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산행기/산행후기(종합)

다시찾은 순금산 ~ 관문성

질고지놀이마당 2007. 5. 10. 17:07


질고지 칼럼에 올린 순금산 - 관문성- 천마산 산행기를 읽어보신 많은 분들의 요청에 의해 2주일만에 다시 찾았다.
토요일과 일요일 연휴여서 어느 날로 할지 고민스러웠는데 토요일 다른 일정 때문에 부득이 일요일로 결정되었다.
그래서 신앙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참석을 못했는데 앞으로는 가급적 토요일로 날짜를 잡아야 하겠다.

이번 산행도 사전 조직을 한 것이 아니라 자유게시판에 방을 붙인 다음 알아서 참석하도록 했기 때문에 몇 명이나 올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너무 적으면 썰렁하고, 너무 많으면 진행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산행의 특성이다.
9시 30분까지 중산동 기적의 도서관에 모이기로 했는데 대부분 시간을 ‘칼같이’ 지켜 주었다. 내가 5분 지각하고, 초행길인 산새님이 마지막으로 합류.

북예사 일행 7명, 쌍용아진 아파트 산악모임 8명, 이런 저런 인연으로 참석한 단위가 있어서 30명 가까운 대부대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기적의 도서관에 처음 오는 참석자들은 직원들의 배려로 따뜻한 차를 한잔씩 마시면서 실내를 둘러보고 출발이다.

동천을 따라 불어오는 북풍은 매우 차갑다.
그러나 지난번 산행 때나 어제 날씨에 비하면 그야말로 ‘봄날’이다.
산행 초입에 있는 정임석 열사 묘역에 들러 일동 묵념을 올리니 분위기가 숙연하다.
순광사에 오르니 갑자기 많은 인기척을 느꼈는지 나이 지긋한 보살님이 문을 연다.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하며 산행은 순조롭다.
출발하면서 쓰레기 수거용 마대를 준비했는데 벌써 한 자루가 찰 정도다.
앞에 가는 일행이 주워서 군데군데 모아놓으면 뒤에 따라오면서 담는 식이다.
산행을 겸한 자연보호 활동에는 쌍용아진 산악회에서 참석한 젊은(?) 회원들이 수고하였다.
불과 20분 남짓한 오름 끝에 양지바른 묘지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누군가 준비한 막걸리와 두부안주가 순식간에 비워진다.

순금산 정상에서 건너다 뵈는 치술령 자락의 골프장 현장을 보면서는 다들 안타까움에 혀를 끌끌 찬다. 보고 느낌이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윽고 관문성을 따라 나란한 길을 걷는데 일행이 길게 늘어서니까 원색의 물결이 자연과 어울려 조화를 이룬다.
멋진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실력을 연마하지 않고 욕심을 낸다고 좋은 작품이 나오지는 않을 터.

관문성 안내판이 모여진 곳까지 이르니 쓰레기 마대는 꽉 차버렸다.
쓰레기를 가장 많이 버린 것은 아마도 벌초하러 와서 먹고 마신 막걸리, 소주, 음료수 병등이다.
자기 조상의 묘지를 돌보러 와서 일하고는 먹고 마신 쓰레기는 묘지 주변에 집어던지는 심보는 무엇이람?
인원이 많고 자연보호 활동을 겸하느라 산행 속도가 더딘 바람에 이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자리를 잡으니 각자 조금씩 준비한 음식이 부족함이 없다.
날씨도 포근하여 참석한 일행 소개와 인사시간까지 갖다 보니까 시간이 마냥 늘어진다.
그래도 여유가 있는 것은 장거리 산행이 아닌 관내 답사가 갖는 장점이다.
정 바쁜 일이 생기면 먼저 내려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후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난 뒤의 산행은 천마산을 거쳐 산불 초소까지 올망졸망한 오르막 내리막길이 힘들고 지루하게 느껴졌으리라.
초심자와 평소 운동량이 적은 사람은 숨길 수가 없다.
아빠랑 함께 온 초등학교 4학년 윤수영이는 “이번 오르막만 오르면 된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가 오르막이 자꾸 나타나자 몇 번이나 눈물을 보이면서도 끝까지 잘 걷는다.
엄마와 함께 온 예비 중학생 이기백군은 남학생답게 멀찍이 버려진 쓰레기까지 주우면서 어른 이상으로 잘 걸었다.

내려오는 코스를 약간 단축하여 천곡동 교회 옆으로 하산.
다들 차를 중산동에 두고 온 때문에 갈 길이 어정쩡하다.
산길이라면 내처 걷겠지만 떼 지어서 차도를 걷고 싶은 기분은 나지 않는 법이다.
중산동까지 걷기도 무리이고, 다들 그냥 헤어지고 싶지도 않은 눈치다.
산에 올랐다 내려오면 하산 주 한잔은 나누고 헤어져야 기본인데 그럴만한 장소가 선뜻 눈에 띄지 않는다.

해서 운전자들은 차를 가지러 가고, 일행은 비교적 부담이 적을만한 장소를 찾아 원동교 입구까지 다시 걸어와서 칼국수 집에 자리를 잡고 파전에 동동주로 뒷마무리.
분위기가 어찌나 좋은지 만약 마무리 하산주 자리를 만들지 않았으면 크게 후회했으리라!
기약없는 다음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