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질고지칼럼

火魔가 덥친 무룡산/ 2004. 2.14(토) 오후

질고지놀이마당 2008. 6. 18. 08:49

가슴아팠던 기록을 다시 정리하며...

2004. 2. 14(토) 무룡산에 큰 산불이 일어난지 어느덧 만 4년이 지났다.

아직 상처가 아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지만 자연의 힘은 잿더미로 변했던 폐허를 놀라운 속도로 치유해 가고 있다.

 

그 날의 아픈 기억과 기록을 다시 생각하며 들춰 본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북구 살림을 책임졌던 사람으로서 평생 짊어지고 갈 무한 책임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현직을 떠났어도 틈만 나면 무룡산을 찾아 아물어 가는 상처를 살펴보게 된다.

 

울창했던 소나무 숲이 삽시간에 화마에 삼켜지는 것을 발을 동동구르며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던 순간이 악몽이라면,

주민들이 함께했던 '범시민헌수운동'은 한편의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그러나 인공적인 복구는 일부분일 뿐이다.

자연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서 새 생명을 잉태하고 자라게 한다.

 

무서운 불길은 나무만 태우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쇠를 녹이고, 바윗돌조차 불길을 견디지 못해 깨어지고 갈라졌다.

생명체란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다 태워버렸을 것 같은 그 폐허의 땅, 아무것도 심거나 씨뿌리지 않았는데 어느사이 싸리나무군락이 생겼다.

불에 타죽은 그루터기에서 새싹을 피워내는 생명력은 참나무 종류가 강했다.

 

소나무 홀씨가 날아와 다시 터를 잡고, 오동나무도 자란다.

봄이면 고사리, 드룹 등 산나물을 뜯으러 다니는 발걸음이 골짜기를 누비고 빨갛게 익어가는 산딸기가 등산객을 유혹한다.

이처럼 무룡산은 스스로를 치유해 가고 있다.

 

필자로서는 그 과정을 지켜 보는 것이 참회이고 보람이다.

하여 산불이 나던 그 순간부터 불을 끄기 위해서 이리저리 산골짜기를 누비고,

산불이 휩쓸고 간 폐허를 보면서 망연자실했던 순간을 주민헌수운동으로 승화시켜 남여노소 주민들이 함께 나무를 심던 감동적인 순간들

그 마디 마디의 기록을 틈나는 대로 정리할 예정이다.

 

무룡산 산불 복구는 현재진행형이다.

 

2004년 2월 14일 토요일, 점심무렵에 주택가에서 실화로 보이는 불씨가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무룡산 자락으로 옮겨 붙었다.

집무실에 있던 필자는 산불소식을 보고체계가 아닌, 아내의 전화를 통해 먼저 알고 뛰어나갔다.

주택가에서 시작된 산불이 피워내는 구름기둥이 아파트에서 바로 보였기 때문이다.

 

즉각 공무원들이 비상소집되고, 소방서와 울산시청, 산림청 소속 소방헬기가 동원되어 진화작업에 나섰지만

때마침 불어 온 강풍을 타고 무서운 속도로 번지는 산불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산불은 산림 50여 ha를 태우고 해질녁이 되어서야 큰 불길만 잡혔고, 잔불정리는 다음 날 오후까지 계속됐다.

울산의 진산인 무룡산 정상으로 옮겨붙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였다.

 

 

 

  

 

 

 

 

아래는 무룡산에 산불이 나기 하루 전날(2004. 2. 13 금) 산림청 차장을 초청하여 특별강연을 들은 소감을 적었던 글이다.

조연환 차장님은 얼마 뒤에 산림청장으로 승진하였는데 산림공무원이 내부승진을 통해 산림청장까지 오른 첫 케이스였다.

나무와 숲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그 분은 산림청 말단직원으로 출발하여 산림행정 최고직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자 시인이셨다.

그 분의 강연에서 받은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 분을 모시고 답사까지 했던 무룡산에 산불이 일어났기에 더욱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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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북구 전자신문에 기고했던 글>


어제(2월 13일) 오후 북구청 강당에서는 조연환 산림청 차장님의 특별강연이 있었습니다.  
'나무의 마음 숲의 노래'라는 강연 주제가 암시하듯이
조연환 차장님은 시인으로서 당신이 펴낸 시집 제목이기도 합니다.
나무와 숲에 대한 강연이라서 별로 재미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참석한 분들도 있었겠습니다만 강연이 끝나고 나서는
잔잔한 감동과 긴 여운이 남는, 참으로 유익한 강연이었습니다.

