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질고지칼럼

삽시간에 잿더미로 변한 폐허...

질고지놀이마당 2008. 6. 18. 09:37

필자에게 너무나 가슴아픈 현장기록이다.

연암동 주택가 주위에서 발화된 산불은 때마침 불어 온 강풍을 타고 무서운 속도로 매봉재까지 치솟아 오르면서 울창한 소나무 숲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폐허로 변한 숲

꼼짝 못하고 뜨거운 화마에 온 몸을 내 맡겨야 했던 나무들이 얼마나 뜨거웠을까?

 

하늘이 보이지 않았던 등산로.

지금은 이팝나무구간으로 조성된, 엘지 진로아파트와 한우리 아파트 주민들의 헌수목이 자라고 있는 구간이다.

 

 

매봉재로 오르는 주 등산로인 화봉임도 주변의 울창했던 소나무 숲

체육시설이 있는 근처로서 지금은 단풍나무가 자라고 있다.

  

 

효문운동장에서 매봉재로 오르는 길

울산시와 북구청 공무원 및 벽산아파트 주민들이 심은 이팝나무가 자라는 구간이다.

 

 

 

  

매봉재에서 무룡산으로 올라가기 위해 마지막 체육시설이 있는 갈림길까지 잠시 내려가는 길

3~5년 주기로 산불이 일어났던 곳이라 복구조림을 통해 왕성하게 뿌리를 내렸던 7~8년생 어린 소나무들이 모두 타버리고 말았다.

지금은 강동동 자생단체 주민들이 심은 산벗나무가 자라고 있다.

 

매봉재 우측 경사면(구 정자고개 방향)의 어린 소나무들도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모두 타버렸다.

그런데 이듬해 식목일(2005. 4. 5)에 모 방송사 기자가 불에 타죽은 소나무를 관리소홀로 말라죽었다고 고발하는 어이없는 오보가 있었다.

 

3년 전쯤에도 산불이 나서 복구조림을 한 곳인데 몇 년 걸러서 한번씩 되풀이 되는 산불로 제대로 자랄 틈이 없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2004년 산불 이후의 복구조림은 환경단체 및 전문가들 참여하에 복구조림 수종을 활엽수로 바꿨다.

지금은 산벗나무와 참나무가 자라고 있다.

 

화동약수터에서 매봉재로 이어지는 임도 주변

지금은 송정동 자생단체 및 효성삼환 아파트 주민들이 심은 단풍나무가 잘 자라고 있다. 

 

예로부터 조상님들 무덤이 불에 타면 소 여물처럼 볏짚을 잘게 썰어서 덮어주는 풍습이 있었다.

불길에 놀라 피난갔을 혼백을 달래고 다시 모셔온다는 믿음에서 유래된 풍습으로 알고 있다.

 

<별첨> 당시(2004. 2) 북구청 전자신문에 올렸다가 나중에 필자 개인 홈페이지에 옮겨 놓았던 글이다.


지난 2월 14일 토요일 오후에 발생한 산불로
울산의 진산인 무룡산 자락의 임야 수십 ㏊가 불타버려 폐허처럼 변하고 말았다.
등산로 입구인 주택가에서 발화된 불씨가 산으로 옮겨 붙으면서 강풍을 타고
큰 산불로 번지는 바람에 피해가 컸다.
산불 발생 초기에 이곳 저곳에서 산발적으로 불이 번진 정황으로 봐
고의적인 방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어쨌든 산불로 인해 북구가 자랑하고 주민들이 즐겨 찾던 등산로가 제 빛을 잃었으니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평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아내와 같이 즐겨 오르던 뒷산이다.
나무가 터널을 이루는 능선길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산불이 나던 그 날도 아침 일찍 산을 오르면서 전날 산림청 차장님의 특강을 들으며
받았던 감동이 채 가시지 않은 탓에 마주치는 나무들이 한결 정겨운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이렇게 마음을 열고 나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쏟으면 언젠가 나도 나무의 마음을 읽고
숲의 노래를 들을 수 있으리라.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며 '룰루랄라' 휘파람을 불며 내려온 길이었다.

그런데 흡사 폭격 맞은 듯 폐허로 변한 현장을 다시 대하니
책임을 다하지 못한 자책감에 가슴이 쓰리고 눈물이 나려고 한다.
나무에게 미안하고 사라진 숲 속 등산로가 아깝기 그지없다.
눈길이 닿는 산 능선과 계곡마다 새까맣게 타고 그을린 흉측한 몰골의 나무 시신들이
유령처럼 뒹굴고 있다.

