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손학규 대표

민주신당 충북경선은 표심이 민심을 왜곡한 표본

질고지놀이마당 2007. 9. 17. 18:30

대통합민주신당의 충청북도 '국민경선' 개표결과를 보면 한마디로 국민경선제의 취지가 얼마나 심각하게 변질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특정지역의 '특별한 표심'이 충북도민들이 참여하는 국민경선 전체결과를 결정짓고, 나아가 국민경선제도의 취지 자체는 물론 이후 진행될 경선흐름 자체를 심각하게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이는 너무나 명확하다.


충청북도의 인구는 약150만 명이고, 이번 대통합민주신당의 국민경선에 투표권을 행사한 선거인수는 1만 2천여 명이었다.

그런데 충청북도 인구의 9.3%에 불과한 보은(3만6천) 옥천(5만5천) 영동(5만1천) 3개 군에서 국민경선에 참가한 투표자는 4천8백여 명으로서 충북 전체 투표자의 40%를 넘는다. 이는 다시 말해 인구비례로 볼 때 다른 지역보다 4배가 넘는 투표권을 행사한 것이다.


더욱이 보은 옥천 영동지역에서 특정 후보 혼자 80%에 가까운 몰표를 받음으로써 이곳에서 얻은 압승의 결과가 고스란히 충북경선의 압승으로 이어졌으며, 나아가 초반 4연전에서 단독 선두를 굳혀버리는 기반이 되었다.


국민경선 초반전의 성적표가 이후 경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조직 동원력을 통해 이처럼 민심을 심각하게 왜곡시키는 것은 국민경선제를 도입한 취지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어 버린다.

(언론 보도를 통해 득표결과만을 접하는 일반 국민들은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에 1등 후보가 정말 고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더욱이 초반전 결과는 이후 경선에서 유권자들이 지지자를 결정하는데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형태의 국민경선을 해서야 어느 누가 공정성을 인정할 것이며, 국민여론이 제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믿어 줄 것인가?


이와 같은 경선 방식이라면 조직 동원력이 뛰어난 후보가 승리하겠지만 본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흥행의 성공은 고사하고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 진영의 지지자들에게 마음으로부터의 승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즉, 본선 승리가 아닌 필패로 가는 ‘조직과 돈’을 가진 ‘당신들만의 리그’일 따름이다.


물론, 충북의 남부3군에서 선거인단으로 참여한 비율이 인구대비 4배 이상 높고, 다른 지역보다 투표율이 2배 높다는 것(이 지역은 40%의 투표율을 기록) 자체를 가지고 무턱대고 시비를 걸 수는 없다.


또한, 이 지역 국회의원이 일찌감치 지지를 선언한 특정후보가 80%나 되는 몰표를 받았다는 것을 가지고 문제로 삼을 수도 없다.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는 쪽이 실력 없음을 반성하지 않고 잘 하는 쪽에 딴지걸기로 비쳐지거나 남부3군 군민들로부터 주민들을 무시한다는 역공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충북 남부3군에서 현역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로 막강한인지를 간접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가 있다.

작년 5.31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후보들이 충북 전역을 석권하였으나 보은 옥천 영동 3개 자치단체장만은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모두 당선되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국민경선에서 이 지역 유권자들은 다른 지역보다 인구대비 4배 이상 투표에 참여하였으며, 이 지역 국회의원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80%의 몰표를 몰아주었다는 사실은 다음 두 가지 경우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첫째, 이 지역 주민들은 대한민국에서 정치의식이 가장 뛰어나고,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나 특정후보를 열광적으로 지지하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4배 이상의 주민이 국민경선 선거인단으로 투표에 참여했다.

둘째, 지역구 관리가 탁월한 국회의원의 막강한 영향력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조직선거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필자는 어느 경우가 맞는지는 알 길이 없다.

진실은 본인들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며, 지켜보는 국민들도 알아서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한들 어찌 할 방도가 없다.

경선 룰 자체가 인구비례나 지역안배와 같은 합리적 조건을 갖추지 않고 무제한 경쟁을 하도록 함으로써 민심과 표심의 심각한 왜곡이 일어날 가능성을 열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취지가 바로 국민여론조사 반영인데 반영비율에 대한 이해득실을 두고 각 후보 진영간 첨예하게 대립하다가 10% 반영하는 것으로 낙찰되고 말았다.

따라서 지금처럼 심각한 민심과 표심 왜곡이 일어난다면 국민여론조사 반영비율 10%는 경선결과에 별다른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이 선거 전문가들의 견해다.