나무를 대할 때 이름을 불러주고, 관심을 갖고 보면 달리 보인다고 서두를 꺼낸 시인은
우리가 평소 무관심하게 보던 평범한 나무에 대하여 너무나 깊은 사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칫 평이하고 딱딱하게 느껴질 이야기를 중간 중간에 '그리운 한 그루 나무이고 싶어라',  
'눈빛으로 부르는 노래' 등 시를 인용하고 낭송함으로써 청중의 마음을 열었습니다.

때로는 자신의 가정이야기를 통해, 혹은 인생의 한살이에 비유하여
나무와의 관계를 시적으로 표현해 주었습니다.
5월에 저마다 새 생명의 싹을 틔우는 숲의 모습은 '출근 준비로 분주한 딸 부잣집의 아침 모습'으로,
푸르름으로 뒤덮이는 7월의 숲은 '아이 둘 정도 낳아 기르느라 자신 돌보기 어려운 여인'으로,
붉게 단풍으로 물든 가을의 숲은 '장성한 아이들 떠나 보내는 부모의 마음'으로,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 나무는 '이마에 주름 가득한 늙은 아버지의 모습'으로 그려내는
풍부한 감성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 졌습니다.

나아가 사계절 나무를 다 좋아하지만 특히 겨울에 벌거벗은 나무를 가장 좋아한다는 시인은
그 이유로 "가릴 것 없이 자신을 다 드러내고도 당당한 겨울나무야말로 자신을 돌아보게 하기 때문에
겨울나무에 견주어 부끄럽지 않은 인생이고 싶다"고 했습니다.

나무에 인격과 같은 권리를 부여하고 나무의 입장에서 그 소중함과 가치를
송곳처럼 꼭꼭 찍어 담아주는 명쾌한 논리에 평소 우리 산의 나무와 숲을 하찮다고
낮춰보는 마음을 가졌던 저는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쓸모 있는 나무와 쓸모 없는 나무로 구분하는 것은 인간의 욕심이라며,
말 못하는 나무를 대변하는 시인의 통렬한 질책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세상에 의미 없는 존재가 없다는 것은 평범한 진리인데 말입니다.
평소 아까시나무(아카시아가 아니라고 강조함)를 아주 미워했던 저의 판단 기준이
너무나 그릇된 편견이었음을 알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자식을 낳아 제멋대로 자라도록 팽개치는 부모가 없듯이
나무도 심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정성을 들여 가꾸어야 한다는 대목에선
37년간 산림 공무원으로 일해오면서 맺힌 한이 묻어 났습니다.

산림 사업에 대한 예산부처의 몰이해와 홀대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제 때 가꾸어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자식을 제때 학교에 보내지 않는 부모의 심정으로 표현했습니다.
이렇듯 나무의 마음을 알고, 숲의 노래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이
산림행정의 최고 책임자로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강연에는 울산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이신 장태원 선생님,
울산생명의숲 이사장이신 양명학 교수님, 울산경실련 공동대표이신 정우규 박사님 등
평소 숲 가꾸기 사업에 적극적인 관심으로 참여하고 계시는 환경·시민운동단체 대표님과
울산광역시 및 구 군청 산림녹지 담당 공무원들이 강연이후
무룡산 일대 현지 답사까지 함께 하였습니다.
마음의 문을 열고 강연을 들으신 많은 주민들이 깊은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그 분들도 이제 나무의 마음을 읽고 숲의 노래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보람을 느낍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실천하는 일입니다.
저는 푸르고 깨끗한 북구를 만들고 싶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이 함께 하는 것이야말로 단체장의 의지보다 중요합니다.
시인의 풍부한 감성과 한없는 사랑의 마음을 닮아서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 함께 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새벽 뒷산으로 오르며 바라보는 나무는 어제와 달랐습니다.