골바람이 불자 흙먼지와 시꺼먼 재가 뒤섞여 날리면서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불 내음이 느껴진다.
낙엽이 두껍게 쌓여 폭신한 느낌을 주던 등산로는 볼품 없는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숲이 좋아 이 곳을 찾던 주민들이 이제 무슨 낙으로 찾아오겠는가!

등산을 다녀 본 사람은 안다.
낙엽이 적당히 쌓인 길을 걷기가 얼마나 편한가를...
무릎 관절에 무리를 느끼는 사람에게 내리막길에 낙엽이 쌓여 있으면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다.
여름 따가운 햇볕을 막아주는 나무그늘의 시원함은 또 얼마나 고마운가.
봄부터 여름까지 시원한 그늘과 탄소동화작용으로 상쾌한 공기를 공급해 주던 나뭇잎들이
가을에는 단풍으로 치장하고, 겨울에는 푹신한 등산로를 만들어 아낌없이 베풀어주지 않는가.

그뿐이랴! 비가 온 뒤에 산을 찾았을 때 하도 신기하여 유심히 살펴보았던 적이 있다.
물길이 낮은 곳을 찾아 흐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구불구불한 등산로를 어쩌면 그리도 잘 찾아 내려가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물길에 떠밀린 낙엽들이 물결무늬로 남아 있는 흔적들을 보면서
저 낙엽들이 아니었다면 등산로가 온전히 보전되지 못했으리란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만약 나무뿌리와 쌓인 낙엽이 없었다면 그 등산로는 한자 이상 깊은 골이 파졌으리라.
  
평소 뒷산 오르기를 즐겨하는 탓에
무룡산 자락의 돌벽재 - 매봉재에 이르는 대여섯 갈래의 등산로를 손금보듯 훤하게 안다.
이번 산불로 그 중 네 개의 등산로가 타버렸다.
그 중에서도 숲이 가장 잘 우거진 두 곳이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산불 피해 현장을 살펴 본 소감을 아내에게 말했더니 그만 일에 뭘 그러냐는 투의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쉽게 함부로 말할 수 있는지 당신이 직접 살펴보라고 했더니 진짜로 다녀오겠다고 했다.

다음 날 저녁, 산에 다녀 온 이야기를 하는 아내의 목소리는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나무들이 얼마나 뜨거웠을까? 나무들 불쌍해서 어떡해?"
잦아드는 목소리가 이상해서 얼굴을 보니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하긴 아무리 감성이 메마른 사람일지라도
불에 타버린 현장을 직접 보면 슬프고,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나무가 말을 할 줄 한다면 할 말이 얼마나 많겠느냐"고 했던
조연환 시인님의 말씀이 이렇게 빨리 현실이 되어 가슴을 칠 줄이야….

살아있던 나무들이 불에 타는 동안 얼마나 뜨거웠을까?
불길에 휩싸인 나무들이 고통을 못 이겨 빨리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비명이 들리는 것만 같다.
산불을 막지 못한 내 자신의 너무나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숲을 폐허로 만든 과오에 대한 참회를 바탕으로, 숲을 다시 일구는 작업을 서둘러야 하겠다.

봄이 되면 자연은 스스로를 복원하기 위해 끈질긴 생명력으로 새 싹을 틔울 것이다.
북구청에서 복구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겠지만 숲을 사랑하는 주민들이 함께 뜻을 모아
더 큰 [나무사랑 시민운동]으로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폐허로 변한 숲, 나무들이 얼마나 뜨거웠을까?




지난 2월 14일 토요일 오후에 발생한 산불로
울산의 진산인 무룡산 자락의 임야 수십 ㏊가 불타버려 폐허처럼 변하고 말았다.
등산로 입구인 주택가에서 발화된 불씨가 산으로 옮겨 붙으면서 강풍을 타고
큰 산불로 번지는 바람에 피해가 컸다.
산불 발생 초기에 이곳 저곳에서 산발적으로 불이 번진 정황으로 봐
고의적인 방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어쨌든 산불로 인해 북구가 자랑하고 주민들이 즐겨 찾던 등산로가 제 빛을 잃었으니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평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아내와 같이 즐겨 오르던 뒷산이다.
나무가 터널을 이루는 능선길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산불이 나던 그 날도 아침 일찍 산을 오르면서 전날 산림청 차장님의 특강을 들으며
받았던 감동이 채 가시지 않은 탓에 마주치는 나무들이 한결 정겨운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이렇게 마음을 열고 나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쏟으면 언젠가 나도 나무의 마음을 읽고
숲의 노래를 들을 수 있으리라.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며 '룰루랄라' 휘파람을 불며 내려온 길이었다.