생각해 보라.

인구 14만 명에 불과한 충북의 보은 옥천 영동 3개 군민들의 응집된 표심이 인구 4백5십만 명을 웃도는 4개 광역권 선거결과 전체를 좌지우지 하고,

이후 선거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상황에서 여론조사를 통한 10% 반영의 차별성 가지고 대세에 무슨 영향을 끼칠 것인가.


필자의 예측으로는 여론조사 10% 반영 비율로는 충북의 남부3군에서 나타난 ‘묻지마 투표현상’ 하나도 보완하기 어렵다.

더욱이 여론조사는 어느 한 후보의 독식이 아니라 도토리 키재기 정도의 미세한 지지율 차이만 있을 뿐이다.


충청북도의 개표결과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과유불급)는 말이다.

이긴 후보 진영은 이지역의 몰표 덕분에 경선 초반전에서 승기를 잡아 기쁠지 모르지만  경선에서는 이기더라도 본선은 필패의 길임을 왜 모를까?


이러한 불공정 게임의 실상을 국민들이 알게 된다면 필시 여론의 역풍이 따를 것이다.

정도를 벗어난 경선에 대한 비난여론이 일어난다면 지나친 조직선거로 민심을 왜곡시킨 후보 진영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모으고자 했던 국민경선 자체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으로 이어질 것이 두렵지도 않은가?


무차별 선거인단 모집으로 인한 부작용, 20%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투표율, 조직투표의 결과로 민심과 동떨어진 표심, 특정지역 소수집단의 결집된 표심이 전체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치명적 결함, 이런 모습의 국민경선제를 가지고서야 국민들에게 어떤 감동과 희망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거듭 지적하거니와 추석 전에 치러진 국민경선 4연전의 결과는 국민여론과 표심이 거꾸로 나타났다.

백보를 양보하여 울산 제주 강원에서처럼 각 진영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선 결과라면 조직력도 능력이라고 넘길 수도 있고, 박빙의 승부로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서 흥행에 도움이 되겠다고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충북의 경선 결과는 국민경선제를 도입한 취지 자체를 실종시켜 버렸다.

특정지역의 특정인 몰표 현상에 대해 국민들은 그 지역 주민들의 정치의식이 투철해서라고 믿어 줄까?

누가 보더라도 소위 '조직선거'의 위력으로 민심과 다른 경선결과를 만들어 낸다면 본선필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대저 ‘조직선거’란 것이 무엇인가?

좋게 표현해서 조직선거이지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사람과 돈의 힘으로 표를 동원하는 것을 일컬음 아닌가?

그렇다면 청산해야 할 구시대 정치의 유물이다.

그런데 국민경선을 한다면서 구태정치를 청산하기는커녕 대놓고 따라하는 '무늬만의 국민경선'을 해서야 경선에서 이긴다 한들 무슨 감동을 줄 것이며, 본선 경쟁력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딱한 노릇이다.


국민경선이 ‘구태정치’의 모습을 탈피하지 못한 채 '조직과 돈을 가진자들의 판' 으로 전락하면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 진영의 지지자들에게 마음으로부터의 승복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흥행은커녕 본선 필패로 가는 지름길임을 알아야 한다.

 

 

[다음은 인터넷에서 복사한 글입니다]

 

기가 막히군요...

 
아래의 표는 오늘자 충북과 강원의 투표구별 결과표입니다.
 
푸른색으로 특별히 강조한 부분이 바로 오늘 문제가 된 충북의 보은,옥천, 영동입니다.
 
바로 이곳에서 정동영이 얻은 표가 그대로 오늘의 표차이가 되었습니다.
 
과연 한 지역에서 이런 몰표가 나와서, 이렇게 전체 표심을 왜곡하는 것이 민주선거에서 용인될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충청북도 투표구별 결과
  투표자수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청주시 상당구 1,318 365 467 461 1,293
청주시 홍덕구 2,007 756 539 686 1,981
충주시 1,023 615 174 228 1,017
제천시 728 98 454 170 722
단양구 93 17 64 12 93
청원군 932 213 500 212 925
영동군 1,291 105 1,084 93 1,282
보은군 1,559 279 1,161 104 1,544
옥천군 2,022 271 1,595 134 2,000
음성군 265 42 61 159 262
진천군 402 69 120 209 398
괴산군 197 49 43 101 193
증평군 305 41 72 191 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