편집장 ( HOMEPAGE )  02-14 11:23 | HIT : 178  
































































































































 

 


 



 


 






어제(2월 13일) 오후 북구청 강당에서는 조연환 산림청 차장님의 특별강연이 있었습니다.  
'나무의 마음 숲의 노래'라는 강연 주제가 암시하듯이
조연환 차장님은 시인으로서 당신이 펴낸 시집 제목이기도 합니다.
나무와 숲에 대한 강연이라서 별로 재미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참석한 분들도 있었겠습니다만 강연이 끝나고 나서는
잔잔한 감동과 긴 여운이 남는, 참으로 유익한 강연이었습니다.

나무를 대할 때 이름을 불러주고, 관심을 갖고 보면 달리 보인다고 서두를 꺼낸 시인은
우리가 평소 무관심하게 보던 평범한 나무에 대하여 너무나 깊은 사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칫 평이하고 딱딱하게 느껴질 이야기를 중간 중간에 '그리운 한 그루 나무이고 싶어라',  
'눈빛으로 부르는 노래' 등 시를 인용하고 낭송함으로써 청중의 마음을 열었습니다.

때로는 자신의 가정이야기를 통해, 혹은 인생의 한살이에 비유하여
나무와의 관계를 시적으로 표현해 주었습니다.
5월에 저마다 새 생명의 싹을 틔우는 숲의 모습은 '출근 준비로 분주한 딸 부잣집의 아침 모습'으로,
푸르름으로 뒤덮이는 7월의 숲은 '아이 둘 정도 낳아 기르느라 자신 돌보기 어려운 여인'으로,
붉게 단풍으로 물든 가을의 숲은 '장성한 아이들 떠나 보내는 부모의 마음'으로,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 나무는 '이마에 주름 가득한 늙은 아버지의 모습'으로 그려내는
풍부한 감성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 졌습니다.

나아가 사계절 나무를 다 좋아하지만 특히 겨울에 벌거벗은 나무를 가장 좋아한다는 시인은
그 이유로 "가릴 것 없이 자신을 다 드러내고도 당당한 겨울나무야말로 자신을 돌아보게 하기 때문에
겨울나무에 견주어 부끄럽지 않은 인생이고 싶다"고 했습니다.

나무에 인격과 같은 권리를 부여하고 나무의 입장에서 그 소중함과 가치를
송곳처럼 꼭꼭 찍어 담아주는 명쾌한 논리에 평소 우리 산의 나무와 숲을 하찮다고
낮춰보는 마음을 가졌던 저는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쓸모 있는 나무와 쓸모 없는 나무로 구분하는 것은 인간의 욕심이라며,
말 못하는 나무를 대변하는 시인의 통렬한 질책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세상에 의미 없는 존재가 없다는 것은 평범한 진리인데 말입니다.
평소 아까시나무(아카시아가 아니라고 강조함)를 아주 미워했던 저의 판단 기준이
너무나 그릇된 편견이었음을 알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자식을 낳아 제멋대로 자라도록 팽개치는 부모가 없듯이
나무도 심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정성을 들여 가꾸어야 한다는 대목에선
37년간 산림 공무원으로 일해오면서 맺힌 한이 묻어 났습니다.

산림 사업에 대한 예산부처의 몰이해와 홀대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제 때 가꾸어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자식을 제때 학교에 보내지 않는 부모의 심정으로 표현했습니다.
이렇듯 나무의 마음을 알고, 숲의 노래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이
산림행정의 최고 책임자로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강연에는 울산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이신 장태원 선생님,
울산생명의숲 이사장이신 양명학 교수님, 울산경실련 공동대표이신 정우규 박사님 등
평소 숲 가꾸기 사업에 적극적인 관심으로 참여하고 계시는 환경·시민운동단체 대표님과
울산광역시 및 구 군청 산림녹지 담당 공무원들이 강연이후
무룡산 일대 현지 답사까지 함께 하였습니다.
마음의 문을 열고 강연을 들으신 많은 주민들이 깊은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그 분들도 이제 나무의 마음을 읽고 숲의 노래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보람을 느낍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실천하는 일입니다.
저는 푸르고 깨끗한 북구를 만들고 싶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이 함께 하는 것이야말로 단체장의 의지보다 중요합니다.
시인의 풍부한 감성과 한없는 사랑의 마음을 닮아서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 함께 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새벽 뒷산으로 오르며 바라보는 나무는 어제와 달랐습니다.




편집장 ( HOMEPAGE )  02-14 11:23 | HIT : 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