그런데 흡사 폭격 맞은 듯 폐허로 변한 현장을 다시 대하니
책임을 다하지 못한 자책감에 가슴이 쓰리고 눈물이 나려고 한다.
나무에게 미안하고 사라진 숲 속 등산로가 아깝기 그지없다.
눈길이 닿는 산 능선과 계곡마다 새까맣게 타고 그을린 흉측한 몰골의 나무 시신들이
유령처럼 뒹굴고 있다.

골바람이 불자 흙먼지와 시꺼먼 재가 뒤섞여 날리면서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불 내음이 느껴진다.
낙엽이 두껍게 쌓여 폭신한 느낌을 주던 등산로는 볼품 없는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숲이 좋아 이 곳을 찾던 주민들이 이제 무슨 낙으로 찾아오겠는가!

등산을 다녀 본 사람은 안다.
낙엽이 적당히 쌓인 길을 걷기가 얼마나 편한가를...
무릎 관절에 무리를 느끼는 사람에게 내리막길에 낙엽이 쌓여 있으면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다.
여름 따가운 햇볕을 막아주는 나무그늘의 시원함은 또 얼마나 고마운가.
봄부터 여름까지 시원한 그늘과 탄소동화작용으로 상쾌한 공기를 공급해 주던 나뭇잎들이
가을에는 단풍으로 치장하고, 겨울에는 푹신한 등산로를 만들어 아낌없이 베풀어주지 않는가.

그뿐이랴! 비가 온 뒤에 산을 찾았을 때 하도 신기하여 유심히 살펴보았던 적이 있다.
물길이 낮은 곳을 찾아 흐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구불구불한 등산로를 어쩌면 그리도 잘 찾아 내려가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물길에 떠밀린 낙엽들이 물결무늬로 남아 있는 흔적들을 보면서
저 낙엽들이 아니었다면 등산로가 온전히 보전되지 못했으리란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만약 나무뿌리와 쌓인 낙엽이 없었다면 그 등산로는 한자 이상 깊은 골이 파졌으리라.
  
평소 뒷산 오르기를 즐겨하는 탓에
무룡산 자락의 돌벽재 - 매봉재에 이르는 대여섯 갈래의 등산로를 손금보듯 훤하게 안다.
이번 산불로 그 중 네 개의 등산로가 타버렸다.
그 중에서도 숲이 가장 잘 우거진 두 곳이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산불 피해 현장을 살펴 본 소감을 아내에게 말했더니 그만 일에 뭘 그러냐는 투의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쉽게 함부로 말할 수 있는지 당신이 직접 살펴보라고 했더니 진짜로 다녀오겠다고 했다.



다음 날 저녁, 산에 다녀 온 이야기를 하는 아내의 목소리는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나무들이 얼마나 뜨거웠을까? 나무들 불쌍해서 어떡해?"
잦아드는 목소리가 이상해서 얼굴을 보니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하긴 아무리 감성이 메마른 사람일지라도
불에 타버린 현장을 직접 보면 슬프고,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나무가 말을 할 줄 한다면 할 말이 얼마나 많겠느냐"고 했던
조연환 시인님의 말씀이 이렇게 빨리 현실이 되어 가슴을 칠 줄이야….

살아있던 나무들이 불에 타는 동안 얼마나 뜨거웠을까?
불길에 휩싸인 나무들이 고통을 못 이겨 빨리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비명이 들리는 것만 같다.
산불을 막지 못한 내 자신의 너무나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숲을 폐허로 만든 과오에 대한 참회를 바탕으로, 숲을 다시 일구는 작업을 서둘러야 하겠다.

봄이 되면 자연은 스스로를 복원하기 위해 끈질긴 생명력으로 새 싹을 틔울 것이다.
북구청에서 복구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겠지만 숲을 사랑하는 주민들이 함께 뜻을 모아
더 큰 [나무사랑 시민운동]으로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램이다.