만약 환경운동을 하는 필자로 인해 시민단체 대표자들과 지방의회에서 전파감염자가 많이 발생했다면? 필자가 슈퍼감염자가 되었다면? 앞으로 얼굴을 들고 활동하기 어려울 것이다. 

 

백신접종을 통한 예방효과 유무는?

필자는 백신도 2차까지 맞았고, 식사나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도 대화를 할 때는 항상 마스크를 썼다. 

어쩌다 아내나 딸 집에 가면 집안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아서 보는사람 답답하다고 핀잔을 듣곤 했다.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사례도 전혀 없었으니 도무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감염되었는지를 가늠할 길이 없다.

 

백신접종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필자의 감염사례처럼 백신이 전파감염을 막는데 별 효과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래도 2차접종까지 맞은 덕분에 무증상이어서 고생하지 않고, 타인에게 전파감염도 일으키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일회용품 양산은 불가피한가?

격리시설에서는 전파감염 차단을 최 우선으로 하다보니 일회용품 사용으로 인한 쓰레기 발생이 너무나 많았다.

발생하는 쓰레기 대부분은 식사해결을 위한 도시락에서 발생했다. 

운영본부에서는 '분리배출 하지 말고 특별히 제작되어 비치한 격리 의료 폐기물 통에 버리라'고 안내한다.

 

도시락 용기와 국그릇 밥그릇은 부피가 커서 하루치만 담아도 통을 내놔야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2일차 부터는 차곡차곡 겹쳐 모았더니 5일치를 한 통에 담을 수 있었다. 

폐기물통을 두 가지로 운용하면 될 것 같은데  분리수거까지 신경쓰기를 바라는 것은 필자의 과욕일까?

 

가만히 앉아서 받아먹는 삼시세끼 식사는 미안할 정도로 양과 질 모두 양호했다.

다만, 도시락으로 배달하는 방식이어서 따뜻한 음식은 기대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필자 기준으로는 식사와 함께 나오는 음료, 과일, 빵 등을 다 소비하지 못해 남는 상황이었다.

식사량이 다르기 때문에 필자를 기준으로 할 수는 없겠지만 남는 것은 모두 폐기물통에 버려야 한다는 점에서 개선할 여지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격리기간 유일하게 외부와 통할 수 있는 창

창을 통해 시가지 너머로 멀리 무룡산 산자락 일단을 볼 수 있어 답답함을 덜어준다.

 

격리시설 퇴소 전야

격리시설 퇴소를 하루 앞둔 저녁에 퇴소안내문과 물품이 배달됐다.

7+3 제도에 의해 퇴소를 하더라도 3일간은 추가로 자가격리를 해야 된다.

퇴소 물품에는 전파감염을 막기위한 방호용품(마스크, 헤어캡, 덧신, 우의, 비닐장갑)이 들어있다.

 

그런데 용량이 훨씬 큰 '의료 폐기물 전용 용기'가 4개나 지급돼 있다.

입소자가 사용한 물품 중에서 체온계, 혈압계, 산소포화도측정기, 전기포트 외에는 침구류를 포함해 모두 소각처리를 하기위한 수거통으로 보인다.

지원물품을 담았단 종이박스도 다 찢어서 여기에 담아서 배출하란다.

 

위드 코로나 시대 나 자신과의 다짐

전파력이 더 강한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하면서 1월 26일 하루 확진자가 1만 3천명이 넘을만큼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를 완전 퇴치하지 못한다면 개인이든 사회든 면역력을 높이고 전파력을 억제시키면서 감기나 독감처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치료약도 개발되고 있음은 희망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지구환경의 자연성 회복이다.

7일동안 격리시설에 머물면서 본의 아니게 국민세금을 쓰게하고 일회용품 쓰레기를 많이 배출한 것만으로도 많이 반성해야 할 일임을 통감한다.

격리가 끝나고 정상활동을 시작하면 더 열심히 지구환경을 살리는 일에 매진할 것임을 다짐한다. <끝>

 

<격리시설 퇴소과정의 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